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연합뉴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사실 고백 캠페인 ‘미투(MeToo)’에 힘입어, 국내 문화계 성추행 역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논란에는 문단 내 원로 시인 중 한 명인 고은 시인의 이름 역시 포함 돼 있어 항간을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앞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최영미 시인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기고한 시 ‘괴물’를 통해 문단의 한 원로 작가를 ‘En’이라고 칭하며, 공공연히 그가 젊은 여성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폭로했다. 일각에서는 이 ‘En’이 고은을 가리킨다고 풀이하며 비판의 화살을 고 시인에게 돌렸다.

이런 가운데 고은 시인 측은 2013년 부터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에 위치한 ‘문화향수의 집’에 거주하며 창작 활동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고은재단 측은 지난해 5월부터 광교산 주민들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아 와 수원시가 제공한 창작공간에 거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 이주를 준비해 왔다며, 고 시인의 이주를 이전부터 준비해왔다는 뜻을 밝혔다.

수원시 역시 고은 시인의 뜻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문학 행사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은 시인의 새로운 거처가 수원시 내에 위치한 것인지 타 지역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한편 당초 고은 시인을 성폭력 가해 당사자로 지목한 최영미 시인은 시 ‘괴물’을 통해 해당 시인이 ‘노떨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고 언급하며 그가 해당 상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이 나라를 떠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노떨상이란 고은 시인이 여러 차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던 노벨문학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영미 시인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En은 특정 한 사람이 아니다. 창작활동을 하다보면 사실에 바탕을 뒀더라도 과장되거나 다른 생각들이 덧붙여진다. 성희롱, 성추행을 한 사람은 한 두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고 밝히며, 시 ‘괴물’에 등장하는 EN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