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레이먼드 게이타는 철학자의 개라는 독특한 철학서에서 ‘철학 하는 방법’으로서 회의주의를 보여준다. 쉽게 말해, 이 책에서 그는 묻고 묻고 묻는다. 당연히 그럴 법해서 더 물어볼 필요가 없어 보이는 질문을 줄곧 던진다. 그의 연구 분야가 윤리학, 회의론, 비트겐슈타인 언어철학, 심리철학 등이라는 점과 관련 있어 보인다.

예컨대 책 속에서 불쑥불쑥 만나는 질문은 이런 식이다. 심하게 다쳐 곧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고양이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그 고양이를 사람이 죽이는 것은 고양이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인가 아닌가?(54쪽) 등등. 저자는 “내가 이 책에서 전하는 많은 이야기는 인간이 우정과 위안을 얻기 위해 동물을 필요로 하는 관계에 관한 것”(29쪽)이라고 부연한다.

이 책은 ‘곁에 있는 동물들과 함께 철학하기’라는 부제가 마침맞게 저자가 어릴 적 길렀던 앵무새 잭과 그레이하운드 종의 개 울로프, 저자와 아내가 깊이 사랑했던 잘생긴 저먼 셰퍼드 종의 개 집시, 그 집시에게 물려 유명을 달리하는 길고양이 토스카 등 많은 반려동물이 나온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반려동물을 ‘위한’ 사유나 철학을 펼치는 게 아니다. 반려동물을 ‘통해서’ 좀 더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한다. 그 과정에서 까다로운 문장도 꽤 나온다. 그렇지만 흥미롭게도 그의 이런 사유는 사람에 관해, 반려동물에 관해 그리고 사람과 반려동물의 관계에 관해 근본적이면서도 깊게, 새로운 차원에서 사색하고 이해하도록 독자를 돕는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