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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반짝반짝 문화현장 <47> 중진 춤꾼 하연화와 ‘춤이 있어야 할 자리’

30년을 부지런히 다녔다…내 춤이 있어야 할 자리를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5-24 18:34:0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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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1 학교 무용부에서 시작한 춤
- 지역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하며
- 춤패 배김새로 정통의 길 걸었다

- 치열하고 탐스러운 예술 위해
- 그치지 않고 나아간 명류무일가
- 50 넘어 세계로의 도전 이어지고

- 팽목항·소녀상·촛불집회의 위로
- 춤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하다

춤의 역사가 유구하고, 춤 예술 자산이 풍부한 부산에서 중진 춤 예술인 하연화(51)는 현재 아주 독특한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그가 선 독특한 춤의 자리는 과거보다 위축된 지금의 부산 춤 예술이 새로이 활로를 모색하는 데 참고할 만한 ‘생각의 방향’을 제시한다. 지난 20일 그를 만나 ‘하연화의 춤 자리’를 놓고 시작한 인터뷰는 5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길었던 이야기는 차츰 ▷춤의 기본을 잊지 않으려는 내향 ▷춤 예술의 확장을 실천하는 외향 ▷춤이 있어야 할 자리로 나가는 열린 태도로 수렴됐다.

■내향-춤의 기본 잊지 않기

   
무대에서 배김허튼춤을 추다 도약한 춤꾼 하연화(사진 김윤규). 나비를 연상시킨다.
춤 예술인 하연화를 규정할 키워드를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앞자리에 떠오르는 것이 중진·정통·전통·창작 등이다. 그가 현재 부산 춤 예술계를 대표하는 여러 명의 중진 춤 예술인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은 재론이나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1967년생으로 고 1 때 학교 무용부에서 춤추기 시작했으며 경성대 무용학과 85학번이다. 무용학과 85학번은 부산 춤 르네상스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1980년대 중반께부터 절정을 향해 치닫는 10여 년 기간에 걸쳐 주역이자 ‘정통’이었고 뒤로도 대체로 그랬다.

“초등학교 매스게임 때 부채춤을 추다가 춤에 푹 빠져버렸죠. 고교 때 우리 학교 무용부는 대학 주최 콩쿠르에 나가 군무에서 일등도 참 많이 했죠. 대학생활은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하고 단조롭게 학교-무용실-집만의 반복이었죠. 그리고 공연하고, 레슨을 받거나, 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 하고….” 대학 1학년 때인 1985년 스승인 경성대 최은희(무용학과) 교수가 동인춤패 배김새를 창단한다. 당시 동인춤패는 그 대학 무용학과를 나온 졸업생이 중심이었다. 그는 2학년 때부터 배김새 공연에 참여했다. 그는 춤패 배김새 단원으로 활동한 26년 동안 16년을 대표를 맡았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춤패 배김새 예술감독이자 경성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다.

한국춤 전공자들의 단체인 춤패 배김새는 1985년 창단과 함께 창작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한국춤을 바탕으로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자 원폭, 일본군 ‘위안부’ 문제, 환경과 생태 등 민감한 사회문제를 작품으로 끌어들였다. 하연화 또한 창작춤을 많이 췄고, ‘나비 날다’ ‘푸른 눈물’ 등 창작춤을 안무했다. ‘창작’을 계속하다가 “2000년대 들면서 다시 살풀이춤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 김명자 선생 문하에서 살풀이춤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그는 떠올렸다.

그렇게 창작을 거쳐 다시 ‘전통’으로 들어선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부산시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고무 이수자, 경남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교방 굿거리춤 전수자가 됐다. 이것이 그의 키워드를 중진·정통·창작·전통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다.

■외향-예술 춤의 확장을 꾀하다

   
연습 중인 모습(사진 박병민).
하연화무용단(대표 하연화)은 지난 23일 서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수요춤전에서 ‘명무류일가’를 공연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춤패 배김새에 들어간 1989년을 기점으로 삼을 경우, 사회에 나와 춤춘 지 30년이 되며 부산에서 누구보다 꾸준히 자주 치열하게 무대에 서온 춤꾼 하연화에게도 ‘명무류일가’는 특별하다.

‘명무류일가’는 2015년 예술기획자이자 춤 평론가 최찬열이 기획하고 부산의 쟁쟁한 춤꾼들인 하연화 이윤혜 황지인이 주축이 되어 시작했다. “앞선 명무(名舞)들의 흐름(流)을 이어 일가(一家)를 이루게 될 때까지 계속될 춤판”을 지향한다. 이윤혜 황지인 하연화가 명무의 가르침을 새기고 자신의 내공을 담아 각자 유파의 춤을 추고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몸짓도 선보이는 구성이다.

이렇게 일정한 ‘확장’을 시도한 춤 기획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공연 공간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재일동포 춤 예술가 김일지 선생이 합류하면서 부산에서 두 번 더 공연했고, 지난해 11월 우리 ‘명무류일가’ 팀이 일본 교토에 초청돼 ‘한일문화교류전 명무류일가·남무 in 교토’ 공연을 했어요.” 그리고 ‘명무류일가’ 팀은 오는 11월 다시 일본으로 가 교토 오사카 도쿄에서 공연한다. 예술이 더욱 치열하고 탐스러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두려움 없는 확장 또는 도전이 필요하다. 그가 지금 ‘명무류일가’라는 도전을 통해 하는 일이다.

■열린 태도-팽목항·촛불·소녀상

   
세월호 추모 춤(사진 김지운).
그는 최근 몇 년 공연장 아닌 곳에서 춤을 많이 췄다. 공연장 아닌 곳은 춤추기 불편하고 부상 위험도 높다. 그래도 주저한 적이 없다. 한 곳은 부산 서면이다. 탄핵촛불집회 광장에서 그는 춤췄다. 많은 분이 느꼈겠지만, 건조해지기 쉬운 집회에 좋은 춤이 들어서면 그곳은 문화제 현장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절실해지고 촉촉해진다. 촛불광장에서 하연화의 춤은 당당하고 단단했으며 부드럽게 출렁였다. 하연화 춤의 새로운 광경을 선보였다. 또 한 곳은 팽목항을 비롯한 세월호 아이들 추모 현장이었다. 몇 번이나 나갔다. ‘거기는 가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절로 움직였다. 그리고 소녀상.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위한 춤을 그는 현장에서 여러 번 췄다. 그때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가 생각났다. 이때 그의 춤도 ‘굉장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위한 춤(사진 김지운).
“춤 배우고, 춤 연습하고, 춤 짜고, 춤 가르치고, 춤 공연하는 게” 삶의 거의 전부이거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일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의 춤도 저의 성향도 보수적인 편이라 할 수 있어요. 사회의식이 예민하거나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곳만큼은 가야 할 것 같았어요. 올해 1월 1일 팽목항 세월호 추모행사에 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곧장 대답했어요. 예, 그래요. 갈게요.”

진보니 보수니 등등을 따질 계제가 아니라 사람을, 아이들을, 공동체를 생각할 상황이란 걸 수십 년 춤으로 단련한 그의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한 것 같다. 그렇게 그는 ‘춤이 있어야 할 자리’로 부지런히 갔다. 부산의 춤이 활로를 찾으려면 그 길은 춤의 기본을 잊지 않는 내향과 예술로서 춤의 확장을 꿈꾸는 외향과 춤이 서야 할 자리를 고민하는 열린 태도가 함께 있는 그곳 어디쯤이 시작일 것이다. 그것이 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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