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조, 한국문화 배울 통로될 것”
외국인이 한국어로 시를 지어 읊는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신기할텐데, 한국 시조를 깊이 이해하고 자국에 알리기까지 하는 학자가 있다. 하버드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매캔(David McCann)은 한국문학과 문학 자체에 관한 책을 24권 낸 미국 내 한국 시 권위자다. 김소월 박재삼 김지하 고은 김남조 서정주의 시를 영어로 번역했고, 미국에서 최초로 시조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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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데이비드 매캔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제7회 부산국제문학제 현장에서 시조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
또 시카고에 있는 세종문화원을 통해 매년 시조대회를 열며 12년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에는 한국문학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매캔 교수가 지난 20~22일 열린 제7회 부산국제문학제에서 주제강연을 했다. ‘세계 속의 한국문학, 한국 속의 세계문학’이라는 주제 아래 마련된 매캔 교수의 강의는 우리 시조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미국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일본 단시 하이쿠를 많이 접하고 배우는데 시조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체류하던 1966년, 안동에서 일할 때 한국 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당시 작은 책방에서 붉은 표지의 김소월 시집을 발견했는데, 특이하게 영어 번역이 함께 실린 책이었다. 소월 시에서 깊은 감동을 받은 그는 그 시들을 한국어로 외우기 시작했다. 소월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이 워낙 커 대화를 나누기도 좋았고,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조는 물론 민요, 가사 등 한국 전통시가를 접할 수 있었다. 시조에 취해 있던 당시 안동의 밤을 거닐며 그 정취를 노래한 자작 한국어 시조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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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중 우쿨렐레 연주를 선보이는 매캔 교수. |
우리가 T.S 엘리엇의 시에 영미인 만큼 깊은 감명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영미인이 우리 시조에 심취하기 어려운 이유와 같을 것이다. 생략되고 함축된 모국어와 토속어, 자수를 맞춰 정제된 형식미는 모국어 사용자 아니고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매캔 교수는 정몽주의 ‘단심가’와 황진이의 시조 그리고 그 영역 시를 미국 학생과 교사들에게 소개하며 “시조의 초장은 주제의 도입, 중장은 심화, 종장은 반전을 노리거나 주제를 비튼다”는 내용상의 특징을 강조하고, 자수에 최대한 신경 써서 영역 하는 방식으로 시조를 이해시키고 있다. 그는 “나 역시 문외한이니, 같은 문외한에게 먹힐 법한 설명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는 영어로 쓰인 하이쿠 책이 정말 많이 나와 있고 기념일도 있는데, 시조는 학자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하는 단계”라며 “하이쿠만 봐도 외국인이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는 통로가 되는데, 시조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캔 교수는 김월하의 시조창을 처음 듣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받았다고 운을 떼며, 준비해 온 우쿨렐레를 직접 연주하며 직접 작곡한 ‘청산리 벽계수’를 부르는 깜짝 공연으로 참석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