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현장 톡·톡] 한불합작 무용 ‘망명’

‘경계인’ 윤이상, 무대를 누비다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7-11-27 19:15:5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동양 북소리와 서양 클라리넷 생생
- 전통 춤과 현대무용의 어울림 폭발
- 윤이상 음악·삶, 몸짓과 소리로 합일

한국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사건에 연루되면서 생전에 고향인 통영 땅을 밟지 못한 채 머나먼 이국땅 독일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천재와 비운의 작곡가, 민족주의자와 친북주의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러한 윤이상의 아픈 삶과 예술 세계를 담은 춤사위가 부산에서 펼쳐졌다. 독일로 망명한 두 작곡가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의 음악이 함께하고, 한국의 전통 춤사위와 유럽의 현대무용이 어우러졌다. 자연인으로는 남과 북, 음악인으로는 동양과 서양 사이의 경계인이었던 그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테마로 한 춤 작품 ‘망명’의 한 장면. 최은희 무용단 제공
24일 부산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춤 작품 ‘망명’(Ex.iL)은 커다란 북을 두들기는 소리와 몸짓으로 시작된다. 무대 한가운데 옷이 벗겨지고 온몸과 입에 검은 테이프가 붙여진 춤꾼이 온몸을 꿈틀거리며 서 있다. 행동과 말이 금지당한 듯하다. 춤꾼 4명이 자아내는 동작은 윤이상 선생이 살아생전 겪은 온갖 고통과 차별을 표현한다.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춤꾼과 이를 막아서는 춤꾼들이 쉼 없이 동작을 만들어갔다. 이들의 끈질긴 뒤엉킴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윤이상의 운명을 드러냈다. 보는 내내 긴장하며 윤이상의 삶이 무대에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삶과 음악적 고뇌가 몸짓과 소리로 전해지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절정에 다다르자 춤꾼들은 과감히 옷을 벗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한다. 조명이 든 막대를 휘두르며 춤을 추는 장면에선 춤과 음악, 빛이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 참신한 무대연출이 돋보였다. 프랑스 클라리넷리스트 노르베르트 젠블린의 라이브 연주가 주는 시너지도 상당했다. 동양의 북소리에 이어 서양의 베이스클라리넷이 춤꾼들의 격렬한 동작에 속도감을 붙였다. 평소 듣기 어려웠던 윤이상의 대표곡인 ‘모놀로그’, ‘살로모’, ‘피리’를 비롯해 프랑스 작곡가인 피에르 불레즈의 음악이 안무와 함께 울려 퍼진다. 처음 열광적인 몸짓에 낯섦을 느끼던 관객들은 시간이 갈수록 인간미가 묻어나는 무대에 감동하며 환호했다.

망명은 부산 무용계를 대표하는 최은희 교수와 프랑스 무용가 헤수스 히달고의 명성과 개성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2년 전 첫발을 뗀 최은희 무용단의 한불합작 무용프로젝트가 해를 거듭하면서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 교수는 “독일이라는 먼 땅에서 세계적인 작곡가로 살다간 윤이상의 음악과 삶, 고뇌를 몸짓에 담고 싶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통해 합일(合一)의 쾌감과 함께 윤이상의 경계적 삶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부산 초연에 이어 내년 3월 프랑스 노르망디 캉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올해는 한번만 부산에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국가전산망 먹통' 국정자원 화재로 소실된 데이터 완전복구 안돼"
  7. 7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8. 8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9. 9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10. 10靑 “조국, ‘보완수사 인정’ 입장 밝혀”…조국혁신당 “발언 맥락 외면”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3. 3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7. 7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8. 8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