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장적 전통 밀려 구속 받던
- 어린이·여성을 하늘처럼 여겨
- 소파 방정환 선생도 천도교인
- "아동학대·과잉보호 등 태도
- 부모가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 물질적 성취=성공이란 인식 탓
- 사람 섬기기 한울 같이 하라는
- 천도교 정신 되새겨 보기를"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가정의 달'이다. 모든 종교가 가정을 소중히 여기라 가르치지만, 천도교에서 가정은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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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이정희 교령은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여성을 '하늘'처럼 생각하는, 한울님같이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DB |
천도교는 일찍이 가부장적 전통에서 벗어나 천시받던 어린이와 여성을 '하늘'처럼 생각하라고 일렀다.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이면 천도교단 차원에서 어린이를 위한 큰 행사를 연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도 천도교인이었다. 천도교 이정희(72) 교령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천도교의 어린이·여성 존중 사상에 대해 들었다.
-천도교에서 교령은 어떤 위치입니까?
▶교령은 천도교단을 통리(統理)하는 최고 수장이지요. 천도교는 수운 최제우 선생부터 4분의 스승님(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신사, 3세 교조 의암 손병희 성사, 4세 대도주 춘암 박인호 상사) 이후에는 '중의제(衆議制)'에 따라 3년마다 교령을 선출합니다. 교령은 교단의 통리자로서 행정책임자인 종무원장을 비롯해 3원장과 각급 기관장을 통리하면서 천도교단을 지도하고 교화합니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방정환 선생도 천도교인이었습니다. 그가 어린이의 복지와 지위 향상에 평생을 바친 것도 천도교와 관련이 있습니까?
▶기록에 따르면 방정환 선생의 부친 방경수 어른이 먼저 천도교에 입교했고, 방정환은 어린 시절에 천도교인이 됐어요. 결정적으로는 19세 되던 1917년 당시 천도교 교주이신 의암 손병희 성사님의 사위가 되면서 천도교청년회의 중요한 인물로 부상했죠. 그는 천도교소년회 핵심 간부로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색동회에 참여하며, 조선소년협회를 결성하는 등 교단 안팎으로 널리 어린이 운동을 전개했지요.
동학 천도교는 본래 '사람을 한울님 같이 섬긴다'는 교리에 바탕을 둡니다. 동학 천도교를 창도하신 수운 선생은 동학을 펴기 전 이미 자신의 여종 2명 중 1명은 며느리로 삼고, 1명은 수양딸로 삼았어요. 그 뒤를 이은 해월 선생은 '며느리도 한울님'이라 하시고, 특히 "어린이도 한울님이니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 하셨지요.
이 전통을 이어 3세 교조 의암 손병희 선생의 지도 아래 청년운동을 전개하던 소파 방정환, 소춘 김기전 등 청년 지도자들은 어린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이요, 자라나는 한울님이요, 내일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왜 천도교는 어린이와 여성을 귀하게 여겼나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사회에서 어린이는 아직 '사람'의 반열에 들지 못한 존재였죠. 어린이는 많았고 일찍 죽는 경우도 흔해 천대받고 학대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며느리는 조선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가부장 제도의 최말단에 위치한 존재로서 이중의 구속을 당했습니다.
천도교는 구속과 착취와 천대의 대상이던 어린이와 여성을 높임으로써 한편으로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교리를 구현하고, 다른 한편으로 민족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해 자주독립과 후천개벽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수행하려 했던 것이죠.
-천도교단이 지난 5일 어린이날에 서울 강북구 봉황각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크게 열었더군요.
▶오늘날 많은 사회단체나 종교기관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크게 열지만, 당장 화려한 행사보다도 어린이날 제정의 정신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천도교단 차원의 어린이날 행사에서는 이점을 되새기는 행사를 준비하죠.
올해 어린이날 행사는 서울 강북구의 봉황각이라는 천도교 시설에서 했는데, 이곳은 의암 손병희 선생이 3·1운동을 준비했던 곳입니다. 3·1운동의 결실로 어린이 운동이 전개됐어요. 올해는 어린이 운동의 뿌리 정신을 생각하면서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뛰노는 행사로 치렀습니다. 한편으로 어린이 운동을 창안하고 앞장선 방정환 선생 관련 사진전을 통해 소파의 어린이 사랑, 그 배경에 있는 천도교의 어린이·여성 존중 사상을 되새겼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는 아동학대의 희생자가 되는 한편, 왕자와 공주처럼 과잉보호 받기도 합니다.
▶아동학대의 이면에는 학대하는 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돼 있거나, 스스로 교양과 수양을 쌓지 못한 배경이 있어요.
과잉보호와 과도한 학습 강요는 학력이나 사회·물질적 성취만이 성공 기준이라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죠.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사람이 곧 한울이니,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라' 하는 천도교의 정신을 되새겨 보시기를 당부합니다.
이 교령은 "부산 시민의 '아(애) 주라!' 문화에서 부산 시민의 심성을 볼 수 있다"며 "어린이를 생각하고, 또 어린이들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그러한 문화 속에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