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질’은 하고싶지 않았던
- 32년차 교사 윤지형의 오랜 꿈
- 인간적 실천의 아름다움 보여준
- 참교사들의 빛과 그림자 알리기

- 그렇게 인문생태학교 이인식
- 부천실고 이주항 등 10명의
- 생생한 가르침·배움을 기록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가르침과 배움은 별개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어쩌면 드넓은 이 세상이 학교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도리어 무언가를 배우고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 세상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실천하는 일을 숙명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교사로 살다’는 그런 교사들을 찾아 소개한 책이다. 저자 윤지형을 그의 근무지 부산 해운대구 해강고등학교에서 만났다. 그의 책이 학교 도서실에 있는지 궁금했다. “가끔 학생들이 제 책을 서가에서 찾아 읽었다고 말해주기도 해요.” 윤지형이 서가에서 자신의 책을 뽑아 들며 말했다. ‘세상의 교사로 날다’ 외에도 그의 책 몇 권이 함께 꽂혀 있었다.

‘세상의 교사로 살다’의 저자 윤지형 작가가 부산 해운대구 해강고 도서실에서 자신의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 작가는 “학교 안에서 학교 밖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책에 관한 소감을 전했다.

■교사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윤지형은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5년 부산진여고에 부임하면서 부산에서 살고 있다. 그가 교사로 부산에 오기 전 선후배들과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후배가 형님이 어떻게 ‘학교 선생질’을 하러 갑니까, 하더군요.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지요.” 그는 이런 대답을 했단다. “나는 ‘선생질’하러 가는 게 아니다. 인간의 교사가 되고 싶어서다고 답했죠.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왔어요. 저는 교사라는 말이 좋습니다.” 교사가 된 그는 ‘분에 넘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든 당시의 학생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고, 모든 교사는 따르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어떤 교사에게든 ‘반짝이’가 있던 시절이었지요.”

세상의 교사로 살다- 윤지형 /교육공동체 벗 /2014

교사가 된 지 1년 만에 그는 교육계의 큰 흐름을 맞았다. 1986년 ‘5·10 교육민주화선언’이었다. “교사 초년 시절에 ‘교사-교육’운동과 만났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고민을 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생각했지요. 그런 멋진 교사들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요.”

그는 1990년 교육 장편소설 ‘선생님’을 출간한 후, 청소년 성장소설 ‘예수, 모란여고에 부임하다’, 청소년 문학평설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교육 산문집 ‘학교, 너는 아직 내 사랑인가’와 전교조에 관한 책 ‘교사를 위한 변명 - 전교조, 그 스무 해의 비망록’ ‘다시, 닫힌 교문을 열며’를 발표했다. 그리고 ‘윤지형의 교사 탐구 시리즈’ 3권 ‘나는 왜 교사인가’ ‘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세상의 교사로 살다’를 썼다.

‘세상의 교사로 살다’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청년 교사 시절부터 내겐 하나의 미션(!)이 있었다. 내가 내게 부과했을 뿐인 그것은 ‘교사를 위한 변명’이란 제목의 책을 쓰는 일이었다. 왜? 선생 노릇 하는 길에서, ‘교사-교육’운동의 길에서 아름다운 교사를 만날 때면 그 삶의 빛과 그림자를 기록하여 세상을 향해 ‘이 교사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해 청년 교사 시절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세상이라는 더 큰 학교

‘교사 탐구 시리즈’ 1, 2권에는 학교 안의 교사를 소개했고 3권 ‘세상의 교사로 살다’에는 학교 밖, 세상의 교사들을 소개한다. 세상의 교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윤지형은 책에서 “학교를 떠나 세상이라는 더 큰 진짜 학교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간 교사들이다. 이때의 ‘교사’란 인간의 교사이며 사회의 교사이고 공동체의 교사로서 이들은 어디서든 ‘교육’과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인간다운 학교로, 자유-평등-평화-정의-진리의 터전으로 바꾸고자 자신부터 혁명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축제와 연극으로 마을문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임은혜, 창녕 우포늪을 중심으로 인문학적 생태학교를 연 이인식, 노동자 학생들의 배움터이자 삶의 보금자리인 부천실고의 이주항, 장애인들의 야간학교인 노들야학의 박경석,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합쳐 만든 대안학교인 불이학교의 이철국…. 책에는 10명의 교사가 있다. 그들을 만나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꼼꼼하게 기록했는지 10명의 교사를 직접 만나는 기분이다. 그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냈는지, 그 세상에서 얼마나 생생한 가르침과 배움이 있었는지, 그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든든하고 아름다운지, 이런 세상의 학교를 만난다면 졸업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부천실고 1회 졸업식처럼 말이다. 책에서 그 졸업식 장면을 읽어보자. “그날 졸업생들은 교실 출입문을 붙잡고는 ‘못 떠난다’며 울부짖었고 교사들도 모두 울었다고 한다. 운동장도 없이 열악하기 그지없는 임대 건물의 학교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에겐 둘도 없는 보금자리요, 소중한 배움터였던 것이다.”

윤지형이 학교 안팎의 교사를 만나러 다닌 시간은 10여 년이다. 그는 책에서 “내가 ‘학교 안’ 선생님에 이어 ‘학교 밖 학교’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 중의 행운”이라며 “오직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 그분들의 인간적·교육적 실천의 아름다움과 진실을 언제까지나 나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학교는 세상 속에 있고, 또 다른 학교인 세상에도 교사가 있다. 세상이라는 학교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책 칼럼니스트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