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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화현장 <34> 청솔서점 주인, 장르문학 작가 방대진의 도전

‘북벌’ 역사 판타지… 부산 소설가의 이토록 독특한 도전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7-08-17 19:31:0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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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의 학교로 둘러싸인
- 전포동의 작은 청솔서점

- 그 주인이 ‘서북공정’의 작가다
- 효종의 북벌을 소재로 한
- 종횡무진 역사 판타지 장르물이
- 14년 된 이 서점에서 태어났다

- 적성 모르고 신방과 갔다가
- 뒤늦게 역사교육과에 편입한
- 소설가의 도전이 계속 궁금하다

“정이로는 저녁을 먹은 후 포만감에 적의 긴장감이 최대한 풀려 있을 때를 기다렸다. 이로가 손을 들자 풀숲에서 기다리던 군사들이 일제히 화전에 불을 댕겼다. 이로가 손을 내리자마자 마치 비 오는 것처럼 불화살이 청의 주둔지로 날아갔다. 연이어 수십 대씩의 불화살을 쏘자 주둔지 안의 거대한 막사들에는 순식간에 불이 붙어 타올랐다.” (368쪽 ‘필사의 전투’ 중)
   
방대진 소설가가 생업의 터전이나 작업실인 청솔서점에서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올해 7월 나온 방대진(53)의 장편 역사판타지소설 ‘서북공정(西北攻征)’(황금소나무 펴냄)에서 조선의 비밀 군사들이 만주의 심양 근처에서 청나라 팔기군을 기습하는 장면이다. 어떤 사연 때문인지는 일단 둘째 치고, 한국 소설에서 조선 군사들이 청나라의 팔기군을 대놓고 공격하는 장면이 또 있었을까 싶었다.

‘서북공정’은 한마디로, 종횡무진이다. 조선 제17대 임금 효종(재위 1649~1659년) 때인 1658년 12월 한양 한복판에서 이조참판의 말썽쟁이 막내아들 정이로가 앵속, 그러니까 양귀비, 다시 말해 불법 마약류 아편을 흡입하는 개망나니짓을 하다가 아버지 이조참판 정성식이 역모 혐의로 잡혀가는 모습을 보는 장면으로 ‘서북공정’은 시작한다.

역사와 판타지가 어우러진 이 소설은 북벌(北伐)을 둘러싼 공방과 암투 속 한양과 궁중, 광개토대왕의 흔적과 비밀을 간직한 강계 등 한반도 북쪽 땅, 명·청 교체기의 혼란과 전운이 안개처럼 도사린 만주와 중국 땅을 종횡무진 다닌다. 사건과 배경을 강조하는 장르문학 작품이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역사 판타지 작품인 ‘서북공정’의 공(攻)은 ‘치다, 때리다, 공격하다’의 공이고, 정(征)은 ‘정복한다’는 뜻이다. 한반도 서북쪽 만주 땅을 조선이 정벌하겠다는 속뜻이 있다.

이 별난 이야기를 쓴 소설가를 찾아가서 만나보고 싶었다.

■서점 한쪽 작업실에서 태어난 장편

   
청나라 팔기군 복식과 깃발. ‘서북공정’에서 조선 비밀 부대가 팔기군을 기습한다.
지난 11일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에서 내려, 염천을 뚫고, 부산진구 전포동 동성고 앞까지 찾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너무 더웠다.

마침내 동성고와 동성초등학교 사이, 길모퉁이의 청솔서점을 찾았다. ‘서북공정’을 쓴 방대진 소설가의 삶터이자 집필실인 청솔서점에 들어섰다는 안도감도 잠시. 더 더웠다. 60㎡ (18평) 남짓한 작은 서점 안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한쪽에 칸막이를 놓아 마련한 작업실에서 선풍기만 우렁찬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함께 온 김종진 사진기자가 촬영하느라 흘리는 땀이 두두둑 서점 바닥에 떨어졌다.

“청솔서점을 2003년 이 자리에 열었으니 14년 됐네요.” 청솔서점이 들어선 자리는 ‘전포동 학교의 숲 한가운데’ 격이다. 동성고, 부산동고, 부산마케팅고, 덕명여중, 부산동중, 부산진여중, 동성초등학교, 성북초등학교가 서점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다닥다닥 붙어있다. “학교가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이 근처가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를 배양하기 좋은 배움의 명당인가 봅니다.” 일부러 좀 호들갑스럽게 방 작가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명당이라….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마 부산에서 단위 면적당 학교가 가장 많은 동네인 건 확실할 겁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개그’를 질문으로 던졌는데 ‘다큐’가 답변으로 돌아온 느낌. 순간, 방 작가가 아주 진지한 소설가일 것이라는 좋은 느낌이 휙 스쳐 지나갔다.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학교에 둘러싸인 작고, 조금 외로워 보이고, 약간 한산한 느낌의 청솔서점에서 아직은 무명인 한 소설가가 문학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주류 문학’과는 결이 다른, 역사 분야 ‘장르 문학’(추리소설, 판타지소설 등을 일컫는 말)을 개척하면서. 부산 문단에서 독특한 존재인 그는 매력적인 인터뷰 대상이었다. 인터뷰 주제는 ‘한 무명 소설가의 도전’이 되어야만 했다.

■“역사와 상상 넘나드는 빠른 호흡”

   
경기도 여주의 효종대왕 영릉 재실(보물 제1532호). 국제신문 DB
1964년생인 방 작가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광고와 홍보 계통에서 일하다 1994년 소설집 ‘옴파로스’를 내면서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4년 봉림대군(뒷날의 조선 효종)의 북벌을 둘러싼 역사 장편소설 ‘왕의 반란’을 내놓았고, ‘서북공정’은 두 번째 장편이다. 역사를 워낙 좋아해 “신방과가 아니라 역사교육과에 가서 역사 교사가 됐어야 했다”고 인터뷰 도중 털어놓은 그는 40대 초반 신라대 역사교육과에 편입해 2008년 졸업하면서 교사 자격증을 땄다.

본격적으로 작품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기자)“‘서북공정’은 효종의 북벌 정책이 소재입니다. 소재로 삼긴 했지만, 실제 역사의 전개와는 아예 다른 이야기죠?”( 방 작가) “그렇습니다. 효종의 북벌은 결국 왕권 강화를 위한 제스처로 끝났죠. 하지만 북벌을 소재로 역사적 상상을 펼칠 수 있다고 봤어요. 혼란한 명·청 교체기였던 그때 우리가 북벌을 단행했다면, 만주 쪽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호기롭게 한반도 바깥으로 진출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기자)“소설에서는 효종이 키운 친위세력이 모종의 임무를 띠고 북쪽으로 갔다가 광개토대왕이 남긴 엄청난 양의 황금을 발견합니다. 이때부터 ‘서북공정’은 역사와 판타지를 넘나들면서 전투, 음모, 사랑, 이별, 상상, 환상을 교차시키고 빠르게 전개됩니다.”(방 작가)“‘서북공정’은 장르문학 작품이니까요.” (기자)“빠른 장면 전환은 소설에 활력을 주지만, 탄탄하게 꽉 짜이지 못한 느낌을 주는 대목과도 마주쳤습니다. 정이로의 연인 월향이 너무 갑자기 죽는다든가, 윤선도 노인의 예언 능력이 과도해 보이는 대목 등입니다. 고려방 군사나 태왕신교 종교집단 등의 군사적 측면이 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방 작가)“주제를 전개하기 위해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역사 장르문학 작품 계속 도전”

‘서북공정’은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한 편의 역사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매력적인 요소와 속도감을 갖춘 점 그리고 작가가 장르문학 계열 작품으로 처음부터 기획하고 써 내려갔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

방 작가와 인터뷰하면서(결국 더위를 못 견디고 근처 카페로 옮겨야 했다) 역사에 천착하는 장르문학 소설가로서 도전 정신을 느낀 것이 더 반가웠다. (방 작가)“‘서북공정’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는데 퇴짜만 맞았죠.” (기자)“몇 군데나?” (방 작가) “스무 곳.” 마지막으로 원고를 보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기획출판이 성사됐다. “후속작은 역사장편소설로, 일본 대마도나 규슈 쪽을 담아볼까 해요.”

청솔서점 주인장, 소설가 방대진의 도전은 계속된다. 흔들림 없이.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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