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뮌헨 바이에른 오페라 극장
- 두터운 관객층 점유율 96% 넘어
- 재정자립 낮아도 정규직 900명
- 주정부·뮌헨시 전폭적 보조금
- 시즌제·페스티벌 겸하는 운영력
- 1분에 무대전환 가능한 기술력
- 전속 예술가들이 10년 내다보고
- 협업으로 빚어낸 종합예술 선사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뮌헨이다.”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 씨는 오페라 축제 수십여 개와 수많은 극장을 다녀온 뒤 쓴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시공사 펴냄)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은 오페라의 본고장이 아니고,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은 과거의 영화에 미치지 못하며, 빈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연출이 많고, 잘츠부르크는 시즌을 운영하는 오페라 극장이 아닌 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Bayerische Staatsoper·이하 바이에른 극장)이 단연 최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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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의 기념품 가게(왼쪽)와 지난 6월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과 BMW가 주최한 ‘2017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의 야외 무료 행사 모습. ⓒ Bayerische Staatsoper/ Wilfried Hosl |
지난 7월 22일 뮌헨을 찾았다. 뮌헨은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하지만 뮌헨의 별명은 ‘장난감 마을’ ‘박물관 도시’다. 140만 명 규모인 인구, 경관을 해치지 않는 낮은 건물, 그 속에 자리한 수십여 개 미술관 박물관 등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도심 곳곳에서 보수 공사 현장이 자주 보였다. 현지인은 “건물과 시설을 없애고 새로 짓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수를 택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겉모습을 쉽게 바꾸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도시의 모습은 뮌헨의 바이에른 극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극장 뒤에 자리한 현대식 사무동 건물에서 만난 허닝 루허 예술감독은 “뮌헨 사람은 오랜 것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갇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이며, 최고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뮌헨에서 오페라가 첫 상연한 건 1653년, 16세기에 지어진 바이에른 궁정 극장에서였다. 1750년 불이 나 이 극장은 몇 년 뒤 ‘쿠빌리에 극장’(500석)으로 재건됐다. 오페라 문화가 꽃피었고, 1818년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2101석) 건립으로 이어졌다. 2차 대전 때인 1943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외벽만 남게 됐지만, 뮌헨 시민은 20년 뒤 재건했다. 바이에른 극장은 2101석 오페라 극장뿐 아니라 쿠빌리에 극장, 프린츠레겐텐 극장, 궁정 교회를 아우른다. 오페라, 발레, 음악회 등 시즌당 451회 공연을 올리는데, 오페라는 173회이며 작품 수는 40여 개다. 시즌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올린다고 볼 수 있다.
■영화가 된 극장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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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열리고 있는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모습.
ⓒ Bayerische Staatsoper/ Wilfried Hosl |
유럽의 극장은 보통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나는 ‘시즌제’로 운영되고 여름 휴가철에는 대부분 문을 닫는다. 하지만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은 ‘시즌제’와 ‘오페라 페스티벌’ 두 가지 형태를 모두 운영한다. 정확히 말하면 시즌(9월~이듬해 7월)을 결산하는 개념의 페스티벌(6월 말~ 7월)이 시즌제 안에 포함된 셈인데, 한 형태만 취하는 일반 극장과 다르며 관객 선택권도 훨씬 넓다. 페스티벌에는 시즌 중 선보인 작품 가운데 우수하거나 뮌헨과 연관된, 의미 있는 작품을 추려 올린다. 40여 일간 언론을 초대해 홍보하고 가끔 실험적인 1~3개 작품을 초연(Premiere)한다.
이 기간에 일주일만 뮌헨에 머무르면 오페라 4~6편은 볼 수 있다. 공연 방식은 여러 작품을 단기간에 번갈아 가며 올리는 ‘레퍼토리 방식’와 한 작품을 장기간 올리는 ‘스타지오네 방식’으로 나뉘는데 바이에른 극장은 전자를 택한다. 스타지오네 방식보다 여러 작품 세트와 소품을 동시에 보관할 장소, 리허설 공간, 무대 전환 인력이 더 필요해 선진 극장이 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라 스칼라(밀라노),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코펜하겐) 등 독일어권 오페라 극장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뉴욕) 등의 방식이다.
바이에른 극장의 숨겨진 무대 기술력은 무대 위의 연출력 만큼이나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전통을 내세우면서도 내부적으로 최고와 최신을 지향한다. 지난해 6월 이를 소재로 ‘Ganz große Oper’(오페라의 모든 것)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개봉했다. 영화에 출연한 니콜라스 바칠러 극장장은 “우리 극장은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모든 게 다 있다. 일반 극장에서 무대를 만드는데 3주가 걸린다면 우리는 6시간 만에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오페라의 무대 전환은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든든한 재정과 두터운 팬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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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닝 루허 예술감독 |
바이에른 극장의 성장 동력으로 바이에른주와 뮌헨시의 재정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극장 측은 지난해 수입이 1억 598만 5959 유로(약 1430억 원)라 했다. 주정부와 뮌헨시 보조금이 64% (6820만 9455유로, 약 924억 원), 입장료 28%, 기부 후원 4%, 객원 협연 1%, 부수입이 2%이다. 이는 예술인 인건비 51%, 직원 25%, 사업 운영 22% 등으로 지출된다. 이 극장에는 지휘자 11명, 성악가 28명, 오케스트라 165명, 발레 69명, 합창 102명, 기술 인력 230명, 무대 장치 63명, 분장 24명, 무대 의상 124명 등 965명이 정규직으로 일한다.
극장 전속 예술가들은 10년 이상 내다보고 협업으로 빚어낸 종합예술을 선사한다. 루허 감독은 “3, 4년에 한 번씩 작품을 개발해 새로운 이야기와 예술가를 발견하고 새로운 종합예술을 생산한다. 관객은 오늘날 예술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전폭적인 공공보조금은 오랜 전통에서 비롯한 두터운 관객층에 기인했다. 극장에는 멋을 낸 드레스와 화려한 장신구를 한 ‘우아한’ 관객이 즐비했다. 턱시도를 입고 휴대용 망원경을 든 남성도 많다.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고(지난해 객석 점유율 96.85%) 기념품 가게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페라 사랑’이 있었다. 여기에 공공보조금을 대는 건 도시 이미지 재고와 소비 활성화 등 효과도 있지만, 그에 앞서 뮌헨 시민에겐 오랜 ‘상식’이었다. 재정자립도 36%가 용인되는 이유다.
오페라 역사 360년, 극장 문화만 200년인 바이에른 극장의 운영을 21세기에 생기는 새로운 오페라하우스에 적용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루허 감독은 “부산의 경우, 이제 첫발을 내딛는 만큼 일정 기간을 정해 오페라 한 두편을 선보이다 횟수를 늘려나가는 편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보조금 규모와 운용 방식이다. 상황이 다른 한국에서 선진 오페라 극장 같은 방식을 쓸 수는 없다.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운영 방안과 재정 규모 논의는 아직 제자리에 있다. 부산시 오페라하우스 추진단 윤준용 단장은 “예술단체가 상주하고, 스타지오네 방식으로 공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실시 설계와 착공에 따른 ‘운영 계획과 개관 프로그램’에 관한 용역을 내년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뮌헨=최민정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