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반짝반짝 문화현장 <44> 고려 건국 1100주년, 왜 중요한 의미 지니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통합·포용·지방분권 가치… 고려건국에 담겼다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3-22 19:06:2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골품 신라·성리학 조선과 달리
- 출발부터 다양성 존중한 고려

- 건국 앞뒤 전국시대 겪으며
- 918년 한반도 통일왕조 세워
- 주변국과도 당당히 다원적외교

- 미중러일 복잡한 국제정세
- 지역 분권 갈등빚는 한반도
- 고려 거울삼아 배울 수 있어

- 기념사업준비위 김기섭 교수
- 학술대회·강연·전시회 등 마련

918년 음력 6월 15일(양력 7월 25일) 고려는 건국을 선포한다. 역사 기록에 의지해 고려 건국의 과정을 짚어가다 보면, 우리는 ‘새삼스러운 놀라움’을 마주하게 된다.
   
부산대 사학과 김기섭 교수(한국중세사학회장)가 연구실에서 고려 건국 1100주년이 갖는 의미와 기념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고려가 서기까지 한민족과 한반도는 운명을 건 총력전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역사의 극적 장면이 숱하게 탄생했다는 점. 조선 건국이나 중국 춘추전국시대, 일본 전국시대와 메이지 유신 시기의 화려한 드라마에 기울이는 높은 관심과 비교하면, 고려 건국이나 고려에 관해 우리는 관심이 덜하거나 잘 모른다는 점. 이 두 가지가 그런 ‘새삼스러운 놀라움’의 고갱이다.

■한국중세사학회 등 학계 힘 모아

   
국보 제68호 고려 청자 운학문 매병. 국제신문 DB
올해는 고려 건국 1100주년이다. 역사학자, 그중에서도 한국중세사학회(회장 김기섭 부산대 사학과 교수·전 부산대 총장)의 중세사 전공 학자들을 중심으로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을 전국에서 크게 펼친다. <표 참조>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공동준비위원장이기도 한 김기섭 교수를 만나, 고려 건국 1100주년이 갖는 뜻이 21세기 한국에 왜 중요한지, 어떤 기념사업을 하는지 들었다.

“고려 건국이 오늘날 한국에서 갖는 의미, 즉 현재적 의미부터 따져보는 게 좋겠군요.”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고려 건국 과정에 나타난 큰 특징은 다양성·포용성·통합성이다. 돌이켜 살펴보면, 고려 탄생을 앞뒤로 한 시기는 전국시대(戰國時代·the Warring States Period)의 느낌이 있다. 통일신라 말기 민란은 잇따라 터졌고, 여러 지역에 강자들이 나타나 곳곳을 지배하며 대립했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 자신이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의 부하였다.

혼란은 고려의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935년 신라 경순왕이 신라를 고려에 갖다 바치고, 아버지 견훤을 금산사에 유폐한 후백제 지도자 신검의 병력을 936년 왕건 군대가 선산에서 쳐부수면서 비로소 후삼국시대는 끝나고 고려는 한반도에 통일 왕조를 세운다.

■‘오늘날 되새길 의미’ 가득한 고려

   
북한 조선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고려 태조 왕건의 금동좌상. 국제신문 DB
“출발부터 여러 지역의 세력이 힘을 모아 나라를 세웠습니다. 신라는 폐쇄된 골품귀족이 폐쇄된 방식으로 나라를 경영했고, 조선 또한 성리학이라는 일원적 가치체계가 작동했다고 본다면, 고려는 달랐죠.” 다양성·포용성·통합성의 가치가 작동했고 지역의 문화가 존중받았다는 뜻이다. 고려를 살피면, 지금 한국에 절실하고 절실한 과제인 다양성, 포용, 상호인정과 통합, 분권, 지역문화의 가치 인식 등이 그 옛날 실제로 어떻게 작용했는지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렇게 탄생한 고려가 약한 나라였느냐? 아니다. 당당했다. 김 교수의 설명이다. “고려는 황제국을 표방했습니다. 황제국으로서 송나라 금나라 요나라 일본 등 주변 국가와 다원적 외교를 했습니다.” 고려 시대에 중국은 북송-요나라, 남송-금나라로 나뉘어 있어 고려는 외교가 복잡했다. 게다가 거란 여진 몽골 왜구 등 다양한 외세가 고려를 타격하고 침략했다.

“나중에 몽골 간섭기에 접어들지만, 고려는 대체로 슬기롭게 대처했습니다.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남송, 북송, 거란(요나라), 여진(금나라)이 다 망했지만 고려는 살아남았죠.” 복잡한 고려의 대외관계는 21세기 한반도와 비슷하다. 미·중·러·일 강대국에 북한까지 얽혀 복잡한 국제정세에 대처할 실마리가 고려 시대를 살았던 선조의 지혜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 세력이 진취적이고 열려 있으며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해상세력이었던 점도 뜻깊다. 그런 바탕 위에 높은 문화와 예술을 고려는 가꿨다.

■김해 부산 등 전국서 기념행사

김 교수는 “오는 4월 6일 김해문화원에서 ‘고려 시대 김해지역의 역사와 문화’ 학술대회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한국중세사학회가 김해시, 김해시사편찬위원회와 함께 연다. 이어 ‘동아시아 정세와 고려의 외교 전략’(7월 25일 서울), ‘고려도경 학술대회’(8월 24일 예정. 용인시 경기도박물관), ‘해양강국 고려의 바다’(9월 7, 8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및 부경대 해양실습선 나라호), ‘해양강국 고려와 전남’(10월), ‘국제학술대회 고려 왕조의 다양성과 통합, 포용과 21세기 코리아 미래 유산(11월 2~4일 수원시) 등 학술행사가 열린다.

전국에 걸쳐 대중강좌와 전시가 열리고, ‘고려사대계’ ‘고려시대의 이해’ ‘고려 시대 묘지명 및 금석 관련 자료 판독 및 교육 작업’ 등 출간사업도 시행한다.


◇ 고려 건국 1100주년 주요 기념사업

# 학술행사

1. 고려 시대 김해지역의 역사와 문화
 
4월 6일 금요일 오후 1시30분 김해문화원 1층 강당
협력=김해시, 김해시사편찬위원회
 
2. 동아시아 정세와 고려의 외교 전략
 
7월 25일 서울
협력 기관=동북아역사재단
 
3. ‘고려도경’ 학술대회
 
8월 24일(예정) 용인 경기도박물관 강당
협력기관=경기문화재단
 
4. 해양강국 고려의 바다
 
9월 7, 8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대강당, 부경대 해양실습선 나라호
협력기관=국립해양박물관, 부산대, 부경대

5. 해양강국 고려와 전남

10월 중
협력기관=전남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6. 국제학술대회 고려의 다양성과 통합
 
11월 2~4일 수원시 라마다 프라자호텔
협력기관=경기문화재단
 

# 출판사업

1. ‘고려사대계’ 편찬 (기획중)
 
다년 연구과제로 2018년 기획안 작성. 최소 10권
 
2. ‘고려 시대 묘지명 및 금석 관련 자료 판독 교열 작업’ 사업 추진
 
2018~2023년 추진. 국사편찬위원회와 추진 예정
 
3. ‘고려시대사의 이해’ 전공 개설서 집필
 
올해 7월 25일 출판기념회 예정
협력 기관=넥센월석문화재단
 

# 대중강좌

1. 국립중앙박물관 역사문화교실
 
11월~12월 수요 강좌 5회

2. 부산교육위원회 기획 강좌
 
여름방학 중 나흘가량 고 1, 2학년 학생


# 전시회

1. 경기천년 기념 특별 ‘오! 경기의 천년여행’
 
오는 11월 하순. 경기문화재단

2. 기획특별전시 ‘대고려전’
 
12월 중순. 국립중앙박물관

3. 강화역사박물관 ‘삼별초와 동아시아’
 
3월 27일~5월 26일. 순회 전시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북구, 화명롯데캐슬카이저에서 ‘아파트 축제와 연계한 문화가 있는 날’ 성황리에 개최
  2. 2아파트 거래 모처럼 증가…부산 부동산 시장 풀리나
  3. 3속 터지는 롯데 야구…더 속 터지는 음식주문
  4. 4파크골프 인기…용호동에 대형 실내시설
  5. 5“부산 철도망 핵심허브 부전역, 걷고 싶은 보행친화길 만들자”
  6. 6“부산 올해 신중년 일자리 300개 창출”
  7. 7부산신항 소형선부두 사후평가
  8. 8“산은은 부산, 농협은 호남” 대선 앞 프레임 전환
  9. 9부산 북구 만덕2동, “고독사 예방을 위한 촘촘한 복지울타리 『人커넥트』” 업무 협약 체결
  10. 10이정후 클래스…MLB 2루타 1위
  1. 1민주 좌천동 이사, 국힘 민원 친화형…시당사도 대선모드
  2. 2韓, 대통령몫 재판관 지명에… 우의장 "인사청문회 요청 접수 거부"
  3. 3장미대선 ‘56일 레이스’…잠룡들 줄줄이 등판 예고(종합)
  4. 4[속보] 이재명, 9일 당대표 사퇴…다음 주 대권 도전 선언 전망
  5. 5김민석 "대통령실 용산에 있어야 한다는 데 대부분 국민 동의 안할 것"
  6. 6이재명 대선·개헌 동시투표 ‘거부’…비명·국힘은 압박(종합)
  7. 7오세훈, 국민의힘 당사 맞은편에 사무실 계약…대선 출마 선언 임박
  8. 8대선일 6월3일…8일 국무회의 의결(종합)
  9. 9‘국민 50%+당원 50%’ vs ‘국민 100%’…민주, 경선룰 줄다리기 시작
  10. 10국힘, 주 52시간 예외 등 대선 공약 7대 비전 발표
  1. 1아파트 거래 모처럼 증가…부산 부동산 시장 풀리나
  2. 2“산은은 부산, 농협은 호남” 대선 앞 프레임 전환
  3. 3대형 주류사만 실적 고공행진…지역업계 ‘연합체’ 추진
  4. 4한진CY 부지 '르엘 센텀' 6월 말 분양
  5. 52032년 해기사 8600명 부족…외항상선 과반 운항 차질 우려
  6. 6분산특구에 요금감면·국비지원 혜택 준다…"전기료 인하 효과"(종합)
  7. 7주가지수- 2025년 4월 7일
  8. 8美 관세발 글로벌 쇼크…코스피 5.57% 폭락(종합)
  9. 9美 관세 충격파 대응…금융당국 “150조 투입”(종합)
  10. 10부산아파트 분양전망지수 대폭 상승
  1. 1부산 북구, 화명롯데캐슬카이저에서 ‘아파트 축제와 연계한 문화가 있는 날’ 성황리에 개최
  2. 2“부산 철도망 핵심허브 부전역, 걷고 싶은 보행친화길 만들자”
  3. 3“부산 올해 신중년 일자리 300개 창출”
  4. 4부산 북구 만덕2동, “고독사 예방을 위한 촘촘한 복지울타리 『人커넥트』” 업무 협약 체결
  5. 5글로컬대 준비기간 한 달 벌었다…지역대들 막판 스퍼트
  6. 6부산119 신고, 42초마다 1건
  7. 7산청·하동에 또 산불…8일 초속 25m 야속한 강풍까지(종합)
  8. 8불법 다단계 총책도 속았다, 9억 뜯어낸 법조비리 일당
  9. 9용접 불티 튀며 보온재 발화…하청 부주의·관리부실 합작품
  10. 10"육류 판매하러…" 부산-북한 오간 외국적 선박 선장 구속 송치
  1. 1속 터지는 롯데 야구…더 속 터지는 음식주문
  2. 2파크골프 인기…용호동에 대형 실내시설
  3. 3이정후 클래스…MLB 2루타 1위
  4. 4손흥민 토트넘서 450경기…구단 “위대한 7명에 합류”
  5. 5롯데 윤동희 OUT…우승 청부사 김태형 칼 놀림 거침없다
  6. 6NC 다이노스 홈 경기 또 취소…깊어지는 공룡의 고민
  7. 74시간 52분 ‘사직 혈투’…롯데 쓰디쓴 패배
  8. 8존재감 없는 롯데 캡틴…"준우형 도대체 왜 그래?"
  9. 9이정후 시즌 첫 3안타, 도루…오라클 파크 열광
  10. 10부상 이강인, PSG서 5번째 트로피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동삼동패총에서 나온 신석기시대 옹관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리뷰 [전체보기]
신인이 이끈 시립극단 정기공연 ‘박수 갈채’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불경기에도 많은 관람객…청년·신진작가 약진 눈길
통영국제음악제 문 연 임윤찬, 산불피해 아픔 달랜 감동 선율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그림과 함께 보는 시산문 50편 外
봉준호의 영감은 어디서 나올까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무슨 일 하세요? 묵묵히 살아가는 소시민 이야기
따라 썼을 뿐인데…디지털시대, 필사가 주는 힘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문준호-Landscape
황제성-숲속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청명한 이 아침에 /이상훈
청바지 /윤현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트렁크’ 서현진 정윤하
배우 문소리의 전천후 행보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검은 수녀들’ 송혜교
‘하얼빈’ 현빈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수상한 그녀’ 흥행 10년…K-드라마로 다시 안방 흔들까
일반인 출연자 잇단 스캔들, 검증 문제 도마 위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제(師弟)에서 도반(道伴)으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다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승부’ 42만 동원 2주째 1위…‘로비’ 개봉 첫주 2위
‘승부’ 개봉 첫 주말 1위…‘로비’는 예매율 1위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2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1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보사노바 가득한 애니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김태춘이 만든 다목적 문화공간 ‘국제악기’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9일(음력 3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8일(음력 3월 1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강변의 지는 배꽃을 묘사한 당나라 시인 원진의 시
계운별궁에 올리는 고사리가 지체됐다는 ‘승정원일기’ 내용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