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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69> 기장 갈치

칼 닮은 밥도둑이 물었다, 칼칼하게 조릴까 노릇노릇 구울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24 19:07:31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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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해 보다 씨알 작은 기장갈치
- 붕장어·멸치와 일제 수탈 어종

- 김치에 덤벙 넣어둔 새끼 풀치
- 꼬득꼬득 말린 건갈치 별미
- ‘부산어묵’ 주원료로도 쓰여

- 호박잎과 막걸리로 비늘 벗겨
- 즉석에서 썰어먹는 갈치회
- 애호박 넣어 달큰한 갈칫국
- 구수하고 깊은 맛 속젓 일품

갈치. 오랫동안 우리의 식탁을 맛있고 풍요롭게 했던 국민 생선. 한 때 싸고 맛있고 영양가 높은 서민 생선으로 참 착한 음식이었다가, 지금은 어족 고갈로 귀족 음식이 된 지 오래다. 갈치회, 갈치조림, 갈치구이, 갈칫국, 갈치속젓, 갈치통젓…. 어떻게 해 먹어도 부드럽고, 고숩고, 짙은 감칠맛이 그저 그만인 음식, 갈치.
기장갈치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국민 생선으로 꼽힌다. 맵싸하고 달큰하고 시원한 갈치찌개는 밥 한 공기 뚝딱 하는 밥도둑이다.
갈치는 가을에 가장 맛있는 생선이다. 가을 갈치는 지방분이 많아 고소하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당기는 영양 가득한 음식이다. 왕소금 솔솔 뿌려 석쇠에 두툼하게 구운 갈치구이나 적당한 크기의 갈치를 애호박과 감자, 무, 양파 등을 숭덩숭덩 썰어 얼큰하고 짭짤하게 끓인 갈치찌개… .

갈치 산지인 기장 근처에는 갓 잡은 싱싱한 갈치를 호박잎과 막걸리를 이용해 비늘을 벗겨내고 즉석에서 썰어먹는 갈치회와 각종 야채와 함께 무쳐 먹는 갈치회무침 등도 유명한 식단이다.

그 외에도 애호박을 넣고 담담하게 끓여낸 갈칫국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갈치속젓은 구수하고 깊은 맛 때문에 땡초 넣고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너무나 행복한 맛을 낸다. 각기 조리법은 달라도 모두들 밥도둑의 반열에 드는 근사한 음식들이다.

■도어(刀魚), 군대어(裙帶魚)라 불려

노릇노릇하게 구운 갈치구이.
갈치는 옛 문헌에 칼처럼 생겼다고 도어(刀魚)라고 불렸다. 또는 ‘속치마를 묶는 띠 같이 생긴 생선’이라 하여 군대어(裙帶魚), 칡넝쿨처럼 생겼다고 갈치(葛侈)라고도 했다. 우리말로는 ‘기다란 칼’ 같다고 칼치, 갈치 등으로 불린다.

부산에서는 기장이 주산지로, 다른 지역보다 일찍이 갈치 조업이 이뤄졌고 매년 많은 양의 갈치를 어획하던 지역이었다. 일제강점기 전후로 일본인들에 의해 어장이 개발되어 멸치, 붕장어 등과 함께 일본인들의 어족 수탈 대상이 되었던 어종이기도 하다.

외해의 갈치보다 씨알은 작으나 다양한 쓰임새로 인기가 많았던 것이 기장 갈치였다. 기장사람들은 이 갈치로 가을 기장 무와 함께 갈치섞박지를 담아 겨우내 주요 밥반찬으로 활용했고, 갈치 새끼인 풀치를 덤벙덤벙 썰어 김장김치 속에 담가두었다가 맛이 들면 입 맛없는 봄날, 별미로 즐겨 먹기도 했다.

잘 말린 기장 건갈치.
그 외에도 갓 잡은 갈치는 갈치회로 떠 포구 사람들의 막걸리 안주로 즐겨 올라오기도 했고, 저장성이 떨어지기에 갈치 어획 철에는 내장을 제거하고 넓적하게 펼쳐서 바닷바람에 꼬득꼬득 말려 두었다가 두고두고 건갈치조림으로도 먹었던 기장 별미음식의 식재료였다.

물론 한때 고등어와 함께 서민 생선으로 구이나 조림, 찌개로 올라와 든든한 밥상을 책임지기도 했던, 그리하여 우리 부산사람들 식단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 어족이 기장 갈치였다.

또한 갈치는 비단 우리 식탁뿐 아니라 부산 특산음식인 ‘부산어묵’의 주원료로 널리 활용되기도 했다. 갈치의 새끼인 ‘풀치’를 조기새끼인 ‘깡치’와 함께 한데 넣고 갈아 기름에 노릇노릇 튀기면 우리가 즐겨먹던 어묵이 되었다.

■주요 낚시 대상어이기도 한 갈치

갓 잡아 푸른 빛을 띠는 갈치.
이렇게 우리 식탁에서 요긴한 식재료인 갈치는 주요 낚시 대상어이기도 하다. 한때 지인의 낚싯배를 타고 갈치낚시를 다녔던 때가 있었다. 갈치낚시는 수심 100m의 깊은 밤바다에서 집어등으로 불을 밝히고 한다. 10개의 낚싯바늘에 꽁치 미끼를 달고 1kg 내외의 추를 사용하여 낚는다.

갈치 떼를 만나면 낚싯배 전체가 연신 갈치를 올려낸다. 등지느러미를 물결치듯 움직일 때마다, 집어등 불빛에 갈치는 번뜩이는 긴 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그의 모습은 날렵하면서도 현란하다. 부나비 떼처럼 집어등으로 몰려드는 은갈치 덕분에, 밤새 낚시꾼들은 손맛을 단단히 보고, 갑판에 쌓이는 갈치들로 모두 신이 난다.

잘 잡힐 때는 10개 바늘 채비에 3~5마리씩 낚싯바늘을 물고 올라온다. 개중에는 5지(指)급 갈치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5지란 갈치 체고가 손가락 5개 정도의 너비를 말하는 낚시용어. 크기는 130~150㎝로 갈치 씨알로는 보기 드물게 큰놈이 올라오기도 한다.

■어떻게 조리해도 맛있는 생선

땡초에 비벼 먹으면 맛있는 갈치속젓.
낚시를 해서 잡은 갈치는 우리 식탁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는 주요한 음식이 된다. 우선 갈치구이는 크고 살집 두터운 놈으로 노릇노릇 구워낸다. 적당히 간이 밴 구이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제대로 낸다. 따끈한 밥 한술에 한입 가득 갈치구이를 베어 먹으면, 입안에서 온통 구수한 맛이 돌면서 입안을 참 즐겁게 하는 것이다.

갈치조림은 냄비에 갈치와 무, 배추, 호박 등을 넣고 소금 간을 해서 국물을 자작하게 끓여 매콤 짭조름하게 먹는다. 싱싱할 때는 갈치회나 갈치회무침으로도 해먹는다. 갈치회무침은 야채의 상큼한 맛과 갈치의 쫄깃, 고소한 맛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작은놈들은 꾸덕꾸덕 잘 말렸다가 적당히 토막 내어 양념장을 묻힌 후 조려서 먹는데, 살이 꼬들꼬들하면서도 적당히 부드러워 뼈째 아작아작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큼지막한 놈으로 갈치 한 토막을 집어 든다. 제법 두툼한 게 살집이 넉넉하다. 한 입 발라먹는다. 들큰하고 고소한 살이 부드럽게 혀를 감싼다. 바다가 한입 입안에서 푸들푸들 살아 오르는 것 같다. 갈치찌개의 국물도 맛본다. 맵싸하면서도 달큰하고, 짭짤하면서 시원하다. 갈치조림은 자작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참으로 흔쾌하다.

한창 갈치가 맛있는 철이다. 요즘 갈치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고, 칼슘 성분 또한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나 노인들에게 아주 훌륭한 식품이다. 잔뼈가 많기에 가족끼리 서로 발라주며 오순도순 먹으면, 가족애가 소록소록 피어나는 음식이 갈치요리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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