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아이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추적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적극 추천
- 입문자엔 세계 3대 고전 추리소설 권유
- 하드한 작품 원하면 ‘필립 말로’ 시리즈
- 마니아층 굳건한 일본 미스터리도 ‘오싹’
여름 휴가 시즌입니다. 여행 가방을 싸고 있는 당신, 피서지에서 읽을 책 한두 권도 챙기셨나요. 떠나지 못하는 이라도 괜찮습니다. 미지근한 선풍기 바람 아래 수박 한 조각 베어 물며 읽을 책 한 권 있다면 꼭 멀리 갈 필요있나요. 폭염에 지친 우리, 무슨 책을 읽을까요. 뻔하지만 대안 없는 정답, 추리 소설이 있습니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덴마크 작가인 페터 회가 쓴 장편 소설입니다. 북유럽의 이국적인 정서와 눈에 대한 섬세한 묘사, 매력적인 여주인공의 거침없는 활약이 더위를 잊게합니다. ‘얼어붙을 듯 춥다. 눈이 내리고 있다. 더이상 내 모국어라 할 수 없는 언어로 말하자면, 이 눈은 카니크다.’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카니크는 극지방이라 눈 이름이 발달한 그린란드의 결이 고운 가루눈을 뜻합니다. 덴마크인 아버지와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밀라는 눈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추락사한 이웃 아이가 눈 위에 남긴 발자국에서 타살의 정황을 발견한 스밀라는 두려움 없이 사건에 뛰어듭니다.
덴마크의 그린란드 식민지화와 그린란드인에 대한 차별 속에 드러나는 과학 프로젝트의 음모를 눈치챈 스밀라는 극지로 향하는 비밀 조사선에 목숨을 걸고 올라탑니다. 이야기는 서서히 추리소설 영역을 넘어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정치적 관계, 문명과 자연에 대한 통찰로 확장되며 독자의 사유의 폭을 넓힙니다. 눈과 얼음과 바다, 그린란드에 대한 전문 지식과 섬세한 묘사, 생생한 캐릭터의 생명력은 이 소설이 1992년 출간 후 꾸준히 스테디셀러였음을 증명합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추천사에서 말합니다. “스밀라, 그녀는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이다. 스밀라를 처음 만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그녀에게 더 많이 더 자주 입을 맞춰 주기를.” 눈같이 차가운 스밀라의 지성이 얼음처럼 단단한 비밀과 음모를 깨뜨려 거짓을 밝힐 때 우리는 스밀라에게서 뜨거운 인간애를 느끼게 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추리소설 몇 권 더 추천해 봅니다. 추리소설에 갓 입문한 독자라면 먼저 세계 3대 추리 소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앨러리 퀸의 Y의 비극,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권합니다. 가독성과 재미, 지적 추리의 즐거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 섬에 모인 사람들이 꼬마 인디언 노래에 맞춰 한 명씩 죽어나가며 극도의 긴장과 공포를 조장하는 크리스티의 소설은 외딴 섬을 밀실 트릭의 배경으로 쓴 많은 추리소설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한 집안의 비극적 가족사를 다룬 Y의 비극은 서늘한 반전과 긴 여운으로 정통 추리소설의 품격을 높입니다. 환상의 여인은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몰린 남편이 누명을 벗겨줄 목격자를 찾아 나서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목격자로 인해 오히려 혼돈에 빠지는, 가독성이 뛰어난 소설입니다. 세 작품 모두 오래 전에 발표된 고전이다 보니 현대 미스터리의 트릭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다소 밋밋하고 심심할 수도 있지만 명작의 가치는 여전합니다.
하드 보일드한 작품을 원한다면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도 좋습니다. 말로는 고독하고 냉소적이지만 인간적인 캐릭터로 셜록 홈즈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탐정입니다.
마니아층이 굳건한 일본 미스터리도 퍽 괜찮습니다. 전설을 차용해 기괴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 서술 트릭이 멋진 우타니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도 무더위를 잊게 해 줄 좋은 소설입니다. 올 여름도 내내 덥겠지요. 추리소설로 체감 온도를 낮춰 보세요. 가성비 좋은 피서법이지 않을까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