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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완 신부의 신앙 이야기 <1> 다양성과 일치

다름 인정할 때 ‘우리’로 하나될 수 있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23 19:39:07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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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이야기를 읽고서 하느님은 참 심술궂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인간들이 노아의 홍수라는 엄청난 비극을 겪고 나서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고 그렇게 노력하는데, 하느님께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 하여 그 탑을 쌓지 못하게 만드셨으니 말이다.
지난해 2월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정 농단 규탄 촛불집회 광경. 이 촛불의 현장이 바로 다양성과 일치가 만난 곳이 아닐까. 국제신문DB
그러나 성경의 이야기가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재앙과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도식으로 짜여 있음을 떠올려볼 때, 바벨탑 이야기에서 무엇이 인간의 잘못으로 일어난 재앙인지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잘못과 재앙은 모두가 한 가지 생각만을 갖고 같은 언어를 썼다는 데 있었다. 그 한 가지 생각은 바로 ‘바벨탑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이 하늘에 닿는 탑을 쌓고 또 홍수라는 재앙을 당하게 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는 몇 사람, 즉 힘 있는 몇 사람뿐이다. 모두가 탑을 쌓기 위해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상황이 인간에게 닥쳐온 그 어떤 일보다 무서운 재앙이다. 게다가 다시는 홍수로 인간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이 있었고 무지개가 표징으로 주어졌는데도 그 약속을 믿지 않고 탑을 쌓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들어온 말이 “한국인은 개인은 똑똑한데 서로 뭉치지 못한다”이다. 이 말을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아왔는데 이 역시 ‘탑을 쌓아야 한다’는 한 가지의 생각과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바벨탑을 쌓는 사람들을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 하여 흩어버리셨다고 한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말을 쓰는 획일주의에서 인간을 구원하여 다양성을 회복시키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모래알처럼 흩어져서는 살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서로 사랑하고 정을 나누면서 이웃과 하나 되어 사는 것이 훨씬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이 삶의 회복을 약속하시고 그 약속을 역사 안에서 이루셨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뒤 예수님께서 보내신 성령께서 오셨을 때 이루어진 다양성 안에서 일치가 바로 그것이다.

일치라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기보다는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며 성령의 선물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뭉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획일주의를 획책하기보다는 사람의 삶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성의 회복을 위해 애쓰는 것이 일치를 위한 유일한 길임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하며 각자 다른 생각을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나눔 속에서 하느님의 선물인 일치가 일어나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들었던 촛불이 어쩌면 그런 일치가 이루어진 현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촛불을 통해 변화해가는 세상을 보면서 바벨탑 이야기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이 이 땅 위에서 지속되기를 바란다.

cpbc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

▶김두완 아우구스티노=1954년 출생. 광주가톨릭대학 및 대학원 졸업, 1982년 사제 서품, 석포성당·해운대성당·미국 인디애나폴리스 한인성당·화명성당 등 주임신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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