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격차 해소

- 문화를 산업 인식한 관점서 탈피
- 정부와 지역 수평적 구조 바꾸고
- 지역문화진흥기금 제도 개선
- BIFF·영화산업 위상 제고 절실

# 문화 자율성 보장

-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장치 마련
- 언론·유관단체 독립성 보장 시급

문재인 정부의 시작을 보는 문화예술계의 시선과 기대는 '감회가 새롭다'거나 '남다르다'는 표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태'로 큰 상처를 입은 곳이 문화예술계이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필연적으로 사실상의 검열과 억압을 동반했는데 이는 예술과 문화의 생명인 자율성과 자유를 심각하게 해쳤다.

	문재인 정부가 지역 문화진흥을 위한 정책을 새로 짜고,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사진은 부산의 예술인이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태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춤을 추는 현장. 국제신문DB

이 같은 바탕 위에 '지역 문화예술인'의 기대와 요청이 새롭게 얹힌다. 한국의 활력을 되살릴 핵심 가치와 돌파구가 '지역의 활성화' '지역 분권'에 있다 할 때, 지역 문화 진흥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과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 격차 해소 기대

	지역 예술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내걸었지만, '문화=산업'으로 인식하고 경제적 범주에서 다루려 했다. 상대적으로 지역 문화진흥에 관심이 적었다. 그러면서 지역 문화를 진흥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왜 중요한지 논의하는 의제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문화 분권'을 내세운 지역문화진흥법이 2014년 제정됐으나 예산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 문화진흥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문화재단은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 위탁기관에 그치는 경향이 심해졌다.

이에따라 새 정부가 지역 문화진흥을 위한 문화 정책의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문화 관련 예산과 기금을 지역으로 내려주는 수직적 구조가 아닌, 지자체와 지역 문화재단이 문화 진흥의 틀을 짜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수평적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문화재단의 운영 자율성 보장과 지역문화진흥기금 마련을 위한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달 28일 전국 문화재단 관계자가 모여 토론회를 연 것도 이런 여론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고무적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문화예술 공약에 '지역간 문화 격차 해소로 문화균형 발전'이 포함된 점이다. 구체적으로 ▷문화균형지수 개발, 낙후 지역 우선 지원 ▷지역문화진흥기금 확충 ▷지역문화재단 운영 독립성, 자율성 보장 ▷지역문화재생 사업 확대 등이다.

지역 문화계의 또 다른 숙원은 정부 차원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부산 영화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 BIFF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에 휘말려 국비 삭감 등 풍파를 겪었다. 2013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으로 이전했으나 지역 영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지역 대학의 예술 학과 폐과 등 기초예술이 고사될 위기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역에 기초예술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기간에 '부산영화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BIFF 정상화와 부산 영화산업 현안 해결에 의지를 보였다. 또 '부산 8대 공약'에 영화·영상 거점 센텀시티와 대연 혁신도시, 북항 등을 연계해 청년문화의 허브(청년문화센터, 부산종합예술실용학교, 청년광장)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율과 자유라는 출발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일이었다.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사건 당사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예술 공약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폐 청산'을 1순위로 꼽았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시정 조치를 비롯해 정부, 지원기관, 문화계 간 '공정성 협약'을 체결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과 함께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예술인의 예술정책 결정 참여 확대, 문화 옴부즈맨 제도 도입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도 중요한 공약 사항이다.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10년간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의 많은 언론인이 해직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억울하게 해직되거나 징계받은 언론인에 대한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을 추진하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미디어 관련 부처(기관)의 독립적 운영을 위한 조직 개편의 뜻을 밝혔다. 내년에 고갈될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확보 등도 과제로 꼽힌다.

◇ 더불어민주당(문재인 대통령)문화 공약

- 이명박·박근혜정권 적폐,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

- 예술인 문화복지 사각지대 해소

- 예술인 창작권 보장

- 일상에서 문화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 창작과 유통이 상생하는 문화산업 생태계

-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문화유산 가치 높임

-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 문화균형 발전

- 모든 국민이 체육을 즐기는 스포츠 복지 국가

- 쉼표가 있는 삶, 관광복지사회 실현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