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9> 부지런과 게으름

최고의 게으름도 미덕이 될 수 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09 18:59:16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 사회에는 ‘부지런 강박증’ 같은 것이 있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성공과 행복이 절로 찾아올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는 말이다.
   
앉고, 눕고, 일어서고, 움직이는 모든 것이 부처인데 오직 좌선에 매달려 특별한 무엇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불교 수행 현장에도 그런 경향이 있다. 나는 ‘부지런’을 싫어하는 한 도인 스님을 알고 있다. “거사님은 참선을 오래 했으니 이제 알 만합니까?” “아직 캄캄합니다. 앞으로 부지런히 하겠습니다.” 그 스님은 이 부지런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과연 그렇다. 지금 이 현장의 만사만물을 통해 부처가 드러나 있다. 이것을 두고 다른 무엇을 찾기 위해 부지런을 떨 일이 없는 것이다. 발 딛는 곳마다 부처님 손바닥이고,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부처님이 들어 올리는 연꽃이다. 제대로 하고 있다면 가섭존자가 그랬듯 가만히 미소 지을 일밖에 다른 일이 없다. 그럼에도 모두 눈앞의 부처를 버리고 어딘가에 특별한 깨달음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달려간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스님의 얘기가 있다. 이 스님이 젊어서 눈을 뜨고 보니 선방에서 부지런히 좌선하고 있는 스님들이 안 돼 보였다. 앉고, 눕고, 일어서고, 움직이는 모든 것이 바로 부처인데 오직 좌선에 매달려 특별한 무엇을 찾아 달려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승에게 물었다. “이렇게 해서 뭐가 되겠습니까?” “그럼, 어째? 하지 말까?”

이것 역시 과연 그렇다. 비록 좌선으로 부처가 되고자 하는 것이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고자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마저 하지 않으면서 저절로 마음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면 홍시가 입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깨달음의 역사에는 초인적인 각고의 노력을 찬탄하는 기록이 허다하게 전한다. 옛날 독봉(毒峰) 선사라는 이는 침상을 없애고 오직 걸상만 놓고 참선하다 여기에 앉아 졸게 되자 걸상을 치웠고, 걸으며 참선하다 벽에 기대 졸게 되자 벽이 없는 곳에서 참선하였다. 이뿐인가. 절벽에서 참선하면서 졸음을 물리친 수행자도 있었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잠을 물리친 선사도 있었다. 그야말로 오랜 세월 눕지 않고 참선에 매진한 수행자의 전설이 무수히 전하고 있다. 엉덩이가 짓물러 방석에 붙을 정도로 좌선에 매진하였다는 효봉 스님 얘기도 그 하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목숨 걸고 부지런히 하라는 건가, 아니면 게으름에 맡기라는 건가? 만약 누군가 이 상반되는 가르침을 듣고 어느 한 쪽에 쏠렸다면 그는 아직 불교적 실천에 서툰 사람이다. 불교는 부지런과 게으름의 어느 한 쪽에 쏠리는 대신 오직 이것을 바로 보고자 하는 간절함의 용광로에 온 존재를 던지는 길로 우리를 이끈다. 지금 이것에 눈뜨는 일이므로 어려울 일이 없다. 최고의 게으름이 미덕이 되는 까닭이다. 자아와 대상에 대한 분별을 내려놓는 일이 무엇인지 도대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목숨을 건 부지런함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그러니까 목숨을 건 부지런함으로 들어가 천하태평의 게으름으로 나오는 일이라 할까, 불교의 수행에는 이런 원리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 삶이라 해서 다를 게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말이 되지는 않겠지만, 결론은 이렇다. 지금 이 순간 최고로 부지런하면서 최고로 게을러 보자.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3. 3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4. 4‘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5. 5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6. 6[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9. 9147일 만에 투표지 공개 검증
  10. 10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6. 6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9. 9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0. 10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4. 4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0. 10“공장화재 대원 고립됐다” 실전같은 훈련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