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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가진 것 없는 청년들 유쾌한 반란 꿈꾼다 /박진명

가난뱅이의 역습 - 마쓰모토 하지메/이루/13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08 19:26:01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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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세계서의 ‘즐거운’ 생존전략 담아
- 바가지 대항수단으로 재활용가게 추천
- 방세 깎기·뷔페 공짜로 즐기기 등 소개
- 거리 축제 등 기상천외한 투쟁 경험도

다시 선거철이다. 온갖 약속이 넘쳐나는 선거판이 펼쳐질 때마다 결국은 내 20, 30대의 삶을 그다지 응원하지 못했던 그 약속들이 함께 떠오른다. 청년 일자리 수를 늘리겠다는 후보들의 수많은 약속 속에서도 동료였던 청년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또 심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먼 곳으로 떠나간 이들이 많다. 나 자신도 여전히 이 세계에 발붙이고 생계며 관계를 고민하고, 이상이나 꿈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은 늘 낯설고 막막하다.

가난뱅이의 역습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가 선거 때 쓴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지형출판사 제공
10년쯤 전 출판된 마쓰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의 역습은 이 완고한 자본과 권력의 세계에서 가진 것 없는 청년이 취할 수 있는 저항과 생존의 전략을 유쾌하게 서술한다. 작가가 책을 쓴 이유는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새 발의 피 같은 돈 부스러기나 얻는 ‘우수한 노예’가 되느니 하고 싶은 일을 하다 곤란을 좀 겪더라도 결국은 어떻게든 되는 ‘인간답고 즐거운’ 삶을 살아보자는 거였다. 격차사회의 ‘우등반’이 되기 위한 시시껄렁한 기술이 아니라 ‘가난뱅이 계급’의 유쾌한 삶을 위한 생존기술을 담은 실용서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것은 팍팍한 세상에서 기상천외한 축제를 만드는 방법론이기도 한다.

1장에서는 ‘여차할 때 써봄직 한 가난뱅이의 생활기술’을 소개한다. 방을 싸게 구하는 방법부터 방세를 냈다 안 냈다 종잡을 수 없게 하여 11개월 치만 내는 등의 방세 깎기, 공동생활이나 노숙까지 다양한 주거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또 밥값 절약을 위해 먹는 장사를 하는 친구 사귀기,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는 친구에게 유통기한 지난 음식 얻어먹기, 사기 전과 26범에게 전수받은 먹고 튀기, 모르는 파티에 은근슬쩍 끼어 뷔페 즐기기를 소개하고 있다. 차 얻어 타기는 파친코가 좋다며 돈을 딴 사람은 티가 나니 태워달라고 하면 흔쾌히 태워주거나 차비 하라며 돈을 주기도 한단다. 대신 강도처럼 의심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메가 난장 선거 투쟁을 벌이던 당시의 사진.
2장에서는 가난뱅이들에게도 아지트가 필요한데, 재활용가게는 그런 아지트이자 바가지를 씌우는 경제에 대한 대항 수단이자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 기반이 될 수도 있으며 가난뱅이들의 물자공급처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재활용가게에 있는 앰프나 스피커, 발전기 등의 물품들은 거리에서 제대로 한 판 놀기(축제) 위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개인 상점이 모인 곳에서 활동하다 보면 서로의 물건을 사기도, 단골이 되기도 하면서 함께 뭔가 도모하는 관계로 확장되기도 한다.

3장은 도발적이게도 ‘반란을 일으키자’이다. 바가지를 씌우는 대학 학생식당 앞에서 학생식당보다 저렴한 100엔 카레를 파는 등 기상천외한 투쟁을 그는 벌였다. 초호화주상복합 단지 앞 크리스마스 행사와 상업 이벤트에 대항하기 위해 ‘롯본기를 불바다로!’라는 전단을 1만 장이나 뿌렸다. 사실상 시위 내용은 별 볼 일 없는 몇몇이 모여 대형 상가 앞에서 찌개를 끓여 먹는 것이었는데 경찰과 기동대가 400명이나 출동하는 바람에 번화가의 크리스마스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압권은 거리 집회에는 제약이 많은데 선거 때만 되면 거리에서 시끄럽게 해도 되는 출마자들을 보고 출마를 결심, 선거법에 어긋나지만 않는 미묘한 선에서 거리를 축제의 장소로 전환한 쾌거다. 선거송 대신 헤비메탈, DJ, 퍼포먼스와 춤이 있는 축제를 거리에서 마음껏 펼쳤다.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집회의 한계를 극복하는 참신하고 과감한 기획으로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당선권의 50% 넘게 득표하는 기현상도 만들어냈다.

이 이야기를 그저 철없는 장난 같다고 코웃음 치고 넘기기에는 출구 없는 현실의 벽이 답답하다. 다시금 온갖 약속이 넘쳐나는 지방선거의 거리에서, 이렇게 세상을 비틀어보는 시선과 상상, 때로는 제도의 빈틈을 비집거나 꼬집으며 그래도 우리는 굳세게 살아갈 것이라는 동료이자 청년들이 그리운 밤이다.

기획자·청년정책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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