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통의 엽서도 받지 못한 이웃들
- 우체부 파울이 전해준 ‘가짜’ 편지에
- 자신을 돌아보고 희망과 의욕 찾아
- 잊고 살았던 편지의 가치 생각하게 해
“오늘도 편지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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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쓴 이의 체온이 남아 있을 듯한 우체통. |
우체부 파울 아저씨는 마을에 한 명밖에 없는 우체부이다. 그는 편지 배달을 할 때마다 꽃가게를 하는 트린첸 아줌마, 식육점을 했던 마르테 아줌마, 그리고 이삿짐센터를 하는 루프레히트 아저씨 집을 지날 때면 마음이 불편했다. 이들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단 한 통의 엽서도 받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들에게 편지가 배달된다. 트린첸 아줌마에겐 캐나다에서 사는 친척한테서 편지가 왔다. 루프레히트는 어여쁜 숙녀로부터 사귀자는 편지를 받는다. 혼자만 편지를 받지 못했다고 한탄하던 마르테에게도 편지가 배달된다.
진정한 마음이 담긴 내용을 손으로 또박또박 써서 보낸 편지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으며 또 보낸 적은 언제였던가? 학창시절 자주 보지 못하는 고향 친구에게, 일 때문에 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던 아버지에게. 엄마 대신 억지로 쓴 군대에 간 오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그대에게 밤을 지새우며 썼던 연애편지. 이 모두 아스라한 추억이다.
파울 아저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으며 이들은 답장을 어떻게 할까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루프레히트는 근처 동네에 있을 것 같은 숙녀를 찾아 무턱대고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파울 아저씨가 배달해 주는 이들 세 명의 편지에는 보내는 사람의 주소가 없다. 이들은 파울 아저씨가 잘 전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답장을 한다. 답장을 쓰면서 세 사람의 일상에는 변화가 생긴다. 마르테 아줌마는 편지를 쓰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돌아보고 자기가 잘 만드는 돈가스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글자를 모르는 루프레히트는 파울 아저씨에게 편지 쓰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들은 편지를 쓰기시작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외롭고 단절되어 있던 삶에 희망과 의욕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 사람에게 온 편지들은 모두 파울 아저씨가 써서 보낸 편지였다. 비록 파울 아저씨가 세 사람을 속이고 전하는 편지였지만 마을 사람들과 이들 세 사람은 파울을 용서한다. 이들은 파울 아저씨를 통해 진정한 편지 한 통이 나와 상대방에게 큰 기쁨과 위안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편지지에 또박또박 편지를 쓴 적이 없다. 편지를 부치고 받고 하는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전달되는 전자 메일과 휴대폰 문자와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대화방까지 있는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느냐,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 시대에 살면서 무슨 편지타령이냐 하겠다. 우정사업본부 산하인 한국편지가족협회에서는 매년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도서관 등에서 편지 강좌를 연다. 스마트 폰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편지쓰기가 먹힐까? 의문이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편지쓰기를 좋아한다. 진정한 편지의 의미를 알고 난 뒤 스스로 쓴 편지를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는 작업을 즐긴다. 우표를 붙이면 편지가 간다는 생각에 신기해한다고 한다.
너무나 바쁘게 사는 세상이다. 가끔은 느리게 살아보는 호사도 누려 보면 사치일까? 편지지에 내 필체로 받는 이를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쓰는 동안, 그동안 잊고 살았던 받는 이와 나 사이에 있는 뭔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지서와 광고지만 꽉 차 있을 친구의 우편함에 곧 내가 보낸 편지 한 통 꽂히겠지.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