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창조기업
-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 CEO 제프리 카젠버그의
- 천진난만한 상상력이 만든
- '따끈한' 역발상 캐릭터
- 감동 무장, 관객 심장 저격

'수줍음 타는 동물(shy animal)'을 소개합니다. 인문학 저술가 알랭 드 보통은 산문집 '공항에서 일주일을(A Week at the Airport)'에서 그 개념을 '독창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 동물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 동굴에서 잘 안 나오려고 합니다. 그런데 '주인님'이 여행을 떠나면 녀석도 동굴 밖 세상이 궁금해 나오고 싶어 합니다. '수줍음 타는 동물'은 '인간의 독창적 생각(original thought)'을 은유합니다.

	지난 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의 한 장면.

여기, 상상 속 여행 놀이를 즐기는 소년이 있습니다. 이름은 팀이고 나이는 일곱 살입니다. '인간은 4세에서 12세 사이에 호기심이 가장 활발하다'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그걸 '다중지능(多重知能, multiple intelligence) 이론'에 입각해 밝힌 하워드 가드너의 주장처럼 팀은 호기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수줍음 타는 동물'을 동굴 안에 가둬두는 일이 없기에 아프리카의 오지도 탐험하고, 잠수사가 돼 심해를 누비기도 합니다. 이 소년의 캐릭터를 창조한 곳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SKG'입니다.

SKG에서 S는 할리우드 극영화 연출계의 거목인 스티븐 스필버그를, K는 장편 애니메이션계의 거목인 제프리 카젠버그를, G는 밥 딜런이나 록밴드 이글스 등과 협업하며 음반계 거목이 된 데이비드 게펜을 가리킵니다. 세계적 창조기업 '드림웍스'를 만든 삼총사인데요, 이들 가운데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아이디어가 빼어난 제프리 카젠버그가 '슈렉', '쿵푸 팬더', 그리고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시리즈물에 이어 최신작으로 '보스 베이비(The Boss Baby)'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림=헌즈 작가

이 대목에서 돌발질문을 몇 개 드려보고 싶습니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도구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상상력(imagination)이지요. 그럼 '창조적 상상력(creative imagination)'은 무엇일까요? '독창적 아이디어(original ideas)'를 만드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뛰어날수록 작품성·상업성이 더 뛰어난 흥행작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조적 상상력을 북돋우는 가장 위대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만약에(What if)?'입니다.

대상이나 세상을 '다른 각도(different angle)'로 '들여다보며' 관점·발상을 전환하려는 질문, 즉 '역발상(逆發想) 질문'이 곧 '만약에(What if)?'입니다. 여기서 '보다'가 'see'라면 '들여다보다'는 'look at'입니다. '보다'는 '눈(eye)'만 사용하는 '어른'의 행위입니다. 반면에 '들여다보다'는 천진난만한 눈과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의 행위로써, '눈(eye)·머리(head)·가슴(heart)'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창의적 행위입니다.

후자의 경우, '눈'은 '다르게 보는 눈, 뒤집어서 보는 눈'입니다. '머리'는 '창의적으로 상상하고 분석하는 머리'입니다. '가슴'은 '관객이나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려는 열정적 가슴'입니다. 이처럼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어린 아이의 눈과 머리와 가슴으로 만든 역발상 캐릭터들에는 '외모가 아름답지 않은 공주 피오나와 사랑스러운 괴물 슈렉'이 있습니다. '이소룡처럼 쿵푸를 하는 판다'와 '시속 370km로 달리는 카레이서 달팽이'도 있습니다. '보스 베이비'에 등장하는 역발상 캐릭터는 '정체가 도무지 수상한' 베이비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소년의 집에서 시작됩니다. 집(house)이 돌과 목재로 지은 곳이라면 홈(home), 즉 가정은 사랑과 꿈으로 지은 곳(Home is built with love and dreams)입니다. 그렇기에 '가정은 행복한 추억들이 자라는 곳(Home is where happy memories grow)'이지요. 사랑과 꿈과 행복한 추억들이 가득한 팀의 집에 수상한 아기가 나타납니다. 아니, 배달됩니다. 엄마랑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살던 팀의 단란한 영역에 불청객이 '비집고' 들어온 것인데요, 둘 사이에는 곧 사생결단에 가까운 전쟁이 터집니다.

팀은 불청객 아기의 정체가 뭔지 캐냅니다. 검정색 정장·넥타이·구두, 검정색 선글라스와 최첨단 손목시계로 멋을 낸 아기는 '맨 인 블랙'의 특수요원 같기도 하고, '살인미소 면허'를 획득한 '007' 요원 같기도 합니다.

알고 보니 녀석은 '베이비 주식회사', 즉 '특수 우유를 마시면 평생 동안(童顔)을 유지할 수 있는 아기를 만드는 회사'가 급파한 고위직 경영자입니다. 과연 녀석의 미션은 뭘까요.

'맞춤형 아기(Designer Beings)' 등 '4차 산업 혁명적 요소'가 담긴 이 작품에는 악당의 본거지인 '퍼피 주식회사'도 등장합니다. '영원히 안 늙는 아기'보다 더 사랑스러워 보일, '영원히 안 늙는 애완견'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경영전략은 인간이 아기보다 애완견을 더 갖고 싶게 만들어 '베이비 주식회사'에 모종의 복수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의 보스인 '프랜시스 프랜시스'가 어떤 방법으로 복수용 신상(新商)인 '핵귀욤 애완견'을 만들어내는지 밝히는 게 '보스 베이비'의 미션 가운데 하나입니다.

팀도 일생일대(?!) 중대한 미션에 착수합니다. '보스 베이비'에게만 집중된 부모님의 사랑을 되찾는 것입니다.

실패하면 팀의 가정에 불행이겠으나 성공하면 팀에겐 큰 행운이 될 수도 있을 기회도 때마침 생깁니다. 애완견 마케팅 전문가인 팀의 부모가 '프랜시스 프랜시스'에게 납치된 겁니다. 결국 부모님 구출 작전에 성공해야만 하는 팀은 '프랜시스 프랜시스'의 정체와 음모를 캐내야 하는 '보스 베이비'와 앙숙 관계를 털고 손을 맞잡아야 하는데….

'보스 베이비'의 결정적 한 장면으로 저는 팀과 불청객 아기 콤비가 '가슴으로' 악당에게 맞서는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이때 가슴(heart)은 창의성의 한 축인 용기(courage)이기에….


※창조적 거장들의 독창성은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들은 어떤 '독창적 역발상'으로 창의적·혁신적 성과를 내왔는지 책으로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는 '오리지널스(Originals, 애덤 그랜트 지음)'를 추천합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