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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고기로 태어나서 겪는 닭·돼지·개의 수모기 /정광모

고기로 태어나서 - 한승태 지음/시대의창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06 19:03:2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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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돼지·개 농장에서 직접 일한 체험기
- 태어나자마자 비료로 쓰이는 수탉과
- 움직일 수 없는 케이지에 갇히는 돼지
- 땅 밟지도 못하고 죽는 개의 실상 서술

한국인이 부닥치는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고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다. 한국인의 삶에 화끈한 논픽션은 넘쳐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벌이는 협상은 핵무기와 전쟁을 판돈으로 건 리얼리티 쇼처럼 보인다. 협상 주인공은 개성 가득하고 무대도 화려하다. 한국인은 현란한 협상 장면에 눈을 떼지 못하고 흥미진진한 논픽션에 붙잡혀있다. 그러니 작가는 논픽션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하지 않을까!
   
‘고기로 태어나서’는 현재의 음식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생생한 르포르타주이다. 사진은 양돈장에서 힘겹게 목숨을 이어가는 돼지. 시대의창 제공
지은이는 닭과 돼지와 개농장에서 직접 일한 경험을 책에 풀어놓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너무나 비참한 광경이 펼쳐진다. 자본주의가 부리는 이윤이라는 괴물에 쫓기는 닭과 돼지와 개의 삶은 처참하다. 

우리가 먹는 닭은 케이지에서 키운다. 날개를 접은 닭 세 마리가 들어가면 꽉 찬다. 한 마리조차 날개를 활짝 펼 수 없을 만큼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가 갇혀 있기 때문에 닭이 움직이면 케이지가 들썩거린다. 이 동물에겐 깃털이란 게 거의 달려 있지 않아 닭이라고 부르려면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발육이 늦는 닭은 족족 골라내 죽인다. 그런 닭은 사료만 먹고 몸은 크지 않아 농장주가 사룟값을 감당 못한다. 알에서 태어난 닭은 31일째 되는 날 모두 출하된다. 죽는다는 말이다. 닭이란 이름조차 사라지고 치킨으로 통용된다. 그런 육계를 한국인은 일 년에 9억 마리를 먹어치운다.

닭 산란농장의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산 채로 흙과 분뇨를 넣어 비료를 만드는 발효기에 들어간다. 알을 낳는 암평아리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화장에서부터 이어진 살고자 하는 삐약 소리는 발효기의 칼날이 돌아갈 때도 멈추지 않는다. 누런 병아리 덩어리들이 똥과 뒤섞이는 동안에도 삐약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양돈장도 지옥이다. 돼지가 자신이 사는 곳을 이름 짓는다면 당연히 그렇게 부를 것이다. 새끼를 낳는 모돈이 사는 스톨로 불리는 케이지는 폭 70센티, 높이 1미터 20센티, 길이 1미터 90센티다. 스톨 안에선 모돈이 눕거나 일어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돼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것도 불가능하고 몸을 30도만 돌려도 철봉에 막힌다. 그런 스톨 수백 개가 대여섯 줄로 건물을 가득 메우고 있다. 스톨에서 모돈이 일곱 번 정도 출산하면 먹는 사료에 비해 낳는 새끼 수가 적어진다. 효율성의 법칙에 따라 일곱 번을 출산한 모돈은 죽인다. 돼지를 살찌워 키우는 비육 농장도 사룟값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평균만큼 체중이 늘지 않는 돼지는 사룟값보다 가치가 없어 골라내 바닥에 패대기친다. 돼지는 목숨이 질기다. 아직 죽지 않은 돼지를 분뇨장에 버리는데 추위와 허기 속에 몇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죽는다. 

   
단테의 신곡 지옥문에는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글귀가 있다. 닭과 돼지가 시를 읽을 줄 안다면 자신들이 사는 농장 현판에 저 글귀를 새길 것이다. 개농장도 끔찍하다. 개는 땅바닥보다 90센티 위에 설치된 케이지에서 자란다. 배설도 케이지에서 하기 때문에 똥이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다. 철제 케이지가 흙바닥 위에 세워져 있을 뿐이라 눈과 비, 햇살이 케이지 안으로 그대로 들이닥친다. 식용 개는 죽기 직전까지 땅을 밟지 못한다. 개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 즉 짬밥을 먹고 자란다. 걸쭉하고 불결하며 악취가 나는 주황색 액체가 짬밥으로 개들이 먹는 사료다. 

지은이는 고기를 키우는 농장 체험담을 충격과 유머를 섞어 묘사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 중국인, 이집트인과 나누는 생생한 대화는 가슴에 쟁쟁 울린다.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중국인과 나눈 대화다. “중국은 어디가 살기 좋아요?” “어디가 좋고 그런 거 없어. 돈이 있으면 어디든 다 살기 좋고 돈 없으면 어디든 괴롭지.” 

책 중간 중간에 실린 죽어가는 닭과 돼지 사진을 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아이큐가 70,000쯤 되는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해 아이큐 130에 불과한 하등 동물인 인간을 사육해서 잡아먹는다 치자. 식용 가축을 처참하게 다룬 인간이 외계인에게 자비를 요구할 수 있을까? 

인간은 식용 가축에게 신이다. 인간은 가축을 잔인하게 효율성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언젠가 외계인에게 인간이 참혹한 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가축에게 최소한의 동물적 삶과 복지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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