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악 3호·덕흥리·강서대묘 등
- 실물 크기 고분 3기 모형 속에
- 대행렬도 사신도 등 모사해 재현
- 고구려인의 생활상·신앙 오롯이

부산 동래구 복천박물관은 한성백제박물관,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와 공동으로 오는 7월 9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교류전 '고구려 고분벽화'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모두 북한에 있는 것으로 북한의 예술가가 직접 실물과 같게 모사한 작품이다. 2002~2004년 남북 교류가 활발했을 때 북한이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에 기증했다.

	강서대묘 널방 북벽에 그려진 현무. 복천박물관 제공

전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실물 크기의 고분 모형 3기(안악 3호분, 덕흥리벽화분, 강서대묘)를 만들고 그 안에 벽화를 그대로 재현해 유적지에 직접 와 있는듯 생생하다. 전시된 고분 모형 3기는 모두 역사적·예술적으로 중요도가 매우 높은 유적이다.

안악 3호분은 황해남도 안악군 오국리에 있는 흙무지돌방무덤으로 널방(주검이 안치된 방)·널길방·곁방·회랑 등으로 이루어진 여러방 무덤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서기 357년 만들었다는 내용의 먹글씨가 있다. 무덤 주인과 부인, 방앗간·부엌·고기창고·외양간·마굿간, 250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유명한 대행렬도가 있다. 4세기 중엽 고구려 상류층의 생활을 담은 타임캡슐이다. 무덤 주인이 중국 전연에서 망명한 '동수'인지, 고구려 미천왕(재위 300~331) 또는 고국원왕(재위 331~371)인지 논란이 있다.

	복천박물관의 '고구려 고분벽화전'에서 6세기 후반 조성된 강서대묘의 널방 천장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다음 순서는 덕흥리벽화분. 남포직할시 강서구역 덕흥동에 있다. 앞방·널방·이음길 등으로 이뤄진 두방 무덤이다. 벽에 회를 바르고 그림을 그린 것이 특징. 앞방 천장에 '유주자사(유주 지역을 관할하던 직책) 진(鎭)의 무덤이며 408년에 만들었다'는 먹글씨가 재현돼 있다. 무덤 주인의 초상이 있고 동·서 벽에 연못, 창고, 외양간, 마굿간과 기마놀이·종교행사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강서대묘는 남포직할시 삼묘리에 있는 강서3묘 중 가장 큰 무덤이다. 널방에 널길이 붙어있는 외방 무덤이다. 6세기 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서대묘에서는 그 유명한 사신도를 만날 수 있다. 널방의 4벽에 사신(四神)인 청룡(동), 백호(서), 주작(남), 현무(북)가 그려져 있다. 무덤 주인은 왕 또는 왕에 버금갈 정도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복천박물관 정주희 학예사는 "4~7세기 고구려 사람들은 돌방무덤을 만들어 내부에 생활상과 신앙 등을 담은 다양한 그림을 남겼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고구려 고분의 구조, 고구려인의 삶과 문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0일에는 박물관 강의실에서 초청강연도 있다. 오후 1시30분 울산대 전호태 교수가 '고구려 고분벽화의 특징과 변천', 3시30분 동국대 강현숙 교수가 '위진남북조와 고구려 벽화고분의 비교'를 강연한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