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대표나 투자사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이번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감독이나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손익분기점(BEP·Break-Even Point)을 넘기는 것이 얼마나 어렵기에 한결같이 이 얘기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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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즌'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
영화의 손익분기점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영화 제작비를 살펴보아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관객이 주로 찾은 2016년 한국 핵심상업영화군에 속하는 59편의 평균 총제작비는 60억 원(순제작비 42억9000만 원+마케팅비 17억1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59편 중 30%인 18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즉, 10편 중 3편 만이 극장 수입으로 이익을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무로에서 오래전부터 나오는 이야기가 "영화 10편 제작하면 3편 이익 남기고, 3편 손해 안 보고, 4편 손해 본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영화 흥행 성패의 기준이 되는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기본은 영화관 입장료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영화관 입장요금 체계가 있지만 보통 8000원을 기준으로 삼는다. 8000원에서 부가가치세 10%와 영화발전기금 3%를 먼저 떼고, 그 나머지 중 절반은 극장에 돌아간다. 그러면 3500원 정도가 남는데, 이중 배급사에 돌아가는 10%를 떼면 3150원이 영화 제작을 맡은 투자사와 제작사 몫이 된다. 3150원에 관객 수를 곱한 금액으로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100만 관객을 30억 원으로 본다.
지난 5일까지 누적 관객 수 237만8152명(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한 한석규, 김래원 주연의 '프리즌'(개봉 3월 23일)을 예로 보자. '프리즌'의 총제작비는 80억 원(순제작비 60억 원+마케팅비 20억 원)으로 240만 명이라는 적지 않은 관객 수임에도 이제서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또 올 여름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 송중기·소지섭 주연의 '군함도'의 경우 총제작비가 270억 원 정도 들어갈 예정인데, 그렇다면 800만~900만 명의 관객이 들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1, 2편을 동시에 제작하는 김용화 감독과 하정우·차태현 주연의 '신과함께'는 총제작비가 무려 35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니 손익분기점이 될 관객 수가 어림짐작 된다. 요즘은 영화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IPTV 시장 매출이 늘어나 실제 손익분기점이 되는 관객 수는 조금 낮아졌지만 순수하게 극장 매출로만 보면 이런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프리즌'과 같은 날 개봉한 손현주 주연의 '보통사람'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까지 누적관개수 37만8223명을 기록했다. 총제작비가 46억 원이니 꽤 큰 손해를 봤다. 이렇듯 '되는 영화만 되고, 중간 없이 양극단의 흥행만 있다'는 우려 섞인 푸념이 충무로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다"가 괜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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