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의 계시를 믿고 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열어 보이셨기에 인간이 하느님을 알아보고 만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하느님의 계시가 역사 안에서 어떻게 일어났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구약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이집트 탈출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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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 B. 드밀 감독의 영화 ‘십계’에서 표현한 모세. |
이집트 탈출 사건은 기원전 14세기께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하층민인 히브리 사람들이 집단으로 이집트에서 도망쳐 나온 사건이다. 이 히브리인들은 뒷날 이스라엘이라는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이들의 지도자는 모세라는 사람이었다. 이 사건은 모세가 오직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이룬 자기 업적이라 하면서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해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하느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신 사건이라고 가르쳤다.
모세는 자기 한계와 무능력함을 실감한다. 히브리인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힘, 하느님의 힘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집트 탈출 사건은 그 전체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와 구원한 사건이고, 모세 자신은 하느님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이집트 탈출 사건은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이스라엘 백성이 공동체적으로 경험한 하느님의 구원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모세가 이 과정에서 체험한 초자연적 경험과 그로 말미암은 모세의 가르침은 곧 하느님의 말씀으로 전달되고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이렇게 볼 때,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역사 안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냥 흘러가는 의미 없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는 사건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한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삶의 지난 흔적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분명히 그 과거 속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볼 수 있게 되고 그러면 그 과거는 하느님의 구원사건이 된다.
이렇게 우리의 지난날이 하느님의 구원사건으로 드러난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또 그런 믿음의 시각으로 지난날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구원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자기 삶 안에서 하느님의 일을 본 사람들, 신앙 선조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는 것이다. 신상을 만들어서도 안 되고 우상을 섬겨서도 안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일을 본 사람들, 모세와 같은 신앙의 스승들의 가르침을 들어야 한다.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이 곧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라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일을 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들의 말, 즉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그들과 같은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기도한다. 지난날의 삶에서 하느님의 구원과 보호를 찾아 볼 수 있는 눈이 생겨나면 자신의 신앙도 성장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