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여자] 기다림과 설렘의 묘미…손편지로 마음 전해보세요 /안덕자

우체부 파울 아저씨- 미하엘 슐테 지음·이은주 옮김 /문학동네 어린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3 19:27:21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단 한 통의 엽서도 받지 못한 이웃들
- 우체부 파울이 전해준 ‘가짜’ 편지에
- 자신을 돌아보고 희망과 의욕 찾아
- 잊고 살았던 편지의 가치 생각하게 해

“오늘도 편지가 없군요.”

편지 쓴 이의 체온이 남아 있을 듯한 우체통.
우체부 파울 아저씨는 마을에 한 명밖에 없는 우체부이다. 그는 편지 배달을 할 때마다 꽃가게를 하는 트린첸 아줌마, 식육점을 했던 마르테 아줌마, 그리고 이삿짐센터를 하는 루프레히트 아저씨 집을 지날 때면 마음이 불편했다. 이들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단 한 통의 엽서도 받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들에게 편지가 배달된다. 트린첸 아줌마에겐 캐나다에서 사는 친척한테서 편지가 왔다. 루프레히트는 어여쁜 숙녀로부터 사귀자는 편지를 받는다. 혼자만 편지를 받지 못했다고 한탄하던 마르테에게도 편지가 배달된다.

진정한 마음이 담긴 내용을 손으로 또박또박 써서 보낸 편지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으며 또 보낸 적은 언제였던가? 학창시절 자주 보지 못하는 고향 친구에게, 일 때문에 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던 아버지에게. 엄마 대신 억지로 쓴 군대에 간 오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그대에게 밤을 지새우며 썼던 연애편지. 이 모두 아스라한 추억이다.

파울 아저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으며 이들은 답장을 어떻게 할까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루프레히트는 근처 동네에 있을 것 같은 숙녀를 찾아 무턱대고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파울 아저씨가 배달해 주는 이들 세 명의 편지에는 보내는 사람의 주소가 없다. 이들은 파울 아저씨가 잘 전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답장을 한다. 답장을 쓰면서 세 사람의 일상에는 변화가 생긴다. 마르테 아줌마는 편지를 쓰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돌아보고 자기가 잘 만드는 돈가스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글자를 모르는 루프레히트는 파울 아저씨에게 편지 쓰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들은 편지를 쓰기시작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외롭고 단절되어 있던 삶에 희망과 의욕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 사람에게 온 편지들은 모두 파울 아저씨가 써서 보낸 편지였다. 비록 파울 아저씨가 세 사람을 속이고 전하는 편지였지만 마을 사람들과 이들 세 사람은 파울을 용서한다. 이들은 파울 아저씨를 통해 진정한 편지 한 통이 나와 상대방에게 큰 기쁨과 위안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편지지에 또박또박 편지를 쓴 적이 없다. 편지를 부치고 받고 하는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전달되는 전자 메일과 휴대폰 문자와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대화방까지 있는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느냐,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 시대에 살면서 무슨 편지타령이냐 하겠다. 우정사업본부 산하인 한국편지가족협회에서는 매년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도서관 등에서 편지 강좌를 연다. 스마트 폰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편지쓰기가 먹힐까? 의문이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편지쓰기를 좋아한다. 진정한 편지의 의미를 알고 난 뒤 스스로 쓴 편지를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는 작업을 즐긴다. 우표를 붙이면 편지가 간다는 생각에 신기해한다고 한다.

너무나 바쁘게 사는 세상이다. 가끔은 느리게 살아보는 호사도 누려 보면 사치일까? 편지지에 내 필체로 받는 이를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쓰는 동안, 그동안 잊고 살았던 받는 이와 나 사이에 있는 뭔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지서와 광고지만 꽉 차 있을 친구의 우편함에 곧 내가 보낸 편지 한 통 꽂히겠지.

동화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4. 4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5. 5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6. 6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9. 9“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7. 7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8. 8“北 김주애 후계 내정자 입지 강화…키 160cm·몸무게 50kg 이상”
  9. 9‘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10. 10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1. 1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2. 2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3. 3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6. 6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붕괴 원인 조사 기간 7주간 연장
  7. 7정부 '발전 5사 통합준비委' 발족…내년 10월 단일법인 출범
  8. 8공정위, 5개 항공사의 부산~괌 노선 공급 좌석 축소 요구 거부
  9. 9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10. 10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0. 10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4. 4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5. 5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6. 6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7. 7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8. 8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9. 9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10. 10‘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