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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반짝반짝 문화현장 <46> 사진가 조명환의 양서류 프로젝트

물과 뭍 수없이 오가며 찰칵! … 사진가의 눈과 몸 ‘양서류’가 되다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5-10 18:53:4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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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전문 사진가로 유명
- 5년간 기획·8년째 촬영 중

- 부산 바다 말할 것 없고
- 강·바다·호수에 인접한
- 세계 곳곳의 유명 건축물
- 물에 반쯤 잠긴 채 찍어
- 150개 도시 40만 컷 달해
- “체력 될때까지 20년 진행”

나는 물로 들어갑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까지 두 시간쯤 걸리죠. 물속에서 뭍을 향해 2500컷 쯤 사진을 찍어요. 그렇게 하루에 몇 번 반복하기도 합니다. 빛이 좋은 때, 볕이 마음에 들 때를 골라야 합니다. 서두르고, 기다리고, 찾아다니죠. 2014년 다녀온 두 번째 ‘세계일주’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조명환 사진가가 부산 금정구 남산동 작업실에서 물속에서 사진을 찍는 촬영 장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를 빌려 헝가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 프랑스를 두 달 동안 돌았습니다. 아침 여섯시 반 호텔에서 아침 먹고 여덟시쯤 길을 나서 목적지를 찾아가고, 물속에서 사진 찍고 다시 이동하고…. 볕 좋은 오후 두시를 안 놓치려고 점심 거르고, 다시 빛 좋아지는 저녁 무렵 촬영하면 해가 져요. 해가 진 뒤 숙소를 찾아 나섰더니 시골 호텔엔 밥이 없고, 근처 가게 겨우 찾아 썰어놓은 연어와 맥주 두 캔 산 것도 다행이죠. 부산에 돌아오니 12㎏이 빠졌더군요.

   
물에서 ‘양서류 프로젝트’ 사진을 찍는 조명환 사진가.
일본 후지산을 찍으려 물에 들어간 날은 영하 8도, 영하 12도였어요. 눈 덮인 후지산이 필요했거든요. 대상(오브제)을 잘 보기 위해 계절과 상관없이 필요할 땐 언제든 물에 들어가니 가을엔 몸을 불리고, 봄엔 좀 빼요. 5㎏을 왔다갔다하죠. 추운 철엔 물속의 차가움을 견뎌야 하니까 몸을 불리죠. 몸 만들고 무엇을 왜 찍을지 조사하고,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해요.

그렇게 150여 도시와 오브제를 40만 컷 찍었습니다. 구상과 기획은 2005년 시작했고, 실제 촬영에 들어간 건 2010년이니 기획한 지는 13년째이며 8년째 찍고 있네요. 나의 ‘양서류 프로젝트(Amphibious Eye Project)’입니다. 양서류 프로젝트는 20년은 진행할 예정입니다. 체력이 될 때까지.

위의 글은 사진가 조명환(53) 인터뷰의 일부이다.

그를 처음 만난 때는 2010년이었다. 그는 부산 건축계에서 능력을 꽤 인정받는 건축 전문 사진가였고 사진 예술가였다. “‘양서류 프로젝트’ 촬영을 곧 시작합니다.” 그때 조명환 사진가는 이렇게 말했다. 가끔 소식은 나눴지만, 거의 만나지는 못한 지 8년. 그동안 송정 청사포 해운대 광안대교 오륙도 이기대 중앙동 자갈치 같은 부산 바닷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 바다와 강과 호수를 부지런히, 아니 독하게 찾아다니며 스스로 ‘양서류’가 되었다.

   
사진가 조명환이 찍은 ‘양서류 프로젝트’의 작품. 위에서부터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 바닷속에서 찍은 몽생미셸, 미국 뉴욕의 마천루 그리고 상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조명환 사진가 제공
뉴욕(마천루와 자유의 여신상 등), 빌바오(구겐하임 미술관), 파리(에펠탑 등), 노르망디(몽생미셸), 리옹, 베니스, 그리스 미코노스, 베이징(올림픽경기장 등), 상하이(푸동 빌딩숲),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가라쓰(가라쓰성)…. “비용 마련요? 건축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대부분 혼자 힘으로 마련하죠. 그렇게 세계일주 수준의 촬영 여행도 두 번 했고요.”

10년(또는 그 이상) 계획이 가슴에 있는 사람은 남이 옆에서 팔랑팔랑거리며 넌 왜 이거 안 하니, 넌 왜 이거 없니, 넌 왜 나와 같지 않니 하며 참견해도 잘 안 흔들린다. 그게 다 그 사람들이 내심 불안해서 그러는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흉중에 10년 계획이 있으면 뚜벅뚜벅 걷게 된다. 사진가 조명환을 만나 양서류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꿈꾸고, 그 꿈을 이루려 기획하고, 기획을 오랜 세월 실천하는 예술가로 사진가 조명환을 규정할 수 있었다.

결국 물음의 핵심은 “왜 ‘양서류 프로젝트’인가”로 귀결된다. “이 프로젝트뿐 아니라 다른 작업도 꽤 했고 또 하고 있죠. 도시 이미지를 찍으면서 인간을 묻는 ‘From the City’ 작업은 양서류 프로젝트의 후속이라 할 수 있죠. 그밖에도 몇 개 더 있어요.” 그의 ‘양서류 프로젝트’ 사진은 물속에 살던 양서류가 최초로 물 밖으로 나오면서 물 위 세상을 보는 시점에서 찍는다. 그는 “이런 사진을 ‘하프 앤 하프’ ‘반수면사진’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장르라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물은 인류와 생명의 시원(始原)이죠. 양서류는 물속에서만 살다 진화를 거치면서 땅으로 올라와 살게 되는 존재죠. 나에게 양서류는 지구 탄생 이래 생명의 역사를 모두 지켜본 어떤 시각입니다. 두 세계를 이어주죠. 그런 양서류 눈에 최초로 들어온 ‘문명’ ‘도시’ ‘인간’ 어떤 의미일까요? 문명을 이루느라 고생도 많았고 많은 성취도 했지만, 자연의 일부일 뿐이고 과정인 거죠. ”

최고의 존재이자 모든 것의 지배자인 것처럼 오만해졌고 곧잘 착각하는 인간의 본질을 양서류의 시선은 꿰뚫는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시원의 존재인 양서류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본 첫 풍경’이라는 그 대범한 상상 자체가 예술이 던져야 할 ‘큰 질문’을 감당하고도 남는다. 큰 질문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대범한 예술가가 우리 사회에게는 더 필요하다.

◇사진가 조명환= 부산 출생. 울산대 건축학과. 건축 전문 사진가로 활동.개인전 ‘양서류 프로젝트’(2012년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 2013년 부산 K갤러리, 2014년 부산 TL갤러리), ‘양서류’(2015년 부산 예술지구 P), ‘도시로부터(From the City)”(2012년 부산 수호롬갤러리). 단체전 2016년 일본 노가타 미술관 전시 등 5회.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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