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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완 신부의 신앙 이야기 <3> 계시의 하느님

종교는 지켜야할 규율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삶을 보는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20 19:01:4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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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교포사목을 할 때, 교포사목을 하는 한국 신부님들이 모여 피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교포사목 대표 신부님께서 나에게 미사 주례를 부탁했다. 연배가 더 높으신 신부님도 많이 계셨는데 굳이 나에게 주례를 부탁한 정확한 이유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주례를 승낙하고 나자 신부님들 앞에서 해야 할 강론이 걱정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갑자기 떠오른 것이 ‘계시의 하느님’이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남의 밥이 되어주는 삶을 추구하고 그 삶을 이루어내는 만큼 하느님을 알고 또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DB
계시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로,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없지만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열어 보이셨기에(계시) 하느님을 알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기본적인 가르침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하느님께서는 ‘열리신 분’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따라 일어나는 생각은 과연 닫힌 마음으로 열린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계시를 믿는다면 당연히 당신을 여신 하느님의 모범을 따라 자신을 여는 열린 삶을 추구함이 마땅한데. 그때 비로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열어 보이셨다는 말을 ‘열린 하느님’이라는 말로 바꾸어 놓았을 뿐인데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열린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새롭고 중요한 결론을 도출하게 된 것이 신기하면서도 하느님의 은총이고 선물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종교라고 하면 지켜야 할 규칙 혹은 계율을 생각한다. 개신교 신자는 술, 담배를 못 하지만 가톨릭 신자는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그 차이를 말한다. 그리고 독실한 신자란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불교든 규율이나 법을 어김없이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죄를 짓지 않는 것도 이를 어기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법과 규율을 지킨들 꽉 막힌 사람이 돼버린다면 그 성실한 지킴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설사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규율과 규칙을 쉽게 어기고 심지어 주일미사에 참여하지 않고 냉담했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열린 생각을 하고 좀 더 열린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그 사람이 더 하느님을 잘 알고 믿는 사람이 아닐까?

이렇게 신앙인은 열린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것은 예수님께서 이끌어주신 은총임은 틀림이 없는데, 무엇이 열림인지 정의를 내리려고 하니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림과 닫힘은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 행위에서 비교돼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령 자기만 생각하고 욕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열림인지 닫힘인지, 또 공동선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열림인지 닫힘인지 쉽게 분별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을 우리에 대한 완전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 사랑이야말로 완전한 열림이며,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열어 보이신 확실한 모습이다. 이 열림을 닫힘의 대명사인 죽음이 가두어 놓을 수 없기에 부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열린 삶을 추구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대로 남의 밥이 돼주는 삶을 추구하고 그 삶을 이루어내는 만큼 하느님을 알고 또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cpbc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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