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싫어해도 자꾸 껴안는 삼촌
- 가족 앨범 지키려 꾹 참는 어린 단비
- 나쁜 어른에게 상처받은 어린이에게
- ‘네 잘못 아니야’ 위로 건네는 그림책
생쥐 가족으로 의인화된 등장인물을 통해 아동 성폭력 문제를 조심조심 그러나 깊게 다룬 그림책. “단비는 평소처럼 소파 위에 앉아 가족 앨범을 보고 있어요. 조심조심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보고 있어요. 단비는 인형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요. 이 인형은 막둥이 삼촌이 선물로 준 거예요.” 단비는 그 인형을 가지려고 삼촌이 원하는 이상한 뽀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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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가족 앨범’에 실린 울리케 볼얀의 그림. 단비네 생쥐 가족이 주인공인 이 그림책은 어린이를 해치는 성폭력의 문제를 진지하고 신중하게 다룬다. 사계절 제공 |
단비네는 사람들이 쓰는 소파 밑에서 산다. 엄마, 아빠, 자매인 소라와 막둥이 삼촌이 가족이다. 엄마, 아빠는 늘 바빠 아이들의 말을 깊이 들어줄 시간도 없고 같이 놀아줄 시간도 없다. 삼촌에게 도와달라 하라며 자꾸 미룬다. 어느 날, 단비네 집으로 고양이 뭉치가 며칠 묵어야겠다며 온다. 그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지만, 엄마는 건성으로 듣는다. 그러다 고양이 냄새를 직접 맡고서야 놀란다. 엄마는 단비가 좋아하는 인형이 소파 위에 있지만 절대 혼자는 가면 안 된다고 한다. 막둥이 삼촌한테 부탁하라고 한다. 단비는 소라와 싸우다 망가진 인형을 보고 삼촌이 화를 낼까 두렵다. 그러나 삼촌은 단비에게는 늘 친절하게 대한다. 삼촌은 단비를 데리고 인형을 찾으러 소파 위로 간다. 고양이 냄새가 나는데도 막둥이 삼촌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단비를 무릎에 앉히고 숨이 막히게 껴안는다. 삼촌은 꼬리를 내밀며 근사한 일이 일어날 거라며 만져보라고 한다. 단비는 삼촌이 이러는 건 너무 싫다. 삼촌이 인형을 만들어 준 것도 좋고, 망가진 인형을 고쳐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숨이 막히게 자꾸 껴안는 것은 싫다. 도망가고 싶다. 뭔가 이상하긴 한데 단비는 그게 무엇 때문이지 잘 몰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의도된 나쁜 친절을 잘 모른다. 그냥 자기를 좋아해서, 귀여워서 그러는 줄 안다. 거부하면 버릇없는 아이 같다고 생각한다. 어른에게 공손해야 하고 호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받아서다. 단비는 세상에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소라와 함께 설탕을 숨겨둔 곳, 또 하나는 삼촌과 약속한 비밀. 삼촌은 비밀을 말하면 천둥 번개가 치고 단비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 앨범은 찢어지고 말 거라고 한다. 삼촌과의 비밀이 싫지만 가족 앨범이 찢어지는 건 너무 슬프니까 절대 말할 수 없다.
단비는 삼촌을 피해 다니다 고양이 뭉치가 놓은 덫에 걸리고 만다. “도와줘요. 삼촌, 날 꺼내줘요.” 그러나 삼촌은 위기 상황이 되자 돌변한다. 도와달라는 단비에게 비밀을 지키라고 윽박지르며 도망간다. 그러다 뭉치에게 잡힌다. 단비는 가족 앨범이 망가질까 계속 두려워한다. 사후약방문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엄마는 단비 편이다. 단비 엄마가 가족 앨범에서 삼촌 사진을 뜯어냈다. 뭉치에게 끌려간 삼촌은 더는 볼 수 없었다.
이 책을 어린이들에게 차마 읽어 주고 싶지 않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나쁜 어른들의 욕망으로 ‘Me Too’가 된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드립니다.” 뭉치에게 이미 잡혀간 막둥이, 그리고 어느 곳에 숨어 있어도 꼭 잡히고야 말 막둥이 같은 자들에게 경고의 의미로 이 책을 보여준다. 그리고 단비 같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심리학자의 말이 있다. ‘넌 아무 잘못이 없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