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품 신라·성리학 조선과 달리
- 출발부터 다양성 존중한 고려
- 건국 앞뒤 전국시대 겪으며
- 918년 한반도 통일왕조 세워
- 주변국과도 당당히 다원적외교
- 미중러일 복잡한 국제정세
- 지역 분권 갈등빚는 한반도
- 고려 거울삼아 배울 수 있어
- 기념사업준비위 김기섭 교수
- 학술대회·강연·전시회 등 마련
918년 음력 6월 15일(양력 7월 25일) 고려는 건국을 선포한다. 역사 기록에 의지해 고려 건국의 과정을 짚어가다 보면, 우리는 ‘새삼스러운 놀라움’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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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사학과 김기섭 교수(한국중세사학회장)가 연구실에서 고려 건국 1100주년이 갖는 의미와 기념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고려가 서기까지 한민족과 한반도는 운명을 건 총력전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역사의 극적 장면이 숱하게 탄생했다는 점. 조선 건국이나 중국 춘추전국시대, 일본 전국시대와 메이지 유신 시기의 화려한 드라마에 기울이는 높은 관심과 비교하면, 고려 건국이나 고려에 관해 우리는 관심이 덜하거나 잘 모른다는 점. 이 두 가지가 그런 ‘새삼스러운 놀라움’의 고갱이다.
■한국중세사학회 등 학계 힘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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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 제68호 고려 청자 운학문 매병. 국제신문 DB |
올해는 고려 건국 1100주년이다. 역사학자, 그중에서도 한국중세사학회(회장 김기섭 부산대 사학과 교수·전 부산대 총장)의 중세사 전공 학자들을 중심으로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을 전국에서 크게 펼친다. <표 참조>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공동준비위원장이기도 한 김기섭 교수를 만나, 고려 건국 1100주년이 갖는 뜻이 21세기 한국에 왜 중요한지, 어떤 기념사업을 하는지 들었다.
“고려 건국이 오늘날 한국에서 갖는 의미, 즉 현재적 의미부터 따져보는 게 좋겠군요.”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고려 건국 과정에 나타난 큰 특징은 다양성·포용성·통합성이다. 돌이켜 살펴보면, 고려 탄생을 앞뒤로 한 시기는 전국시대(戰國時代·the Warring States Period)의 느낌이 있다. 통일신라 말기 민란은 잇따라 터졌고, 여러 지역에 강자들이 나타나 곳곳을 지배하며 대립했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 자신이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의 부하였다.
혼란은 고려의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935년 신라 경순왕이 신라를 고려에 갖다 바치고, 아버지 견훤을 금산사에 유폐한 후백제 지도자 신검의 병력을 936년 왕건 군대가 선산에서 쳐부수면서 비로소 후삼국시대는 끝나고 고려는 한반도에 통일 왕조를 세운다.
■‘오늘날 되새길 의미’ 가득한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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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고려 태조 왕건의 금동좌상. 국제신문 DB |
“출발부터 여러 지역의 세력이 힘을 모아 나라를 세웠습니다. 신라는 폐쇄된 골품귀족이 폐쇄된 방식으로 나라를 경영했고, 조선 또한 성리학이라는 일원적 가치체계가 작동했다고 본다면, 고려는 달랐죠.” 다양성·포용성·통합성의 가치가 작동했고 지역의 문화가 존중받았다는 뜻이다. 고려를 살피면, 지금 한국에 절실하고 절실한 과제인 다양성, 포용, 상호인정과 통합, 분권, 지역문화의 가치 인식 등이 그 옛날 실제로 어떻게 작용했는지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렇게 탄생한 고려가 약한 나라였느냐? 아니다. 당당했다. 김 교수의 설명이다. “고려는 황제국을 표방했습니다. 황제국으로서 송나라 금나라 요나라 일본 등 주변 국가와 다원적 외교를 했습니다.” 고려 시대에 중국은 북송-요나라, 남송-금나라로 나뉘어 있어 고려는 외교가 복잡했다. 게다가 거란 여진 몽골 왜구 등 다양한 외세가 고려를 타격하고 침략했다.
“나중에 몽골 간섭기에 접어들지만, 고려는 대체로 슬기롭게 대처했습니다.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남송, 북송, 거란(요나라), 여진(금나라)이 다 망했지만 고려는 살아남았죠.” 복잡한 고려의 대외관계는 21세기 한반도와 비슷하다. 미·중·러·일 강대국에 북한까지 얽혀 복잡한 국제정세에 대처할 실마리가 고려 시대를 살았던 선조의 지혜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 세력이 진취적이고 열려 있으며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해상세력이었던 점도 뜻깊다. 그런 바탕 위에 높은 문화와 예술을 고려는 가꿨다.
■김해 부산 등 전국서 기념행사
김 교수는 “오는 4월 6일 김해문화원에서 ‘고려 시대 김해지역의 역사와 문화’ 학술대회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한국중세사학회가 김해시, 김해시사편찬위원회와 함께 연다. 이어 ‘동아시아 정세와 고려의 외교 전략’(7월 25일 서울), ‘고려도경 학술대회’(8월 24일 예정. 용인시 경기도박물관), ‘해양강국 고려의 바다’(9월 7, 8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및 부경대 해양실습선 나라호), ‘해양강국 고려와 전남’(10월), ‘국제학술대회 고려 왕조의 다양성과 통합, 포용과 21세기 코리아 미래 유산(11월 2~4일 수원시) 등 학술행사가 열린다.
전국에 걸쳐 대중강좌와 전시가 열리고, ‘고려사대계’ ‘고려시대의 이해’ ‘고려 시대 묘지명 및 금석 관련 자료 판독 및 교육 작업’ 등 출간사업도 시행한다.
◇ 고려 건국 1100주년 주요 기념사업
# 학술행사
1. 고려 시대 김해지역의 역사와 문화
4월 6일 금요일 오후 1시30분 김해문화원 1층 강당
협력=김해시, 김해시사편찬위원회
2. 동아시아 정세와 고려의 외교 전략
7월 25일 서울
협력 기관=동북아역사재단
3. ‘고려도경’ 학술대회
8월 24일(예정) 용인 경기도박물관 강당
협력기관=경기문화재단
4. 해양강국 고려의 바다
9월 7, 8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대강당, 부경대 해양실습선 나라호
협력기관=국립해양박물관, 부산대, 부경대
5. 해양강국 고려와 전남
10월 중
협력기관=전남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6. 국제학술대회 고려의 다양성과 통합
11월 2~4일 수원시 라마다 프라자호텔
협력기관=경기문화재단
# 출판사업
1. ‘고려사대계’ 편찬 (기획중)
다년 연구과제로 2018년 기획안 작성. 최소 10권
2. ‘고려 시대 묘지명 및 금석 관련 자료 판독 교열 작업’ 사업 추진
2018~2023년 추진. 국사편찬위원회와 추진 예정
3. ‘고려시대사의 이해’ 전공 개설서 집필
올해 7월 25일 출판기념회 예정
협력 기관=넥센월석문화재단
# 대중강좌
1. 국립중앙박물관 역사문화교실
11월~12월 수요 강좌 5회
2. 부산교육위원회 기획 강좌
여름방학 중 나흘가량 고 1, 2학년 학생
# 전시회
1. 경기천년 기념 특별 ‘오! 경기의 천년여행’
오는 11월 하순. 경기문화재단
2. 기획특별전시 ‘대고려전’
12월 중순. 국립중앙박물관
3. 강화역사박물관 ‘삼별초와 동아시아’
3월 27일~5월 26일. 순회 전시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