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맨헌트’ 리뷰] 홍콩 누아르의 무성의한 반복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15 19:14:0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맨헌트’는 다카쿠라 켄 주연의 일본 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의 리메이크작이다. 소설가 니시무라 쥬코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원작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인 1978년 중국에서 상영해 관객 3억 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오우삼 감독은 ‘영웅본색’(1986)에서 주윤발의 이미지를 만들 때 다카쿠라 켄에게서 많은 요소를 가져왔음을 털어놓은 바 있다. 2014년 다카쿠라 켄의 사후, 감독은 이 배우에게 헌정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작을 바탕으로 다시 만들 결심을 굳혔고, 한국 중국 일본 배우와 제작진이 뭉친 다국적 프로젝트로 완성되었다.
   
‘맨헌트’의 한 장면. BIFF 제공
국회의원 의문사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도리어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되자,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며 수사를 방해하는 이면에 숨겨진 제약회사의 비리를 밝히려 한다는 원작은 이 영화에서 일본계 제약회사의 기밀을 다수 취급하다 회사를 떠나게 된 중국인 변호사로 주인공이 각색된다. 살인 용의자가 되어 도망치는 변호사 두추(장한위)와 그를 돕는 조력자 마유미, 두추를 표적으로 삼은 경찰 수사관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 암살을 청부받은 킬러 집단 간 3파전이 신주쿠 대신 오사카로 무대가 바뀌어 펼쳐진다.

홍콩 누아르의 대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오우삼은 ‘맨헌트’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인장을 남겨놓는다. ‘영웅본색’에서 ‘페이스 오프’(1997)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장기로 꼽히는 총격 액션 시퀀스가 곳곳에 들어 있으며,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비둘기떼의 출현, 체포 대상인 두추가 수사관 야무라와 은연중에 서로 신뢰하고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것은 ‘첩혈쌍웅’(1989)의 영향을 의식하게 한다. 그러나 ‘맨헌트’에는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쓰고, 돈과 권력에 의해 공정한 법 집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통해 현대 법질서의 존재 의의에 회의를 던졌던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의 주제의식이 없다. 원작이 진중한 스릴러였다면, 리메이크는 총격이 난무하는 홍콩 누아르의 무성의한 반복에 그친다.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과거 오우삼의 작품에는 구경거리로서 액션을 넘어선 휴머니즘이 있었다. 주윤발과 적룡, 이수현 등이 연기한 오우삼의 남자들은 협객으로서 도의심, 의리와 우정을 중히 여기는 도덕적 가치관의 화신으로서, 각박한 현대사회와 불화하며 고전적 비극의 비장함과 연민을 끌어냈다. 그러나 ‘맨헌트’의 인물들은 그와 같은 감정 이입의 여지가 남아있지도, 각자의 성격이 뚜렷하게 부각되지도 않는다. ‘맨헌트’는 106분의 짧은 러닝 타임 안에 정리되기 어려운 등장인물, 서브플롯의 산만한 난립, 과정을 건너뛰고 급작스럽게 친밀해지는 인물 관계의 묘사로 ‘영웅본색’과 ‘영웅본색 2’(1987), ‘첩혈쌍웅’ 만큼의 설득력과 진정성을 갖지 못한다.

남은 건 예전 작품에서 껍데기만 갖고 온 감독의 매너리즘, 현대 영화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연출 역량의 쇠퇴일 따름이다. 안타깝게도 ‘맨헌트’는 자신의 시대를 떠나보낸 예술가가 어떻게 실패하는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7. 7[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