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폐막작 리뷰] 엄마와 딸, 할머니…우리와 닮아 더 아련한 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20 20:17:44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엄마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그런데 엄마를 닮은 나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엄마로부터 분리되어 살 수 없음을 느낀다. 영화 ‘상애상친’의 딸과 엄마들도 그렇다. 딸은 엄마를 모르고, 엄마는 딸을 모르고, 할머니는 그녀들을 모른다. 딸과 엄마들은 서로의 세계를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아무것도 모른다.
영화 ‘상애상친’의 한 장면. BIFF 제공
‘상애상친’의 난나는 남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남편은 두 번째 부인이자 후이잉의 엄마와 평생을 살았고, 죽고 나서야 난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난나는 남편을 원망하는 대신 매일 남편의 산소를 살피고 돌본다. 두 번째 부인이었지만 자신의 엄마가 아버지와 사랑했음을 후이잉은 알고 있다. 그녀는 죽어서도 엄마와 아버지가 함께 있기를 바라며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첫 번째 부인 난나는 묘를 이장하는 데 반대한다. 두 사람은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 후이잉의 딸, 웨이웨이는 두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새로운 세계는 항상 탄생한다. 물론 기존의 세계도 사라지지 않는다. ‘상애상친’의 그녀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잘 모른다. 세계를 안다는 것은 균열, 갈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 틀렸음을 확인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웃 공동체가 파괴되지 않은 마을에 사는 난나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공동체와 함께 해결한다. 마을은 전통적 세계관을 중시하며, 서로를 의지하며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궁금하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 것은 난나의 의지였을까? 열녀문이 세워져 있는 마을을 떠나는 일은 가능할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을 것이다.

후이잉의 세계는 다르다. 후이잉은 남편이 위층에 사는 여자와 바람이 날까 봐 걱정하고, 교사인 그녀는 학생에 대한 애정보다는 퇴직 이후 인생이 중요하다. 그녀가 관심 있는 일은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일이다. 후이잉은 새로운 질서에 잘 부합해 살고 있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는 다시 전통적 세계관으로 편입되고자 애쓴다. 엄마가 아버지의 두 번째 여자라는 사실을 지우고 싶었던 것일까? 후이잉은 부모의 결혼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찾는 데 매진한다. 웨이웨이는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엄마를, 딸의 인생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난나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자기 일을 위해 할머니를 이용하는 적당히 속물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녀들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후이잉은 법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고, 웨이웨이는 후이잉과 말이 통하지 않아 집을 나온다. 난나는 침묵을 택한다. 대화를 포기한 자리에는 분노와 오해가, 갈등이 폭발한다. 참고 인내하고 희생하던 그녀들이 울고, 화내고, 웃는다. 말을 시작한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작 ‘상애상친’은 과거가 결별해야 할 먼 이야기가 아님을, 미래가 미지의 영역이 아님을 세 여성의 일상을 통해 전달한다.

10일 동안의 짧지 않은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가슴 따뜻한,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아련한 기억을 담고 있다.

김필남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9. 9부산 1000억 문화펀드 조성…퐁피두·라스칼라는 이달 결론
  10. 10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8. 8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