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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25> 불교의 보물선 탐사

인간의 욕망 건드리며 떠난 길, 결국 진정한 삶의 의미에 눈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3 19:27:1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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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제정 러시아 시대의 보물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더니 이제는 그 거품이 꺼져가는 듯하다.
최근 울릉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러시아 배 ‘돈스코이호’. ‘보물선’인지 인양회사의 ‘사기’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보물선에 대한 꿈은 하나의 신화적 원형에 가깝다. 그것은 여간해서 풀리지 않는 인생의 고단한 국면을 단번에 해결해줄 시원한 결말을 약속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리고 실망한다.

해탈, 혹은 깨달음을 약속하는 불교를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보물선에 대한 그것과 비슷하다. 무엇인가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나 지리멸렬한 인생의 지구전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그 일을 통해 스스로 창공을 비상하는 한 마리 학처럼 자유롭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인간 욕망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편을 쓰는 데 능숙하다. 이런 비유가 있다. 멀고 험난한 곳을 지나 보물의 나라에 가려는 보물탐사대가 있었다. 이들은 끝없는 길을 걷다가 피곤함과 두려움에 지쳐 돌아가고자 했다. 그때 탐사대를 이끌던 현명한 길잡이가 신통력을 부려 크고 번화한 성을 만들어 보여주며 말했다. 저 성에 들어가면 편안히 쉴 수 있고, 막대한 보물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용기백배하여 앞으로 나아가 성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험한 길을 이미 지나왔다고 뿌듯해하거나 화려한 성의 편안함에 안주하였다. 얼마가 지난 뒤 현명한 길잡이는 조화의 성을 없애고 다시 탐사대를 격려하여 진짜 보물의 나라로 인도하였다.

여기에서 조화로 만든 성은 인간 욕망의 투영체다. 그것은 세속적 부귀영화일 수도 있고, 정신적 초월일 수도 있다. 분명히 불교는 그런 약속을 한다. 다만 그 자리에 도달하고 나면 약속의 성을 지워버리고 진정한 보배의 나라를 향한 새로운 탐사의 길을 제시한다. 형식적으로 볼 때 이것은 엄연한 계약위반이지만, 내용으로는 결코 위약이 아니다. 연기를 약속해놓고 불을 선물한다면 위약이라 할 수 없다. 연기는 불에 공짜로 따라붙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환상의 성을 지워버려야 하는가? 진정한 보물의 나라인 이 시시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이다. 불교는 삶의 시시함에 눈 뜨도록 하는 종교이다. 그 눈뜸은 두 단계로 일어난다. 우선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는 나라는 존재 자체의 시시함에 눈뜨게 한다. 우리의 존재는 다양한 요소의 임시적 결합이다. 그것은 구멍이 숭숭 뚫린 부석돌과 같다. 붓다는 우리 존재가 인연이 작용하는 현장일 뿐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 시시함에 눈 떠 현실을 훌쩍 떠나 황금을 찾는 탐사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탐사가 성공하는 순간 시시함에 대한 새로운 눈이 열린다. 시시하다고 부정했던 바로 그 삶이 있는 그대로 보물의 땅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아무 잘못이 없다. 시원하지 않다고 여름을 탓하고, 따뜻하지 않다고 겨울을 탓하는 부당한 시비분별이 문제일 뿐이다. 이 시비분별을 내려놓으면 학의 다리는 길어서 좋고, 오리 다리는 짧아서 좋다. 이 자리에서는 만사만물이 각각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보물이 된다. 그렇게 하여 불교는 지금 여기, 모든 것이 보물인 나라로 돌아와 매 순간 그것을 확인하는 새로운 탐사를 계속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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