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회 맞은 오페라 페스티벌
- 베르디 ‘아이다’ 2개 버전 선보여
- 아레나 내부 좌석 2만개 달해
- 공연 레퍼토리는 대중성 추구
- ‘토스카’‘나비부인’ 등 무대 올려
- “공공 지원과 정책 뒷받침 중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유명한 베로나는 이탈리아 도시 가운데서도 관광객이 많은 도시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열리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대표 명물이다. 거대한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인 ‘아레나 디 베로나’(이하 아레나)에서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 6월 말부터 50여 일간 40만 명이 베로나를 찾는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축제인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세계대전 때 말고는 해마다 열려 올해 95회를 맞이했다.
| |  |
| ‘2017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1913년 버전’. ⓒFondazione Arena di Verona/Ennevi |
지난 7월 28일 찾은 베로나는 ‘벨라 베로나’(아름다운 베로나)라는 별칭처럼 아름다웠다. 전통 미술품과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도시 자체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위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와 독일 뮌헨이 있고 양 옆에 밀라노와 베네치아, 아래에 피렌체와 로마가 있어 교통 요지다.
아레나 주변 브라 광장에는 이번 시즌 오페라에 등장하는 무대와 소품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엄청난 크기의 스핑크스, 동상, 가구, 기둥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연이 끝나면, 스태프들은 밤에 무대를 해체하고 낮에 새 무대를 설치한다. 그렇게 날마다 오페라 작품을 번갈아 선보인다. 아레나에는 지붕이 없다. 그래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무대와 소품을 설치할 수 있다. 이때 아레나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한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거대한 소품을 구경하며 아레나에서 볼 오페라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고대 건축물서 공연, 진한 감동
| |  |
| 관객으로 가득 찬 아레나 디 베로나 내부 광경. |
이날 작품은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상징인 ‘아이다’의 1913년 버전이었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가 노년기에 만든 ‘아이다’는 1871년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극장의 개관 작품이었다. ‘아이다’는 초연하자마자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1913년 툴리오 세라핀 지휘자는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1회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작품으로 ‘아이다’를 올렸다. 이후 아레나에서는 ‘아이다’가 650회 넘게 상연됐다. 올해는 개막 첫해 올린 ‘아이다’와 현대 ‘아이다’ 두 가지 버전이 선보였다.
무려 68개 입구를 통해 아레나에 들어선 관객 1만 4000여 명은 좌석을 가득 메웠다. 밤 9시가 되자 석양이 깔렸다. 오묘한 하늘색과 달빛은 낭만적인 여름밤을 완성했다. 전통대로 관객들은 입장 때 받은 촛불을 밝혀 공연 시작을 알렸다. 달빛 아래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이 짙어졌다. 이들의 아리아는 음향 기기 없이도 아레나 가장 꼭대기 객석까지 깨끗하게 전해졌다. 1만 4000여 명의 갈채에 주역이 느끼는 감동도 커 보였다. 수백 명의 군무와 합창은 화려했다. 이따금 부는 선선한 바람이 객석의 열기를 가라앉혔다.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은 상대적으로 ‘대중성’을 추구한다. 공연당 2만 명에 가까운 좌석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길리아노 폴로 총감독은 “아레나 자체가 강점이자 약점이다. 고대 건축물에서 2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함께하는 느낌은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한다. 하지만 관객 2000명만 와도 다른 극장은 성공인데, 우리는 5000명이 와도 실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레퍼토리도 대중에게 유명한 작품으로 구성한다. 올해는 ‘토스카’ ‘나부코’ ‘리골레토’ ‘나비부인’ 등이었다.
■“문화 정책과의 협조 중요”
| |  |
| 길리아노 폴로 총감독 |
아레나 공연에서 ‘대박’이 나면 티켓 수익은 다른 ‘작은’ 극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폴로 총감독은 “한해 예산은 평균 4000만 유로(약 540억 원)인데 티켓 수익의 비중이 50% 정도다. 홍보를 중시해 연 100만 유로(약 13억 원)을 홍보예산에 책정한다”고 말했다. 예산의 33%는 정부와 시 지원금이고, 나머지가 후원금이다. 이 페스티벌은 최근 ‘위기’를 겪었다. 2014년과 2015년 이탈리아의 경제가 악화됐을 때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은 이례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폴로 감독은 “당시 정부 차원에서 대표를 교체하고 지출 규모를 10% 줄였다. 다행히 지난해 회복했다. 앞으로 정부에서 1000만 유로를 지원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해 “새 극장을 짓고 문화에 재정을 투자하는 것은 환영할 소식이다. 문화는 사람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준다. 한국에는 훌륭한 성악가와 연주자가 많으니 잘할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공공적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기대 효과 중 하나로 ‘관광 분야 파급 효과’를 내세웠다. 마리나 시설, 크루즈 관광과 연계해 관광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의 오페라 하우스와 클래식 공연장, 미술관을 자주 돌아보고 예술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부산 드림원정대 이상훈 대표는 “최근 부산과 멀지 않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를 대표하는 마린스키 오페라 극장 분관이 들어섰다. 유명한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리 게르기예프 예술감독이 총지휘한다. 부산이 오페라하우스와 관광의 연계를 생각한다면, 관광객이 ‘잊지 못할’ 특색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로나=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