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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화현장 <43> 좋아서 하는 잡지 ‘푸른 글터’ 이야기

문학 소녀·소년의 꿈 지킴이들 … “돈 버는 일 아니지만 즐거워요”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3-01 18:57:2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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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창간 청소년 문예지
- 정부 지원 끊기는 고사 위기에도
- 12년간 견뎌낸 청소년문학 산실

- 편집주간 김요아킴 시인부터
- 교사·아동문학가인 편집위원들
- 학생기자 기사 기획·글쓰기 돕고
- 책 추천·워크숍·문학기행 지도
- “바쁜 아이들 열정 잃지않았으면”

‘반짝반짝 문화현장’ 지난 회 제42회 ‘생활문화의 힘! 사상생태문화해설사 동아리’(국제신문 지난달 9일 자 22면)를 취재하면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낀 점이 있다. 생업에 쫓기거나 은퇴한 뒤로 생활의 중심을 놓칠 수 있는 중년·노년의 ‘평범한 주민들’이 “좋아서” 신나게 하는 문화생활 동아리 활동이 차곡차곡 성과로 이어지고 구성원들의 기쁨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그 활동을 한다고 딱히 돈이 생기거나, 손에 잡히는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활력이 있었고 열심히 활동했다.
   
지난달 부산 중구 도서출판 해성에서 12년째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를 펴내는 편집진이 편집회의를 위해 모였다. 왼쪽부터 이혜원 편집장, 김중수 이상미 문영민 김요아킴(편집주간·앞쪽 앉은 이) 박승환 임윤정 편집위원.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문화예술 영역에서 전문가는 만들고 시민은 그걸 즐기는 익숙한 형태에 머물지 않고, ‘좋아서 스스로’ 하는 활동이 늘고 효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더 없을까” 하고 찾아봤다. 이것이 문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라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도란도란 복작복작 편집회의

그렇게 가동한 ‘레이더’에 ‘푸른글터’가 잡혔다.

“다음 호의 ‘여는 글’은 어떤 분이 쓰나요?“ ’“학생기자들의 워크숍 주제는 우리 사회 에너지 문제인데, 그러자면 경북 영덕까지 가야 하죠.” “거기까지 갈 차량을 빌리는 데 문제는 없겠죠? 차량 임대 비용은 지난번과 비슷하게 책정하면 될까요?” “다음 호에 실을 청소년들의 시와 생활글은 어떻게 돼 가나요? ”

얼마 전 부산 중구 중앙동 도서출판 해성에서 열린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 편집회의에 무작정 찾아갔다. 편집주간 김요아킴 시인(경원고 교사)과 김중수(하단중 교사) 문영민(경혜여고 교사) 이상미(동화작가) 임윤정(부경고 교사) 박승환(양동여중) 편집위원은 ‘푸른글터’ 2018년 상반기호(통권 25호)를 펴낼 계획을 잡고, 중고생 학생기자 11명이 참가할 워크숍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12년간 ‘푸른글터’의 버팀목이 되어준 도서출판 해성 김성배 대표(시인) 등이 편집회의에 함께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미혜(계림중 교사) 김소라(울산 경의고 교사) 편집위원은 나오지 못했다.

■청소년이 주인이고 중심이 되도록

반연간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는 부산에서 정식 출판되는 청소년 ‘문예지’로는 유일하다.

유명한 부산의 청소년 인문학 공간 인디고서원이 내는 ‘인디고잉’의 활동이 든든하지만, ‘인디고잉’은 문예지라기보다 인문학 잡지로 분류되기에 그렇다. “2006년 창간 때부터 청소년이 기자가 되어 직접 기획하고 직접 글을 쓰며, 중고생이 직접 쓴 시·소설·생활글·독후감을 싣는 활동이 중심인 문예지를 지향했어요. 청소년을 주인공 자리에 놓고 편집위원들은 그런 활동을 돕는 방식이죠. 이 원칙은 앞으로도 지킵니다.”

김요아킴 편집주간은 ‘청소년 중심’ 문예지임을 강조했다. “그래야 오래 가고, ‘푸른글터’를 내는 뜻도 더 뚜렷해진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잠깐, ‘푸른글터’의 역사를 간략히 짚고 넘어가자. 발행인 김성배 대표가 나설 차례다.

“2006년 시작했습니다.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을 자문위원으로 모셨고, 황선열(초대 편집주간) 조향미 한정기 구자행 김필임 이경언 김미혜 김요아킴 씨가 초대 편집위원을 맡아주셨죠. 편집위원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활동하는 ‘문인 교사’나 아동문학가를 모셨습니다.”

■위기 닥치자 뚝심으로 이겨내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6년 정부는 ‘청소년 문예지 발간사업’ 지원정책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에서 일한 정우영 시인이 애쓴 공이 컸다. “우리 문학은 청소년문학에서 시작된다. 청소년 문예지 발간사업은 반드시 해야 한다”(‘푸른글터’ 2016년 상반기호에 실린 정우영 시인의 글에서)는 안목과 목표로 시작한 시책이었다. 청소년이 예술문화를 누리도록 돕자는 목적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 작가 같은 ‘숭늉’을 우물가에서 빨리빨리 찾을 생각을 접고 일찌감치 준비하자는 전략도 있었다. 이 시책에 힘입어 부산의 반연간 ‘푸른글터’부터 서울의 대형 문학 출판사 문학동네의 계간 ‘풋’까지 전국에서 청소년 문예지 12종이 창간됐다.

얼마간 활기차던 청소년 문예지 발간은 다음 정부인 이명박 대통령 체제가 들어서면서 위기에 빠진다. “MB 시절이 되면서 청소년 문예지 발간사업이 없어졌습니다.” 지원금은 끊겼고, 여력이 충분치 않던 다른 지역 출판사들은 포기했다. 김 대표가 말했다. “12종에 이르던 청소년 문예지가 거의 없어지고, 지금은 ‘푸른글터’ 하나만 남았습니다.”

■“저 자신의 기쁨이 참 크죠”

이때부터 최근까지 도서출판 해성이 제작비를 대고, 편집위원들은 재능과 노력으로 화답하는 체계가 가동됐다. 2017년 상반기호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진흥기금으로 원고료를 지원하면서 ‘푸른글터’ 발행은 얼마간 숨통이 트였다. 김 대표는 “‘지원이 있든 없든 ‘푸른글터’는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다시 ‘푸른글터’의 편집회의 현장으로 돌아가보자. 편집회의는 달마다 한 번 열린다. 박승환 편집위원의 말이다. “편집위원은 기획 회의를 하고, 매호 청소년에게 책 추천하는 글 쓰고, 중간중간 청소년기자 워크숍을 하며, 청소년기자 문학기행 때 지도교사로 참여하죠. 딱히 보수를 받는 일도 아닌데 진지하게 얘기하고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임윤정 편집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글 쓰고 표현할 장이 많지 않아요. 그런 청소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죠. 저는 사실 이 일이 제게 큰 기쁨이 된다는 점이 더 커요. 편집회의에 오면 문학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는 편집위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깊이 나누거든요.

김중수 편집위원은 “이 일에 동참하면서 왠지 마음이 편했고 ‘뼈를 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푸른글터의 빛깔은?

‘벚꽃 날리는 언덕’ 등의 동화집을 펴낸 동화작가이며 부산 금정구 이땅바다작은도서관 대표인 이상미 편집위원은 일화를 들려줬다. “청소년기자 가운데 틱 장애가 조금은 심했던 아이가 있었거든요. 꼭 ‘푸른글터’ 활동 덕분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 아이가 3년간 ‘푸른글터’ 활동을 하면서 완연히 치유되고 자신감을 찾는 과정을 곁에서 봤어요. 아! 할 만한 일이구나 했죠.” 걱정도 있다. 문영민 편집위원은 “청소년이 자꾸 바빠져 활동을 힘들어 하고 열정이 줄어드는 게 느껴져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이 많은 잡무와 신경 쓸 일에 파묻혀 사는 고단한 생활임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안 할 수 있는 청소년 문예지를 “좋아서” 기꺼이 하는 편집위원들, 그걸 뒷받침하는 발행인, 역시나 ‘쉽지는 않지만 좋아서’ 하는 청소년이 어우러지는 이 잡지의 빛깔이 어떠할 것인지.

푸를 것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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