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남편 죽인 원수 복수하려고
- 밥데기 죽데기와 함께 찾아갔지만
-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혼란기 속
- 평화 없는 어지러운 세상 보게 돼
- 보다못한 할머니가 뿌린 약 가루
- 철조망과 무기 녹이고 봄 불러와
늑대할머니가 뿌린 한반도 평화의 봄 이야기. 오래전 쓴 권정생 작가의 동화이지만 요즘 같은 날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쓴 듯하여 경이롭기까지 하다.
늑대할머니는 50년 전 남편과 자식을 죽인 원수에게 앙갚음하려고 아주 신기한 방법으로 손자 둘을 얻는다. 이십 리나 되는 장터에 나가 약초를 팔아 생긴 돈으로 사 온 달걀 두 개를 쑥과 마늘을 넣어 삶았다. 기도한 뒤 삼베 헝겊에 싸 뒷간 통에 담갔다가 한 달 뒤 꺼내 씻고 씻어서 몇 가지 방법을 더해가며 백일 정성을 들였다. 마지막에는 질경이 씨앗과 기름에 불을 붙여 달걀 겉을 그을렸다. 푸른 연기가 달걀을 감싸더니 펑 소리와 함께 사내아이 둘이 태어났다. 할머니는 이들에게 밥데기 죽데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늑대할머니는 밥데기 죽데기에게 훈련을 시킨 다음 산삼을 팔아 모은 돈을 치마 속에 두둑이 챙겨 솔뫼골을 벗어나 서울로 향했다. 오로지 원수를 갚기 위해서다. 그러나 산속에서만 살아서인지 뒤늦게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남편과 자식을 죽인 원수를 찾아내긴 했지만 그는 죽음을 앞두고 병석에 있었다. 할머니는 원수가 참 착했던 사냥꾼이란 걸 알게 된다. 사냥꾼은 일본 형사가 시키는 일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늑대와 노루를 죽였다고 했다.
사연을 듣게 된 할머니는 차마 사냥꾼을 죽일 수 없었다. 사냥꾼의 이야기를 들으며 6·25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알았다. 원자폭탄을 맞고 평생을 컴컴한 벽장 속에 숨어 지내는 인숙이도 만나고, 병실에서는 자식도 없이 홀로 쓸쓸히 살아온 할머니를 만났다. 그 할머니는 일본 헌병에 잡혀 머나먼 이국땅까지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 노릇을 했다고 했다. 늑대할머니는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기가 막히고 슬펐다. 이제 할머니는 처음 계획한 개인적인 앙갚음은 다 포기하고 어지러워진 세상을 위해 밥데기 죽데기와 나섰다.
휴전선이라는 곳에서는 남북한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도 알았다. “그놈의 총을 만들고 원자폭탄을 만든 놈이 누구냐!” 할머니는 늑대소리를 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두 사이좋게 평화롭게 살도록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부처님도 오셨고 예수라는 하느님의 아들도 와서 목숨까지 바쳐가며 가르쳐도 여전히 슬픈 일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늑대할머니는 밥데기 죽데기를 만들 때처럼 이상한 방법으로 약을 만들었다.
밥데기 죽데기와 함께 캄캄한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약 가루를 뿌렸다. 며칠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남한과 북한에 있는 모든 달걀에서 노란 병아리가 태어났다. 이 조그만 병아리들은 삐약삐약거리며 한데 어울려 놀았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휴전선의 철조망이 모두 녹아내리고 있었고 전쟁무기도 다 녹아내렸다. 게다가 사람들 마음까지 녹기 시작했다.
그 후 아름다운 한반도 평화의 물결이 세계로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밥데기 죽데기를 읽어 줄 수 있는 마음 환한 봄이어서 참 다행이다.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