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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전쟁·빈곤…남의 고통에 연민만으론 부족하다 /강이라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지음 /이제원 옮김 /이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06 18:56:5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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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문제 등 소외된 약자의 비명에
- 구경꾼으로 슬퍼하기만 해선 안돼
- 방관 자세 버리고 뭘 할지 숙고하라”
- 불편하지만 알아야할 센 언니의 직설

수전! 흑백 표지 속의 당신은 턱을 살짝 당기고 좁은 이마에 주름을 잡은 채 어느 한 곳을 주시합니다. 고집스런 검은 생머리에 날카로운 콧날, 굳게 다문 입술은 옳지 않은 것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말, 글, 행동 모두 거침없는 당신은 요즘 말로 ‘쎈 언니’입니다. 작가의 글은 작가를 닮는다더니 당신의 글들은 당신만큼이나 명료하고 깐깐하고 직설적입니다.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이며 예술 평론가 그리고 행동하는 지성인 당신과 당신의 글에 첫 눈에 반했노라고 고백합니다.

1979년 자신의 자택에서 찍은 수전 손택의 사진. ⓒLynn Gilbert,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수전! 타인의 고통을 읽었습니다. 이 봄날에 이렇게 마음 불편한 에세이라니요. 나약하고 소외된 약자의 비명이 행간을 뚫고 나옵니다. 전쟁 사진을 통해 포화 속의 타인과 타국에 대한 우리의 거리두기가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인 행위인지를 당신은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사진을 포함한 미디어는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보여준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보는 세계란 지리적으로 멀고 낙후되고 국한된 장소일 뿐이라고 당신은 주장합니다. 백인과 유럽, 미국이 아닌 이국적이고 식민지화된 그 곳(아프리카나 남미, 아시아)의 희생자들을 전면에서 대놓고 찍은 사진은 이런 고통은 미개한 곳, 뒤떨어진 곳, 가난한 나라에서나 가능한 비극이라는 믿음을 조장한다는 것이지요. ‘미국인들은 저곳, 그리고 미국이 개입되지 않는 곳에서 행해진 악을 사진으로 찍기를 더 좋아한다’ ‘미국은 대량학살 위에 세워졌다’ 당신은 미국 내 어디에도 흑인 노예사 박물관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미국의 사악한 인종주의)고 말합니다. 자국에 대한 당신의 거침없는 발언 때문에 ‘수전 손택은 미국을 앞장서 비난하는 인사’라는 비판까지 받지만 그 또한 무심하게 받아넘기는 당신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즐기고 가벼운 연민으로 대한다는 것은 나는 그런 고통의 원인과 무관, 무고하다는 뻔뻔한 변명일 뿐이니 구경꾼적인 시선을 거두고 상황을 숙고해야 한다, 사진은 객관적이지만 시점은 주관적이기에 우리는 조작된 이미지의 자극에서 벗어나 건강한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신은 말합니다. 미사여구도 없고 말을 돌리지도 않고 대놓고 말하는 당신의 글은 독자를 거듭 일깨웁니다. 예술, 인권, 사회문제에 바른 말만 하는 당신은 참 불편하지만 당신의 책만은 계속 읽고 싶습니다.

수전! 15세에 명문 버클리대에 입학할 만큼 영리했던 당신은 1966년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과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라는 도발적 문제를 제기한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로 주목받으며 해박한 지식, 비판적 관점을 견지한 ‘사진에 관하여’ ‘은유로서의 질병’ ‘우울한 열정’ 등의 저서를 꾸준히 발표합니다. 그리고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한’ 공로로 당신은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합니다. 2004년 골수성 백혈병으로 71년 삶은 끝났지만 거침없는 비판과 투쟁,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당신의 단단하고 단호한 글은 여전히 살아 숨 쉽니다.

트럼프 정권의 강경한 대외정책 뉴스를 보고 있으려니 이 책의 끝에 실린 당신의 9·11 테러에 대한 에세이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의 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미국이 강하다는 사실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그러나 강해지는 것만이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 당신이 살아있었다면 예루살렘 벽에 기대어 우는 고통받는 자들의 사진을 보며 어떤 글을 썼을까요. 수전 손택. 당신의 직언직설이 그립습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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