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24> 갑질과 자아집착

자아에 대한 근거없는 확신이 ‘갑질’의 뿌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06 19:27:29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갑질 중병’을 앓고 있고, 다양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우리는 이렇게 이슈화된 문제만을 다스리는 대증요법이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허다한 예를 통해 확인되는 것처럼 수면 위로 떠오른 사회문제는 항상 구조적 문제, 인간 본질적 문제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병은 모름지기 뿌리를 다스려야 한다.
지난달 28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갑질’이 발단이 돼 조 회장 일가 4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에서는 갑질의 뿌리를 탐욕과 오만과 어리석음으로 본다. 그리고 그것을 더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무명이라는 본래 뿌리가 발견될 것이라 예고한다. 이 뿌리의 핵심은 자아의 실체성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우리가 자아의 진지로 삼는 이 몸과 마음과 환경은 얼마나 부실하기 짝이 없는 건축물인가. 그것은 훅 불면 날아가 버리는 ‘돼지 삼형제’의 풀집이다. 몸과 마음의 부실성은 순간순간 죽음을 대면하고 살아가는 험악한 이 시대에 논증의 필요조차 없는 진실이다. 재물과 권세 또한 그렇다. 3대 가는 부자 없고, 10년 가는 권력 없다.

불교적 문제의식은 더 심각하다. 튼튼한 몸과 아름다운 용모와 총명한 머리, 넘치는 재물과 권세는 누구나 소망하는 바이다. 그런데 이것은 영혼적 대자유로 나아가는 길에 장애가 된다. 그에 근거하여 자아와 대상에 대한 집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이야기가 하나 있다. 세상과 인연이 다한 수행자에게 저승사자가 찾아왔다. 수행자는 수행이 깊어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저승사자는 공기처럼 가벼워진 수행자의 영혼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때 저승사자의 눈에 반지르르하게 잘 닦인 발우가 들어왔다. 수행자가 생전에 아끼던 물건이었다. 저승사자는 기지를 발휘해 그것을 발로 찼다. 발우가 댕그렁!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지는 순간, 수행자에게 발우를 아끼는 생각이 일어났다. 공기처럼 가볍던 수행자의 영혼에 자아의 무게가 더해지고 ‘나’의 모양이 드러났다. 저승사자는 수행자를 잡아 버렸다. 수행자는 저승사자와 거래한다. ‘잠깐만 시간을 달라, 해결 못한 일이 남아 있는데 그 일만 처리하고 순순히 따라가겠다.’ 풀려난 수행자는 자신이 아끼던 발우를 조각내 버렸다. 그리하여 수행자는 자아의 마지막 남은 집착을 박살 내고 만사만물에 녹아들어 모든 현장에서 부처의 춤을 추는 자리로 돌아갔다. 저승사자는 빈손이었다.

세상과 개인의 제반 문제와 구속은 나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겨자씨만큼의 마지막 집착조차 내려놓는 철저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얼마간 타협적인 생각이 허용될 수 있다. 자아에 대한 집착을 철저히 박살 내는 일은 차치하고라도 우리에게 길은 여럿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각자 타인을 의지하여 서 있다는 사실, 각자 가진 지금 이만큼만이라도 남과 함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기도와 선행의 끝에 모두와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회향을 한다. 내가 얻은 이 공덕을 모두에게 돌려, 나와 모든 이가 행복한 대자유의 국토에 들어가기를, 깨달음의 빛을 함께 보고 그 자체가 되기를.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6. 6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7. 7“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7. 7‘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8. 8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9. 9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10. 10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