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필름 영화학교 1·2기 출신
- 섬세한 감수성 고스란히 표현
- 평범한 사람의 성장기 그려내

- 작년 이어 두 번째 찾은 이동은
- 배우 아닌 연출가로 무대 선 이환
- “관객과 만날 땐 항상 설레고 좋아”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전 세계의 수준 높은 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즐거움과 앞으로 한국영화를 이끌 젊은 영화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는 만들어준다는 큰 의미가 있다.

올해 BIFF 한국영화의오늘 부문에 초청된 ‘당신의 부탁’의 이동은 감독과 ‘박화영’의 이환 감독은 미래 한국영화를 이끌 ‘젊은 피’로 손색이 없다. 명필름 영화학교 1기(이동은 감독)와 2기(이환 감독) 출신이라는 점과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감독을 만나 BIFF 초청 소감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당신의 부탁’ 이동은 감독. 김종진 기자 (왼쪽), 영화 ‘박화영’ 이환 감독. 서정빈 기자

■두 감독에게 BIFF란

이동은 감독은 지난해 ‘환절기’가 초청되면서 처음 BIFF를 경험했다. 지난해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는데 “올해는 두 번째라 마음껏 즐기자는 생각으로 BIFF에 왔다. 그런데 지난 13일 ‘당신의 부탁’의 첫 GV에서 너무 떨려 진정제를 먹고 무대에 섰다”며 “그래도 제 영화를 가지고 관객과 만날 수 있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으로 BIFF를 찾은 이환 감독은 어떨까? 그의 얼굴을 보면 어디선가 봤다는 느낌을 받을 텐데, 그는 영화 ‘똥파리’ ‘암살’ ‘밀정’ 등에 출연해 우리에게 낯익은 배우이기도 하다. “BIFF에는 이전에 배우로 여러 번 왔는데 첫 장편영화 연출작으로 다시 오게 돼 너무 기쁘고 설렌다. 제가 연출한 영화로 관객과 만나니 신기하다”며 즐거워했다.

■‘당신의 부탁’과 ‘박화영’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세 효진이 어느 날 죽은 남편과 남편의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16세 아들 종욱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효진과 종욱이 어떻게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성장하는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는 가족 드라마다. 이동은 감독은 “‘환절기’의 시나리오를 쓴 해에 ‘당신의 부탁’을 바로 이어 썼다. 그래서 ‘환절기’와 비슷한 상처와 애도, 위로에 관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화영’은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18세 여고생 박화영이 친구들에게 집을 아지트로 제공하면서 벌어지는 아픈 현실을 그렸다. 10대들의 욕과 흡연, 폭력이 여과 없이 표현되기 때문에 관객들 사이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나, 소외된 10대들을 관통하는 감독의 시선에는 애정이 넘친다. 이환 감독은 “2013년 연출한 단편영화 ‘집’을 장편으로 펼쳤다. 박화영과 같은 사람들이 주변 인물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어떻게 힘든 삶을 이겨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나 영화의 색깔은 정반대이지만, 두 영화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성장기를 담았다.

■한국 여배우 임수정·신인 김가희

‘당신의 부탁’의 효진역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임수정이, ‘박화영’의 박화영역은 첫 주연을 맡은 김가희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이동은 감독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일주일 만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 놀라고 기뻤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임수정은 최근 출연한 작품 중 최고의 연기를 ‘당신의 부탁’에서 펼친다.

김가희는 다섯 번의 오디션 끝에 찾아낸 보석이다. 이환 감독은 “오디션을 8개월이나 하면서 김가희 씨를 뽑았다. 촬영 전부터 방을 주고 합숙하면서 박화영이 되도록 했다. 캐릭터에 맞게 몸무게를 15kg이나 찌우고 성격도 바꾸고 욕도 익혀서 촬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박화영’은 김가희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두 감독의 차기작

이동은 감독은 “산업화 세대와 젊은 세대의 문화적 세대 차를 다룬 영화나 오래된 연인의 연애 이야기”를, 이환 감독은 “현재를 사는 20대의 이야기”를 차기작으로 그리고 있다. BIFF로부터 연출력을 인정받은 두 감독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