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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1> 더 슬퍼질 부산골목을 위하여

아파트 때문에 사라지는 골목, 도시의 숨결이 끊어진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04 19:11:5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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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에 대형단지 들어서
- 부산 특유의 자산 없어져
- 골목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
- 영선고갯길·고갈비골목 등
- 책으로 생생하게 살려 눈길
- 골목문화 재생산 연구 필요

꼭 가보고 싶은 문화행사가 있어 길을 나섰다. 그날 행사는 해운대 신도시 쪽에서 열렸다. 행사가 끝나자 해가 졌다. 부산 ‘원도심’으로 분류되는 서구의 오래된 동네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나는 신도시가 낯설었다.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대중교통은 정보를 몰랐다. 좀 걸어보기로 한다.

   
주경업 부산민학회 대표가 그린 광복로 고갈비 골목. 도서출판 선은 제공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된다. 실핏줄처럼 이어지며 아기자기 연결되는 원도심 골목투어(주로 부산 중구 동구 영도구 서구 그리고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가 얼마나 정겹고 행복한 경험인지. 신도시 대형 아파트 단지와 도로로 분할된, 바람 부는 직각의 ‘아파트 둘레길’을 오래 걷는 것이 때에 따라 얼마나 몸과 마음을 황량하게 하는지.

부산에서 지금 가장 빨리 사라지고 있는 ‘문화 자산’을 꼽으라면, 그것은 골목일 것이다. 거대한 아파트 중심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많이 이뤄지면서 골목은 하염없이 없어진다. 그렇게 사라지는 골목이 실은 도시가 쌓아온 시간의 더께와 사연, 사람과 문화의 숨결이 숨 쉬는 문화 자산이라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기에 더 빨리 더 쉽게 사라진다,

감천문화마을 안에서 돌아다니거나 감천문화마을~아미동 비석문화마을~부산대병원까지 이어지는 길을 골목만을 따라 내려설 때, 보수동 책방골목을 거닐거나 동광동~중앙동·영도의 골목투어를 할 때 왜 골목이 우리를 아늑하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는지 부산은 이제 연구해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부산이 세계 또는 한국에 내놓을 문화자산은 부산 특유의 많고도 다양한 ‘골목’과 그 골목을 수직 또는 수평으로 이어주는 ‘계단’이 될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문화 자산을 소중히 여기고 창의적 발상을 중시하는 시대니만큼 부산 특유의 골목과 계단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날이 올지.

   
‘골목, 부산사람’이라는 모임이 성실하게 농사 짓듯 엮고, 부산 중구청이 예산을 지원해 얼마 전 발행한 ‘골목, 부산사람 1-중구편’이라는 355쪽짜리 비매품 보급형 책자가 소담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골목을 끌어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의 면면부터 보자. 부산민학회 주경업 회장이 기획하고 총괄했다. 역사적 측면은 주 회장과 박영구 동국대 겸임교수가 맡았다. 글은 주로 문학인이 썼는데 최원준 김수우 김해경 신정민 이현주 시인, 정훈 문학평론가, 김민수 극작가, 김정화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기획부장이 나섰다. 사진은 김탁돈 문진우 김신규 김성연 김진문 사진가가 협업했고 회화 등 미술 분야에서 주 대표와 김충진 허휘 정진택 윤필남 정지영 조규철 최영근 등 화가와 카투니스트 안기태 서상균 화백이 참여했다.

필진·제작진을 살펴보면, 부산 예술문화계에서 비중이 높은 중진·중견 예술가부터 골목을 비롯해 지역문화사에 높은 관심을 두고 나름의 활동을 펴온 전문가 등 다양하다.이들이 오래 토의하고, 서로 비판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책은 생동감이 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동광동 영선고갯길의 역사와 명소와 사연뿐 아니라 구두수선공 박완영 씨, 논치지상(동광시장) 구멍가게 김재덕 할머니와 포장마차 박영순 할머니, 영주시장 칼국숫집들을 포함해 생동감을 높이는 식이다. 그렇게 동광동 인쇄골목, 광복로 고갈비 골목이 살아났다.

   
골목을 잘 알고, 골목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이 협업해 골목을 남겼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골목으로 작업이 넓혀지면 그 또한 뜻깊을 것이다. 집필진은 “골목 연구를 통하여 부산 골목을 바로 쳐다보는 인식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이를 학습의 자료로 삼아 도시투어에 활용하게 하며, 골목 문화의 재생산으로서 재개발의 대안으로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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