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8> 내려놓음과 참회

자아에 대한 집착은 지옥행의 원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12 19:25:33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신과함께-죄와 벌’이라는 영화가 보기 드문 흥행기록을 써가고 있다고 한다. 영화는 지옥이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험하게 살고 있는지, 왜 죄를 짓고 살면 안 되는지를 그림처럼 보여준다. 알고 보면 뻔한 인과응보, 권선징악 영화다. 그럼에도 이 뻔한 영화의 바닥을 흐르는 못난 자, 없는 자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와 그에 대한 반응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만한 것에도 눈물을 흘릴 만큼 우리는 위로에 목마르다. 많은 사람이 영화에 몰리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시안의 당나라 역사테마파크 대당부용원에 조성된 서유기 조형물.
살아생전의 죄업이 무거우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내세관은 불교에서 비롯된다. ‘지옥경’으로 불리는 경전에 의하면 지옥에서 받는 벌은 하룻낮, 하룻밤 동안만 해도 만 번 죽고 만 번 되살아나기를 거듭하며 끊어지는 일이 없다. 지옥의 벌은 정해진 기한이 없어 영원히 지속되기도 하고 일순간에 종료되기도 한다. 그것은 죄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 얼마나 진정한 참회가 이루어졌는가가 그 기준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참회할 것인가? 죄를 반성하고 착한 일을 하면 되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불교에서는 더욱 본질적인 길을 제시한다.

‘서유기’에 3년 동안의 가뭄에 시달리는 한 고을 얘기가 있다. 이곳 태수는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간절한 사람으로 가뭄 해소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손오공이 이를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다. 가뭄은 태수의 죄로 인한 것이었다. 태수가 고을의 안녕을 비는 기도를 하던 중 부인과 다툼이 일어 홧김에 제사상을 엎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로 가뭄이 들어 세 개의 조건이 해결될 때까지 인과응보가 계속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세 개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손오공이 가 보니 한 곳에 높은 쌀의 산이 세워져 있는데 조막만 한 병아리가 가끔 쌀을 쪼아 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밀가루 산이 세워져 있고 발바리 개 한 마리가 가끔씩 그것을 핥고 있었다. 다시 그 옆에는 굵은 황금사슬이 묶여 있고 그 밑에 등잔불이 놓여 있었다. 태수의 선행이 있을 때마다 병아리가 쌀을 한 번 쪼아 먹고, 발바리가 밀가루를 한 번 핥고, 촛불이 황금사슬을 한 번 데우는 중이었다. 얼마나 많은 참회와 선행이 있어야 이 쌀 산과 밀가루 산과 황금사슬이 없어질 것인가? 이미 일어난 죄업을 반성과 선행으로 녹이려면 이처럼 기약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부인에게 화 한 번 내고 제사상 한 번 엎은 것에 대한 벌로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불교에서는 자아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는 모든 행위가 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자아의 집착을 뿌리로 하여 남을 해치는 죄가 잎처럼 돋아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사소해도 자아에 대한 집착은 지옥행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자아에 집착하여 세속적 명예를 즐기던 스님들이 철상(鐵床) 지옥에서 벌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도 경전에 전한다. 그래서 진정한 참회는 나와 남이 둘 아닌 이치에 밝게 눈뜨는 일,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일이 아니면 안 된다. 손오공을 만난 태수가 그랬다. 그는 자아를 내려놓고 부처에 귀의하여 오로지 맡겨두는 마음으로 돌아가 참회를 완성한다. 나의 내려놓음 하나로 온 누리의 가뭄이 해소되고 감로의 비가 내린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워터펌프 쏴도 안 나가는 부캉이
  3. 3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4. 4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5. 5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6. 6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2. 2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3. 3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4. 4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5. 5‘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6. 6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7. 7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8. 8“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9. 9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0. 10“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3. 3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6. 6주가지수- 2026년 9월 29일
  7. 7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8. 8“기장에 양성자 치료센터 짓자…우주산업 활용도 가능”
  9. 9[한 손 뉴스] 수과원, 스마트폰서 AI가 고등어 어장상황 예측 서비스
  10. 10파생상품·해양금융 미래, 부산서 답 찾는다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3. 3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4. 4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5. 5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6. 6[신통이의 신문 읽기] 친근해진 ‘부캉이’…캐릭터로 그려볼까요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순항…도남권역 민자유치 속도전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9월 30일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5. 5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6. 6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7. 7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8. 8‘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9. 9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10. 10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