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2> 초미의 관심사, 지금 당장의 이것

진리와 깨달음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6-23 18:48:15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죽은 제자에게 법을 베푸는 월산(月山) 스님의 법문이 있다. 제자의 이름을 부르며 '너 이놈아!'로 시작되는 이 법문에는 눈앞의 이런저런 일을 우선 처리한다는 핑계로 수행과 깨달음을 뒤로 미루던 제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흘러넘친다.
참선은 그 과정과 도달처가 '지금 당장의 이것'으로 귀결된다.
초미(焦眉)라는 한자어가 있다. 눈썹에 불붙은 것 같다는 뜻이다. 우리 각자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무엇이 될까. 상황에 따라 시험 합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건강 회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공동체의 평화 유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월산 스님과 같은 선사들이 규정하는 초미의 관심사는 지금 당장 닦고, 지금 당장 깨닫는 일 외에 다른 것이 없다. 경허 스님은 이 일을 이렇게 노래했다.

"예전 사람 참선할 제, 한순간도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잠 오는 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하루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한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닦고 무엇을 깨닫는다는 것인가. 참선은 그 과정과 도달처가 '지금 당장의 이것'으로 귀결된다. 진리라는 것이 지금 당장의 이것을 떠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무엇을 설정하고 그것을 잡으려 하면 오히려 멀어져 버리는 것이 이 일이기도 하다.

또한 잡으려 하기를 멈추는 순간, 일상의 가장 평범한 일들이 바로 진리의 얼굴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 이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지금 당장의 이것들이 진리의 이름으로 호명된다. '뜰 앞의 잣나무' '삼 서 근' '마른 똥 막대기'가 그 현장에서 일어난 지금 당장의 이것이었고 진리의 이름이었다. 부처님이 새벽별을 보고 깨달았다면 새벽별이 지금 당장의 이것이 된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진정한 수행과 깨달음은 평범함으로 돌아오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별한 경계는 오히려 장애로 인식되기까지 하였다.

이런 얘기가 있다. 당나라 때 법융(法融) 선사라는 이가 깊은 선정에 들자 새들이 매일 꽃을 물어다 바치는 이적이 일어났다. 그가 머무는 산에는 자줏빛 서광이 감돌기까지 하였다. 이에 당시의 큰 스승이던 도신(道信) 선사가 그를 찾아가 가르침을 베푼다. '이런저런 생각을 끊으라. 그러면 벗어날 중생계가 따로 없고, 추구할 진리가 따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법융 선사는 이 가르침으로 깨닫게 된다. 그러자 새들이 꽃을 물어다 바치는 이적이 사라졌다. 참선의 지향이 지금 당장의 이것과 하나로 만나 노니는 일에 있음을 역설하는 얘기이다.

사실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일은 참으로 유혹적이다. 무엇인가 기적 같은 일이 있어야 진짜 가치 있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선은 하루 한 끼 먹는 일을 표방하는 대신 절식과 폭식 사이를 오가지 않고자 한다.

매일 세 번의 예불, 혹은 여섯 번의 예배를 내세우는 대신 오만함에 빠지지 않고자 한다. 초인적 수행을 자랑하는 대신 정신적 나태에 빠지지 않고자 한다. 참선은 시공간 너머 저쪽을 보는 대신 지금 당장의 이것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며 밝게 눈 떠 있고자 한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4. 4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5. 5“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6. 6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7. 7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8. 8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9. 9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10. 10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8. 8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