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만에 펴낸 시집에는
- 꿈같기도, 현실같기도 한
- 굴절과 변용이 펼쳐진다

- 둘을 구분짓는건 무의미하다
- 어차피 모두 우리의 삶이니까

간밤에 당신은 무슨 꿈을 꾸었는가. 그 꿈을 기억하는가.

김참 시인은 꿈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그의 시는 꿈의 변용이다. 그의 시를 처음 읽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이야?" 하면서 낯설어할 수도 있다. 물론 그의 시를 알게 되면 그 세계에서 마음껏 '꿈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김참은 1973년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인제대 재학 중 1995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여행' '그림자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을 펴냈고, 현대시동인상을 받았다. 인제대에서 문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학부 시절 그는 주말에도 학교에 와서 시를 썼다. 시인이 되었던 곳에서 그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참 시인이 경남 김해시 인제로 인제대 교정 B동과 C동 사이에 앉았다. 그는 자신이 시를 썼던 모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쉬고 싶을 때마다 고향을 닮은 이곳을 찾는다.

■꿈의 굴절과 변용, 시가 되다

'그림자들' 이후 10년 만에 낸 시집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를 만났다. 인제대 건물 B동과 C동 사이 연못이 있고,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근사한 장소가 있다. 김참 시인은 약속 장소를 그곳으로 정했다. "따로 정해진 이름은 없는데, B동과 C동 사이에 있다고 학생들이 '비시사'라고 불러요."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주변 건물의 모습을 지우고 이곳만 떼어놓고 보면 마치 시골 마을 풍경, 혹은 고즈넉한 절집의 한 풍경 같기도 하다. 이곳은 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고향 혹은 이상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강의 시간 사이 쉬고 싶을 때,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을 때 그는 여기를 찾는다.

"10년 만에 시집을 낸 감회라…. 기분이 좋죠. 표지도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지정했어요. 지난 10년간 결혼도 했고, 박사논문도 쓰고, 학생들 가르치고, 공부했던 시간이에요. 시는 꾸준히 썼죠."

시집에도 꿈이 가득하다. 산문시여서 그런지 짧은 동화, 혹은 전설처럼 다가온다. 그는 "꿈을 그대로 기록한 건 아니에요. 시는 문학적 작업이니까, 미적 구조를 가지죠. 꿈의 굴절과 변용입니다. 실제로 꾼 꿈과는 달라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꿈이라고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더 현실적이다. '자장가'라는 시를 보면 그런 기분이 든다. "개나리 울타리 너머 초저녁 별 뜬다 엄마는 아이를 업고 나와 자장가를 부르고 들판을 돌아다니던 파란 염소들 자장가 들으러 온다 (중략) 아이는 염소를 타고 밤하늘로 올라간다 하늘에 걸린 별들을 지나며 아이는 활짝 웃는다"

이게 꿈일까.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드는 아이의 꿈에 보라색 염소가 나타난들, 하늘의 별을 똑똑 따낸들 뭐가 이상한가. 엄마 등에 업혀 좋은 꿈을 꾸는 아이의 평화를 짐작하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김참의 시에서 꿈과 현실은 이렇게 만난다.

■현실의 기록, 꿈이 되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 - 파란/ 2016

현실을 이야기하는데도 마치 꿈의 기록 같은 시도 있다. 그에게 이상향의 한 풍경으로 기억되는 고향을 노래한 시 '죽림동의 여름'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래된 집터였던 돌담 옆에 밀밭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밀밭 가운데 깊고 푸른 웅덩이가 있는 줄은 몰랐다 돌담 따라 가면 삼나무 숲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삼나무 그림자 드리운 우리 집 장독대 옆에 오래된 고인돌이 있는 줄 몰랐다"

김참은 삼천포 와룡산 기슭 죽림동에서 태어나 9살까지 살았다. "여자들만 사는 나라가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오는 마을이에요. 집 주위 반경 100m가 온통 보리밭, 밀밭이었어요. 오래된 돌담이 마을길을 돌아가고, 밭과 밭의 경계도 돌담이었죠. 신화 같은 분위기랄까. 지금도 돌담이 남아있고 겉으로는 변한 게 없어 보이는데, 마을 집들 외관이 좀 바뀌었더군요."

마을 안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시 '우물이 있던 시절'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 집엔 우물이 있었다 대청마루도 있었다 지금도 그 집은 남아 있지만 대청마루도 우물도 없다 우물은 정지 옆에 있었다 어두운 정지엔 장작이 쌓여 있었고 천정과 벽 사이에서 거미들 줄 타고 놀았다"

두 시는 꿈의 기록처럼 읽히지만, 실제로 있었던 풍경이다. 우리는 혹 많은 현실을 지우고 나서 그것을 꿈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신나게 놀던 공터에 건물을 짓고 아이들 웃음을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 우리가 그러고 사는 건 아닐까.

김참은 현실로 스며드는 꿈, 꿈이 되어버린 현실을 되돌려 준다. "꿈 연구를 많이 했어요. 꿈은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거죠. 꿈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텔레파시일 거에요. 인간이 모든 것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신화적 세계입니다. 영혼의 여행이고, 현실보다 더 완벽한 세계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을 이루는 것은 꿈과 현실, 둘뿐이에요. 꿈과 현실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꿈의 필사, 그것은 어쩌면 현실을 기록하는 일이다. 인생은 한바탕 봄꿈, 일장춘몽이 아닌가.

책칼럼니스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