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욱 피아노 연주 보고 힐링
- 작품 협업 제의해 제작 의기투합
- 자살 결심한 사람 피아노로 구원
- 세월호 가족에 위안주려 더 매진
- 이전 정권서 BIFF 강제로 침수
- 개막식서 손팻말·사과요구 이유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 ‘터치’ ‘사랑이 이긴다’로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된 바 있는 민병훈 감독이 올해는 ‘황제’(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로 BIFF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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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업한 영화 ‘황제’로 제22회 BIFF를 찾은 민병훈 감독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민 감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BIFF는 강제로 침수된 것 같다. 최근에는 영화제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며 BIFF에 대한 애정 담긴 걱정부터 털어놨다. 그가 지난 12일 BIFF 개막식에서 ‘니가 가라’라는 손팻말과 사과를 들고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한 이유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한 민병훈 감독의 ‘아티스트 시리즈 프로젝트’ 4번째 영화 ‘황제’는 소설가 장원, 전직 피아니스트 가영, 성형외과 의사 새날 등 자살을 결심한 세 인물과 장원의 희극 속 두 남녀 이주, 일환이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피아노 소리를 통해 생을 구원받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촬영 현장음을 그대로 살린 김선욱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서울 이탈리아 영국 헝가리에서 2년간 촬영한 영상의 조화가 눈과 귀를 ‘힐링’하게 만드는 매혹적인 영화다.
“영화 ‘터치’의 배급 문제로 심신이 지쳤을 때 김선욱의 연주회에서 힐링을 체험했다. 예술이 예술가를 치료해주는 것이 좋았다. ‘내 영화가 이렇게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황제’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그는 설명했다.
이후 김선욱에게 집요하게 협업을 제의해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영화를 기획하던 중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가족들과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치유의 시간을 주고 싶어 ‘황제’에 더욱 매진했다. 영화에서 김선욱 앞에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말없이 등장하는데, 그는 “세월호에 희생된 자식을 둔 같은 아빠의 심정으로 촬영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할 때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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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황제’의 한 장면. BIFF 제공 |
올해 영국 런던에서 머물며 활동 중인 김선욱이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기꺼이 BIFF를 찾은 것도 큰 선물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지난 12일 개막식에서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추모 연주를 했으며, 14일 해운대해수욕장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무대 인사에서 멋진 연주를 선보이고 같은 날 밤 해운대 달맞이고개의 한 카페에서 열린 ‘‘황제’의 밤’ 행사에서 짧은 콘서트를 펼쳐 영화제에 힐링의 시간을 안겼다.
한편, 민 감독은 이번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스크린 독과점 시대에 ‘황제’ 같은 영화가 설 자리는 없다. 그래서 극장 개봉 대신 대학 기업 단체 개인 등 ‘황제’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에게 직접 찾아가 상영하는 새로운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음악과 영상이 중요한 영화임에도 극장 개봉을 포기하면서까지 스크린 독과점에 저항하려는 그의 결연한 의지에 지지를 보내며 ‘황제’가 많은 관객과 만나길 기대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