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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공연 리뷰] 관객과 하나된 젊은 지휘자의 ‘유쾌한 구애’

최수열 시향 취임연주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01 19:00:25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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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향 부활 예고한 성공작
- 슈트라우스 사이클 첫발 호평
- 청중 기립박수… 메마른 음향 ‘흠’

부산시립교향악단 제11대 최수열 상임지휘자의 취임연주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저녁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은 청중으로 가득 찼다. 새 지휘자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뜨거웠다. 이미 쿠렌치스, 페트렌코로부터 촉발된 젊은 지휘자 열풍은 조르당, 두다멜, 유롭스키로 이어지며, 세계 오케스트라 판도를 바꿀 만큼 ‘영 파워’는 약진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50년 역사의 부산시향이 38세의 최수열을 영입한 것은 베를린 필 등 유럽 악단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재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성공작이었다.
지난달 29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최수열 부산시향 상임 지휘자 취임 연주회에서 최 지휘자가 공연이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최수열은 우선 서곡, 협주곡, 교향곡의 판에 박힌 형식을 깼다. 또한 공연 타이틀 ‘유쾌한 시작’의 시작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천근의 무게감을 지닌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부산시향과 첫 포문을 열었다. 속내는 다른 데 있었다. 후반부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배치해 축제 분위기로 끝내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 묵직한 브람스와 상큼한 슈트라우스 사이에 낀 하이든의 교향곡은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최수열의 의중이 묻어났다.

양성식의 바이올린은 시간의 퇴적을 담고 진중하게 흘렀다. 결코 튀지 않고 관현악과 하나 되는 양성식의 바이올린과, 협연자를 배려하며 웅혼한 낭만주의를 지향하는 최수열의 해석은 오랜만에 듣는 농익은 브람스였다.

‘교향곡의 아버지’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을까. 실연으로 접하기 힘든 하이든의 교향곡 1번은 의외였다. 그러나 최수열은 하이든을 ‘끼워 넣기’식 음악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불과 30명 남짓한 단원들로 섬세한 다이내믹을 실현하며 20대 청년 하이든의 기상을 표출했다. 마치 거장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모차르트를 지휘하듯 강력했다. 우리 교향악단들이 외면하는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최수열과 시향이 제대로 연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100명이 넘는 단원으로 무대를 꽉 채운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은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 사이클의 신호탄이자 최수열의 장기이기도 했다. ‘옛날 옛적’ 주제를 노래하는 현악기는 두툼한 질감이 느껴졌다. 틸의 주제가 호른에 이어 목관악기로 연결되는 부분은 ‘선과 선’이 아니라 ‘면과 면’으로 중첩되었다. 성직자에게 농담을 던지는 틸을 묘사하는 부산시향 비올라 파트는 은근한 매력마저 발산했다. 오케스트라의 기능적인 면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에 안성맞춤인 이 대곡을 최수열은 자유자재로 휘저으며 ‘장례행렬’에서 절정을 구가했다.

젊은 지휘자에게 볼 수 있는 적극적인 ‘구애’는 곧장 통했다. 최수열은 특유의 제스처로 청중을 기립시켰다.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걱정 없이’ 폴카가 앙코르로 나오자 객석은 환호했다. 이 정도면 기존 애호가뿐 아니라 청소년 관객도 팬으로 유입할 수 있지 않을까.

옥에 티는 공연장의 메마른 음향이었다. 저음 악기의 배음은 반감되었고 전합주에서 터지는 쾌감은 약했다. 부산시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세브란스홀이 음향판 리모델링으로도 큰 효과를 본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중국 전국시대 문인 유협의 문심조룡 ‘지음(知音)’ 편에는 천 개의 악곡을 연주해본 다음에라야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슈트라우스 사이클이 모두 끝나는 시점에 부산시향의 ‘유쾌한 시작’이 ‘진지한 끝’으로 마무리되며 ‘지음’에 도달하기 바란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클라라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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