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여자] 절대 고독은 소통에 미숙한 현대인의 운명이다 /강이라

오직 두 사람 - 김영하/문학동네/1만3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11 19:52:5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울산 오영수 문학상 26번째 수상작
- 단절·상실·고독 상징으로 ‘가족’ 설정
- 가족에서도 고립된 아빠와의 관계 조명
- 가족끼리 형성된 모국어는 운명같은 것

지난 5일, 울산에서 오영수 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수상자는 김영하 소설가, 수상작은 단편 ‘오직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오영수 문학상은 지역에서 내실 있게 운영하는 문학상의 성공적 예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20여 년 넘게 지역 문학상으로서 권위를 지키기 위해 애쓴 지역 문인과 문학상 관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올해 오영수 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영하.
오영수 문학상은 울산 출신 소설가 오영수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3년에 제정된 문학상으로 올해로 26년째입니다. 현기영, 오정희, 공지영, 성석제 등의 소설가가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03년, 2012년에는 울산 출신 방현석, 박민규 작가가 문학상을 받으며 지역민의 긍지와 자부심에 큰 힘을 실었고 2015년에는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충호 소설가가 수상하며 침체되었던 지역 문단에 청신호를 밝혔습니다.

오영수 선생은 1914년 경남 언양군 상북면(지금의 울산시 울주군)에서 태어났습니다. 언양초등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생은 부산의 경남여고에서 교직 생활을 했습니다. 단편 ‘머루’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등장한 선생은 대표작 ‘갯마을’ ‘메아리’를 포함한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농어촌의 토속적 정서를 잘 드러내는 작가로 인정받았습니다. 말년에 귀향해 1979년 5월 15일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선생은 소설의 배경적 뿌리였던 고향, 갯마을에 묻혔습니다.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고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작가의 묘역 인근에 문학관을 건립, 육필원고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문명이 미치지 않은 원시적 바다를 잊지 못해 갯마을로 돌아온 해순이 오영수 소설에서 ‘회귀’의 상징이었다면, 김영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의 나와 가족은 단절과 상실, 고독의 상징입니다. 가족 안에서 고립된 나와 아빠를 희귀 언어를 쓰는 소수 부족의 마지막 두 사람으로 설정함으로써 드러내는 절대 고독과 소통의 불일치는 가족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소통에 미숙한 현대인의 여러 관계에 대입 가능합니다.

우리는 늘 상대를 향해 이미 죽은 말을 내뱉고 분절된 대화를 나누며 끊어진 관계를 이어갑니다.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 참견할 사람도 없는 외로움.’ 미국으로 떠나버린 동생이 사용하는 영어는 주인공, 현주에게 너무나 논리적이며 명쾌하고 이성적으로 들립니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끝내 저버리지 못한 현주는 말합니다. ‘저에게는 아빠가 모국어예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운명 같은 거예요.’ 갯마을의 해순도 그랬겠지요. 눈부신 멸치떼를 바라보며 바다는 ‘그냥 운명’ 같은 것이니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소설집에 실린 두 번째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는 세월호의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유괴된 아들을 십 년 만에 되찾지만, 이미 부부는 직장을 잃었고 아내는 미쳐 버렸습니다. 아이는 친부모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다 끝내 떠나 버립니다. 아이를 잃고 서로의 부주의함과 무책임을 탓하는 부부의 대화는 대못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그대로 박힙니다. 상처는 아물겠지만 흉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평생 흉터를 더듬으며 상실의 순간을 되새김질해야 하는 건 그들의 운명일까요. 그 가혹한 삶을 그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 걸까요.

50여 년 시간을 건너 ‘갯마을’의 오영수와 ‘오직 두 사람’의 김영하는 하나의 모국어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소설을 읽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한국어라는 모국어를 쓰는 이가 오영수와 김영하, 오직 두 사람이 아니라서요.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4. 4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8. 8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7. 7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3. 3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