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마니아들의 또 다른 이름은 '오사망'이다. 이름하여 "오디오를 사랑하다 망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한 번 입문하면 빠져나오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 오디오 사랑이다. 대부분의 마니아와 마찬가지로 필자도 '소품-독주곡-성악-오케스트라-실내악'의 순으로 음악을 접해 왔다. 처음에는 화려한 독주곡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의 전문가가 작은 공간에서 대화하듯 연주하는 실내악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지난 주일날 우리 교회에서 음악 연주회가 있었다. 30여 명 단원으로 구성된 '오라토리오 메시야 선교단'이 공연했다. 전자오르간 5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악기들이 참여해 협연하는 형식의 음악 공연이었다. 무려 3시간에 걸쳐 연주하는 동안 필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전율, 환희를 경험했다. 평상시 오디오를 통해 경험했던 일반적인 실내악 연주를 들을 때 보다 더 진한 감동이 전해졌고, 환희의 여운은 아주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협주곡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독주에서 느낄 수 없는 미학이 협연에는 있다는 것이다. 첫째가 '배려'다. 협연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같은 곡을 동일한 현장에서 동일한 시간에 연주한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위해서는 상대의 연주를 듣고, 보고, 맞추는 배려가 필요하다.
둘째는 '절제'다. 독주는 자신이 주인공이지만 협연은 모두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자기 악기 소리를 과하게 노출하면 전체의 균열은 깨어지고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체를 위해 자신의 소리를 절제할 때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셋째는 '함께함'이다. 협연은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단원이 같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과 과정, 그리고 목적을 가지고 있다. 동일한 목적 성취 즉,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이 없으면 협연은 절대 불가능하다.
넷째로 '최선'이다. 하나의 악기라도 제소리를 내지 못하면 악보가 제공하는 음악을 제대로 들려줄 수 없다. 배려, 절제, 공동체 의식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역량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자신의 소리를 정확하게 낼 때 화음이 되는 것이다. 약한 부분은 반드시 드러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눈높이'다. 지휘자는 연주자가 가진 역량에 맞는 곡을 선택해야 하고 청중들의 상황과 수준에 맞는 연주를 들려주어야 한다.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헨델의 메시아 전 곡을 들려주는 것은 난센스다. 한 사람이 특출하게 연주를 잘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절대적 카리스마를 가진 완벽한 독주자를 필요로 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모두가 함께 이루어가는 협연의 사회를 요구한다. 다양성과 일치성, 개인성과 전체성, 이것이 협연이 주는 최고의 미학이 아닌가 생각한다. 불협화음과 분열, 그리고 독주와 탐욕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같은 마음으로 함께 보조를 맞추어 최선을 다해 달릴 때 가장 아름다운 결과를 도출하는 2인3각 경기의 지혜를 배우고 협연의 아름다움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세상은 꿈을 꾸는 어떤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의식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비전을 향해 협력하며 나아갈 때 가능하다.
가야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