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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반짝반짝 문화현장 <50> ‘작은 영화제’들 현장에 가다

작다고 얕볼쏘냐!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알짜배기 영화축제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7-12 18:53:4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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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의 도시 부산
- 독립·단편·어린이·푸드 등
- 다양하고 소소한 영화제도 많아

- 민간서 자발적 기획·운영·참여
- 활발한 GV 지역 예술인과 밀착
- 일상서 생활문화 즐거움 누려

부산에서 열리는 ‘작은 영화제’를 꼽아 봤다(딸린 기사 참조). 가뿐히 30개를 채웠다. 이 ‘작은 영화제 목록’은 공공기관이나 문화단체가 내놓은 정식 집계는 아니며 정확한 통계치도 아니다. 최근 2, 3년 언론에 보도된 부산의 작은 영화제를 검색해 어림짐작한 결과다. 영화제라는 이름을 쓰지만, 영화제라기보다 문화예술행사에 가까운 사례도 포함했다. 실제로는 십중팔구 더 많을 것이다.
   
지난 4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커피숍 딥슬립커피에서 제17회 작은영화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나경 감독, 김현탁 감독, 사회자 김대황 감독.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이 목록으로 경향을 볼 수 있다. 부산에 작은 영화제가 꽤 많아졌다는 점이 첫째다. 영화가 얼마나 친근하며 유용한 예술문화적 매체인지 보여준다. 이들 작은 영화제는 대개 민간 문화예술단체나 예술 애호가·전문가 또는 시민 스스로 마련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예산 등의 면에서 공적 지원을 받는 영화제가 많겠으나 기획·운영·참여는 민간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자! 이렇게 다양하며, 늘어가는 추세인 작은 영화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낭만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작은 영화제가 는다고 해서 손에 잡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갑자기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영화제를 놓고 별안간 문화 당국이나 BIFF에 ‘이들과 빨리 연계하고 지원하라’는 식의 성급한 주문도 삼가자. 서두르다간 핵심과 참된 가치를 놓치기도 쉽다. 그렇다 해도 작은 영화제 흐름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는 선명하다. 일상에서 작은 영화제의 즐거움과 의미를 체험한 시민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BIFF 등 다른 행사에 흥미를 갖거나 참여할 확률이 높다. 시민이 주체가 되고, 참여하고 즐기며, 기획도 하는 이런 움직임은 ‘생활문화 확산’이라는 뜻깊은 추세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제16회 작은영화영화제 열린 날

지난 4일 오후 7시30분. 부산 수영구 광안동 커피숍 딥슬립커피에 갔다. 제17회 작은영화영화제(국제신문 지난 2월 2일 자 26면 등 보도) 현장이 궁금했다. 한 달에 한 번, 홀수달에는 널찍하고 아늑한 수영교차로 근처 딥슬립커피에서, 짝수 달은 ‘인디플러스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에서 작은영화영화제는 열린다. 작은영화영화제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이날은 김나경 감독의 ‘내 차례’(2017년·상영 시간 15분), 김현탁 감독의 ‘동구 밖’(2017년·30분), 전형식 감독의 ‘리어카’(2017년·30분)를 틀었다. ‘내 차례’는 문제의식이 인상 깊었다. 강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대형 병원 간호사들은 임신도 차례를 정해서 한다는 현실을 포착했다. 뒷순위에 있던 누군가 예고 없이 덜컥 임신해 ‘임신 순서’를 깨면, 엉망이 된다. 임신한 당사자는 나쁜 사람이 되고 배려를 모르는 문제 인간이 된다. 그래서 간호사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다툰다.

이것이 개인끼리 싸워야 할 문제, 누군가 나쁜 사람으로 찍힐 문제인가. 축복이 돼야 할 임신마저 자연 순리에 맞춰서 하지 못하도록 막는 시스템과 현실이 문제다. 감독은 짧은 영화 안에서 이 문제를 인상 깊게 잡아냈다. ‘동구 밖’은 가출한 청소년들의 궁지를 묘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삶에 밀착한 시선이 좋았다. 부산에서 찍고 부산 배우가 부산 말로 일관해 정겨웠던 ‘리어카’는 유머가 은근해 즐거웠다.

■모퉁이극장 제1회 상상영화제

상영이 끝나자 관객과 감독이 나누는 대화(GV)가 김대황 감독의 진행으로시작했다. 김형탁 김나현 감독은 이 작은 영화제를 위해 서울에서 왔다. 부산의 전형식 감독이 일정이 겹쳐 못 왔다. GV를 지켜본 소감은 “이렇게 알차고 진지한 영화제였단 말인가!”이다. 30여 명 관객은 자유롭게 진지하게 영화제를 즐겼다.

17개월째 작은영화영화제를 총괄하는 집행위원회 김라 기획은 “단골 관객도 계시고 처음 오는 관객도 꽤 된다. GV가 끝나면 간단한 ‘피맥’(피자+맥주) ‘치맥’(치킨+맥주)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대화가 깊어지는 분위기도 참 좋다”고 했다. 이날은 작은영화영화제 집행위원회가 독립된 공간인 ‘나.라’를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 근처에 새롭게 연 ‘개관 기념전’을 겸했다. 이는 작은영화영화제가 앞으로 더 알차게 열리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다른 작은 영화제도 궁금했다.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 영화관객 운동의 중심’ 모퉁이극장(대표 김현수)가 마련한 제1회 상상영화제(지난 7일 개최)가 걸려들었다. 잠깐 찾아봤을 뿐인데 이렇게 또 다른 작은 영화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작은 영화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했다. 제1회 상상영화제는 시민 밀착형 모퉁이극장의 기획력을 또 한 번 보여준 작은 영화제였다. “청소년이 기획, 상영작 선정, 홍보, 진행, 안내, 트레일러 제작까지 모두 맡은 영화제입니다.”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는 “청소년 프로그래머 20명이 시작이 10주 동안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 프로그래머 12명이 끝까지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제1회 상상영화제의 상영작은 만만찮았다. 청소년 프로그래머들이 50여 편 영화를 보고 고른 상영 작품 11편은 청소년의 삶과 고민을 담았고, 그들의 생각을 반영했다. 시민 중심의 작은 영화제가 어느 새 청소년이 주역인 작은 영화제로 진화하고 있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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