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여자] 늑대할머니는 한반도의 봄을 예견하신걸까 /안덕자

밥데기 죽데기 - 권정생/바오로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13 19:13:22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자식·남편 죽인 원수 복수하려고
- 밥데기 죽데기와 함께 찾아갔지만
-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혼란기 속
- 평화 없는 어지러운 세상 보게 돼

- 보다못한 할머니가 뿌린 약 가루
- 철조망과 무기 녹이고 봄 불러와

늑대할머니가 뿌린 한반도 평화의 봄 이야기. 오래전 쓴 권정생 작가의 동화이지만 요즘 같은 날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쓴 듯하여 경이롭기까지 하다.
늑대할머니는 50년 전 남편과 자식을 죽인 원수에게 앙갚음하려고 아주 신기한 방법으로 손자 둘을 얻는다. 이십 리나 되는 장터에 나가 약초를 팔아 생긴 돈으로 사 온 달걀 두 개를 쑥과 마늘을 넣어 삶았다. 기도한 뒤 삼베 헝겊에 싸 뒷간 통에 담갔다가 한 달 뒤 꺼내 씻고 씻어서 몇 가지 방법을 더해가며 백일 정성을 들였다. 마지막에는 질경이 씨앗과 기름에 불을 붙여 달걀 겉을 그을렸다. 푸른 연기가 달걀을 감싸더니 펑 소리와 함께 사내아이 둘이 태어났다. 할머니는 이들에게 밥데기 죽데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늑대할머니는 밥데기 죽데기에게 훈련을 시킨 다음 산삼을 팔아 모은 돈을 치마 속에 두둑이 챙겨 솔뫼골을 벗어나 서울로 향했다. 오로지 원수를 갚기 위해서다. 그러나 산속에서만 살아서인지 뒤늦게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남편과 자식을 죽인 원수를 찾아내긴 했지만 그는 죽음을 앞두고 병석에 있었다. 할머니는 원수가 참 착했던 사냥꾼이란 걸 알게 된다. 사냥꾼은 일본 형사가 시키는 일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늑대와 노루를 죽였다고 했다.

사연을 듣게 된 할머니는 차마 사냥꾼을 죽일 수 없었다. 사냥꾼의 이야기를 들으며 6·25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알았다. 원자폭탄을 맞고 평생을 컴컴한 벽장 속에 숨어 지내는 인숙이도 만나고, 병실에서는 자식도 없이 홀로 쓸쓸히 살아온 할머니를 만났다. 그 할머니는 일본 헌병에 잡혀 머나먼 이국땅까지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 노릇을 했다고 했다. 늑대할머니는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기가 막히고 슬펐다. 이제 할머니는 처음 계획한 개인적인 앙갚음은 다 포기하고 어지러워진 세상을 위해 밥데기 죽데기와 나섰다.

휴전선이라는 곳에서는 남북한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도 알았다. “그놈의 총을 만들고 원자폭탄을 만든 놈이 누구냐!” 할머니는 늑대소리를 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두 사이좋게 평화롭게 살도록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부처님도 오셨고 예수라는 하느님의 아들도 와서 목숨까지 바쳐가며 가르쳐도 여전히 슬픈 일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늑대할머니는 밥데기 죽데기를 만들 때처럼 이상한 방법으로 약을 만들었다.

밥데기 죽데기와 함께 캄캄한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약 가루를 뿌렸다. 며칠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남한과 북한에 있는 모든 달걀에서 노란 병아리가 태어났다. 이 조그만 병아리들은 삐약삐약거리며 한데 어울려 놀았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휴전선의 철조망이 모두 녹아내리고 있었고 전쟁무기도 다 녹아내렸다. 게다가 사람들 마음까지 녹기 시작했다.

그 후 아름다운 한반도 평화의 물결이 세계로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밥데기 죽데기를 읽어 줄 수 있는 마음 환한 봄이어서 참 다행이다.

동화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9. 9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10. 10방호복·지뢰덧신 살펴보는 국회 국방위원들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9. 9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7. 7“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8. 8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9. 9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4. 4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9. 9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0. 10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아카데미 직행표’ 두고 세계 13편 경쟁…12편 프리미어 상영
한국문학관 기행
부끄러움 없는 삶, 오늘 우리에게 성찰을 던지는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8일 (음 8월 1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