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1> 가난·불교·자유

집착이 없는 것이 진짜 가난이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5-26 19:39:18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불교학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중국 불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 교수의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라오스에서 탁발하는 승려들.
"중국불교는 돈이 너무 많습니다."

이유를 따로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진단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한국 종교 일반의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원래 옷 한 벌, 밥그릇 하나(一衣一鉢·일의일발) 외에 어떤 소유물도 없는 것이 수행자의 살림이다. 이 가난은 영원한 정신적 자유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그래서 석가의 자손인 비구들은 걸식을 하였다. 거지였던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신분을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 자신을 가난한 중(貧僧·빈승)이라 부르는 호칭법이 있었다. 진리와 하나로 만나는 길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가난을 배웠던 것이다.

그러니까 가난은 수행자의 운명과도 같다. 그래서 중국 명리학에서는 가난한 운명을 '스님의 운명(和尙命·화상명)'이라 부르기까지 한다.

가난은 재산이 없다는 뜻도 되지만, 더 본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무엇을 소유하고자 하는 집착이 없는 것이 진짜 가난이다.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이 진짜 가난이다. 심지어 소유할 진리가 있다는 집착까지 내려놓아야 진정한 가난이 구현된다. 그래서 마음에 송곳을 꽂을 땅이 없다거나 송곳조차 없다거나 하는 말이 성립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유의 순도는 가난의 진정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완전한 자유의 실천은 소유의 차원이 완전히 무너지는 일과 동시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옛날 백장회해의 회상에 그 스승인 마조도일이 된장을 세 단지 보낸 일이 있다. 모두가 영광으로 여길 일이었다. 백장이 대중에게 말한다. "진리와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현장을 한번 보여 봐라. 좋은 대답이 나오면 이 된장을 함께 먹도록 하겠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장독을 깨뜨려 버리겠다." 여기에 대중이 대답하지 못하자 스님은 사정없이 장독을 깨뜨려 버린다. 나중에 마조스님이 이 사실을 알고 백장의 근황을 묻는다. 백장이 말한다. "스님이 보내신 장독을 깨뜨린 후 30년 동안 된장 부족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마조가 맞장구친다. "부족함이 없다면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이것이 소유의 차원을 벗어나 진정한 부자가 된 정신적 거장들의 자유로운 삶이다. 백장스님은 소유의 차원을 박살 내는 일이야말로 여래의 보물창고를 열어젖히는 길임을 보여주었다. 이 여래의 보물 창고에서는 만사만물이 있는 이대로 보물이 된다. 그 보물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새로 생기거나 숨겨져 있던 무슨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이것이 여래의 보물이다. 심지어 번뇌의 근원인 여덟 층의 의식이 그대로 보물이다. 나와 대상을 둘로 나누기를 멈추면 이 여덟 층의 의식은 네 가지 지혜가 된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바로 그 자리에서 계정혜(불교수행의 기본 덕목) 삼학이 된다. 뿐이랴! 오온의 다섯 가지 어두움이 바로 여섯 가지 신통으로 전환된다. 가장 하찮은 것조차 이미 완전하여 더하거나 덜어낼 것 없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의 불교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진단은 간단명료하다. 수미일관하여 말하자면, "한국 불교는 돈이 너무 많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세상읽기]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사람, 김용희 /황경민
  2. 2롯데, 추재현 영입 “2년 후 내다본 트레이드”
  3. 3손흥민 6월엔 볼 수 있을까
  4. 4부산 소상공인 지원금 신청 첫날 7993명(6일 오후 6시 기준) 접수…혼란은 없었다
  5. 5위기에 빛난 ‘닥터K’…스트레일리 4이닝 7K 호투
  6. 6[서상균 그림창] 뜻밖의 단일화?
  7. 7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8월로 연기
  8. 8[과학에세이] 뉴욕, 코로나19, 교육시스템의 변화 /김진천
  9. 9동아대, 대학 후원의 집 100여곳 손세정제 전달
  10. 10LPGA, 코로나 여파 수입 끊긴 선수에 상금 선지급
  1. 1이낙연·황교안 첫 양자토론 … 방송은 7일 지역방송에서
  2. 2주진형 “기존 복지제도 최대한 활용” … 김종석 “한국 경제에 대한 자해 행위”
  3. 3비례대표 후보자 1차 토론···불꽃 튀는 舌戰펼쳐
  4. 4 “최저임금 조정, 상속세 폐지” 등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5. 5수보회의 취소하고 정책금융기관 대표 한자리에 모은 文 대통령 "정부투입 100조 원 적시적소에"
  6. 6부산서 후보 2명 자진사퇴·등록 무효로 후보 도중하차
  7. 7이해찬 “부산 초라하다” 발언에 통합·정의당 “지역비하” 비판
  8. 8전국 병역판정검사 4월 17일까지 중단
  9. 9외교부 “해외 한국민 코로나19 확진자 36명 파악”
  10. 10이해찬 “긴급재난지원금 모든 국민 보호하고 있다는 것 보여줘야”
  1. 17~10일 선상투표 실시…선원 2821명 대상
  2. 2‘바다에게 생명을 우리에게 미래를’…바다식목일 공모전 주제어 대상 선정
  3. 3휴어기 맞은 수산업계 외국인 선원 귀향 ‘진퇴양난’
  4. 4싼 임대료·관세 혜택에 기업 유치 기대
  5. 5주가지수- 2020년 4월 6일
  6. 6금융·증시 동향
  7. 7 중기 신남방 홈쇼핑 입점 지원
  8. 8 부산롯데호텔 친환경 캠페인
  9. 9“나도 긴급재난지원금 받자” 건보료 조정 민원 쏟아진다
  10. 10SM상선, 2M과 미주노선 공동서비스 개시
  1. 1부산신항서 선박과 충돌한 크레인 넘어져 … 경상자 1명
  2. 2부산 120번 확진자, 터키서 귀국한 20대 남성
  3. 3부산 사하구에서 잇따라 선거 벽보 훼손…경찰 “엄중 사법 처리하겠다”
  4. 4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총1만 284명 … 46일만에 신규확진 50명 아래로
  5. 5‘해열제 검역통과’ 처벌 방침 “사실대로 보고하면 괜찮다”
  6. 6오늘 부산 날씨, 맑고 일교차 커
  7. 7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 치료?…방역당국 “추가 연구 필요”
  8. 8마스크와 용돈 기부한 10살 소녀... "대한민국 파이팅"
  9. 9영도구 사찰 인근서 원인불명 화재 발생
  10. 10크레인붕괴로 부산신항 정상화 장기간 차질…피해액 수백억 원 추정
  1. 1손흥민 6월엔 볼 수 있을까
  2. 2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8월로 연기
  3. 3LPGA, 코로나 여파 수입 끊긴 선수에 상금 선지급
  4. 4롯데, 추재현 영입 “2년 후 내다본 트레이드”
  5. 5위기에 빛난 ‘닥터K’…스트레일리 4이닝 7K 호투
  6. 6프리미어리거, 연봉 30% 삭감 반대…“부자 구단만 이득”
  7. 7내년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1997년생도 ‘태극마크’ 단다
  8. 8LPGA 투어 6월 중순까지 중단
  9. 9‘전설’ 코비 브라이언트,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
  10. 10“허약한 수비 보완, kt 색깔 맞는 농구 선보이겠다”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철학자 김동규·건축가 홍순연 ‘걷다가 근대를 생각하다’
이경식의 '철학 기행'
토지, 공존과 상생의 토대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조성일 지음) 外
오웰의 코(존 서덜랜드 지음·차은정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골프계가 말하는 트럼프의 민낯
편견과 차별에 맞선 과학자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긴 여행’ - 강민석 作
‘부산 마리나’ - 박경태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무릉리 돌담 /김정
구포역 /문운동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킹덤2’ 김은희 작가
영화 ‘이장’ 정승오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이승환·신승훈 목소리와 함께한 ‘30년’
다시 뜨거워지는 ‘월화드라마’ 시장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봉준호 영화와 ‘사건’의 철학
‘페인 앤 글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BIFF 리뷰 [전체보기]
폐막작 ‘윤희에게’
‘마르게와 엄마’
BIFF 현장 [전체보기]
위장이혼 하자마자 복권에 당첨된 남자
“장애인 돌봄 활동하며 느낀 점 영화에 담아”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4월 7일
묘수풀이 - 2020년 4월 6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7일(음 3월 15일)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6일(음 3월 1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 10월 11일·12일
오늘의 BIFF - 10월 10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施救患難
貴大患若身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