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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커플 대실 되죠?”…폐쇄성 벗은 북한, 자본주의 입다 /정광모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지음 /전병근 옮김 /비아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20 19:21:3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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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북한을 잘 모른다. 우리에게 북한은 오보가 인정된 나라다. 언론은 북한에 관한 엉터리 보도를 내놓고는 허위로 밝혀져도 정정하지 않는다. 북한 핵무기 보도는 넘쳐나지만 북한의 경제와 일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감하다. 북한은 적이면서 미래를 함께해야 할 친구지만 언론은 적으로 모는 보도에 열심이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에 실린 북한 평양의 번화한 지역 창전 거리 전경. 비아북 제공
저자는 최근 북한 사회를 추적한 끝에 북한이 자본주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일반 임금 생활자는 공식 일자리는 국영공장에 두면서, 뇌물을 주고 일터에서 빠져나와 개인사업을 할 수 있다. 평양에서는 대다수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북한 병사는 서울을 파괴하려는 훈련보다 민간 건설사업에 동원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저자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례를 들어 시장화라는 눈덩이는 계속 무게와 속도를 더해 급기야 북한이 한국 같은 ‘대기업의 나라’가 돼 간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라고 말한다.

   
저자가 조사한 내용을 모두 믿을 필요야 없지만 선입견을 잠시 놓아두고 귀를 열어도 나쁘지 않다. 우리에게 북한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자료가 드물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의 변화 원인은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이다. 당시 최소 수십만 명이 희생됐다.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으면 죽음 직전까지 간 사람도 수백만 명은 될 것이다. 부모형제가 누렇게 뜬 얼굴로 한 숟가락 밥을 구하다 죽었다. 잊지 못할 악몽이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으로 부르는 참사를 겪고 국가가 유지됐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 주민은 대기근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부러울 것 없다는 사회주의 조국을 믿었다가는 굶어 죽을 수 있다. 북한의 국가 경영은 실패했다. 식량은 핵심 계층에게만 배급된다. 정부는 주민을 구제하지 못했고 주민 각자가 자력으로 살길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오늘날 북한 주민 다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이중생활을 꾸린다. 국가 비극에서 어쩔 수 없이 탄생한 변화가 오늘날 북한 보통 주민의 삶을 발전시킨 셈이다. 여성의 삶도 달라졌다. 저자는 북한 여성은 대기근을 거치면서 주부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힌다. 많은 여성이 북한 가정을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있다. 장마당에 좌판을 내고 음식을 팔고 영세한 수출입 사업에 종사하거나 가정집을 시간제로 연애 커플에게 임대하는 것도 대부분 여성의 일이다.

변화는 심대하면서 근본적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 만국의 프롤레타리아는 오래 전에 부르주아가 되는 길을 택했다. 북한은 뒤늦게 출발한 셈이다. 시장화 바퀴는 구르기 시작했고 멈출 수 없다. 그렇다고 시장화를 맘대로 내버려 두면 북한체제를 산산조각 내버릴지 모른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저서 ‘리얼 노스코리아’에서 헝가리 경험을 전한다. “공산주의보다 더 최악인 게 무엇인가? 공산주의 다음에 온 것들이다.”

북한 정권이 발을 까딱 잘못 디디면 주민은 한국에 종속된 2등 시민의 운명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에 사는 탈북인 처지를 보라. 목숨 걸고 탈북한 그들은 한국에서 차별 대우에 시달리다 사회 하층민으로 근근이 살며 한국을 증오하게 된다. 북한 주민은 북한이 남한보다 형편없이 못 살며 모든 부문에서 뒤떨어졌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북한이란 나라가 모든 것을 주민에게 제공해주던 시절이 끝장났음도 안다.

   
그렇다고 북한 체제가 갑자기 붕괴하거나 주민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다. 북한 정권은 여전히 사회를 통제할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시장화로 북한 체제가 바로 멸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장을 방관하는 길과 자신의 정치적 통제력을 유지하는 선택 사이에 쉴 새 없이 균형을 유지해야만 한다. 북한 정권은 점진적 개방과 안으로부터 개혁을 추구하며 내부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기려고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핵문제도 그런 방향을 돕는 방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화는 모든 것을 녹이는 무시무시한 힘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 벌이는 맹렬한 다툼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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