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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서울 양반들의 트렌드 엿보기

조선의 잡지 - 진경환 지음/소소의책/2만3000원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8-07-20 19:30:0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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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득공의 ‘경도잡지’ 재해석
- 잘 몰랐던 18세기 세시풍속
- 혼인복 꽃놀이 등 의식주·유흥
- 호화취미인 비둘기 모으기까지
- 몰락 직전 양반의 생활상 망라

춤은 반드시 마주 서서 추었다. “춤, 곧 대무(對舞)를 하되 남자는 소매를 떨치고 여자는 손을 뒤집는다.” 대무를 춘다는 것은, 춤을 추면 으레 남자와 여자가 같이 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유득공은 한양의 세시풍속을 소개한 책 ‘경도잡지’에서 남녀의 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즉 18세기 서울에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어 춤을 추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다.
   
김준근의 ‘기산풍속도’ 중 사대부의 혼례 풍습을 그린 ‘신행’. 신부를 태운 가마 사인교(四人轎)의 지붕에는 액을 막기 위해 호피를 덮었다. 소소의책 제공
조선 시대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땠을까? 당시 신분제도는 사람들의 의복이나 장신구까지도 간섭하고 있었다. 예컨대 상민 부녀자는 비단옷에다 금은주옥으로 만든 장신구로 자신을 치장할 수 없었지만, 기생만은 예외여서 사치스러운 옷과 장신구로 꾸밀 수 있었다. 하지만 기생에게 유옥교(지붕있는 가마)만은 허락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외출할 때 햇볕으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고, ‘전모’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전모는 외출할 때 사용한 쓰개로, 우산처럼 펼쳐진 테두리에 살을 대고 종이를 바른 뒤 기름에 절여 만들었다.

조선의 잡지는 조선 최초의 세시풍속지인 유득공(1748~1807)의 ‘경도잡지’를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저자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진경환 교수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조선 후기 생활사를 파헤친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와 근대의 경계기인 18~19세기는 권위적이고 형식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개인의 취향과 행복이 더 중시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왕조시대의 종말과 양반의 몰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은 사소해 보이는 일상적인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책은 ‘경도잡지’를 원전 삼아 당시 양반의 생활상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유득공이 핵심만 기술한 내용을 토대로 1장에서 각종 머리쓰개부터 혼인에 입는 옷과 어사화까지, 2장에서 집과 문방사우를, 3장에서 술과 차, 각종 먹을거리를, 마지막 4장에선 꽃놀이부터 글씨, 그림 등을 다룬다. 한마디로 당대 양반들의 의식주와 취미, 유흥과 의례가 망라된 생활사다.

남들보다 더 고급스럽고 특별한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18~19세기 조선 시대 양반들의 호사스러운 취미 대상은 비둘기였다. 집에서 기르는 비둘기가 여덟 종류나 됐고, 서울의 부유한 양반들은 누가 더 희귀하고 비싼 비둘기를 많이 사들이느냐를 놓고 경쟁했다. 수천전(錢)을 들여 ‘용대장’이라는 여덟 칸짜리 비둘기집에 종류별로 비둘기를 들여놓느라 바빴다. 가장 비싼 ‘점모(點毛)’라는 비둘기는 한 쌍에 100문(文)을 넘기도 했다. 100문이면 1000전, 정조 때 공물로 바치던 녹용 한 대가 200문 정도였으니 얼마나 고가의 취미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식탐은 또 어떠한가. 경도잡지에서 “차는 토산물이 없다. 연시(燕市, 연경의 시장)에서 사오거나 작설·생강·귤로 대신한다. 관청에서는 찹쌀을 볶아 물에 타서 이를 차라고 한다”고 했다. 얼마나 마시고 싶었으면, 생강이나 귤, 미숫가루에 꿀을 타서 그것을 차라고 불렀겠는가. 양반들의 사치 풍조부터 서민들의 먹고 마시는 풍속까지 당대의 일상을 보다 보면 사람 살이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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