- "한국서 정치적 잣대로 추방된 후
- '기억의 미학' 통해 예술로 승화
- 블랙리스트 파문 현 시대에 의미"

"윤이상은 서구 문화에 종속적이던 한국 문화와 음악을 격조와 품위가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으로 빛나게 했습니다. 윤이상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그의 삶과 음악으로 말합니다."(최애경 강사)

	생전의 윤이상 선생.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윤이상기념메모리홀에서 열린 '2017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 심포지엄'은 한국에서 온전하게 평가받지 못한 윤이상을 재조명했다. '21세기 아시아에서 윤이상의 음악적 유산을 재조명하다'를 주제로 윤이상의 음악을 연구하는 음악학자들이 모여 2시간 30분 동안 윤이상의 의미를 되짚었다. 이희경 연세대 객원교수의 사회로 최애경 충남대 강사, 장현경 이화음악연구소 연구교수, 이경분 서울대 HK연구교수, 윤신향 베를린 훔볼트대 강사가 참석했다.

최애경 강사는 윤이상의 음악에 담긴 한국 문화의 의미에 관해 말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강제로 추방당한 한국의 사회, 문화, 전통에 대한 기억은 예술가 윤이상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한국 안팎에서 경험한 억압, 고통, 저항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윤이상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고 '기억의 미학'을 통해 예술로 승화됐다"고 설명했다.

장현경 교수는 윤이상의 음악이 국내에서 정치적 잣대로 평가되고,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을 짚었다. 1967년 동백림 사건 이후 한국에서 윤이상의 음악은 금기의 대상이 됐고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예술적 평가 대신 정치적 잣대로 가치를 흔들었다. 장 교수는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출범을 계기로 윤이상 음악이 자주 연주됐지만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 등 여전히 배타적인 정치적 맥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윤이상을 통해 예술 창작의 자율성과 자유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분 교수는 윤이상의 일본 제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에서 윤이상이 수용된 양상, 아시아 현대 음악에 미친 윤이상의 영향을 논했다. 윤신향 강사는 윤이상과 윤이상 다음 세대로 표현되는 한국 출신의 이주 작곡가의 세계를 소개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5일과 6일에도 심포지엄을 열고 윤이상을 되새긴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