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더위가 계속된다. 장마가 일찍 끝난 다음 이어지는 폭염에 더위를 식혀주는 비 소식조차 거의 없었다. 모두가 더위에 지친 모습이다. 그런데 이 더위 못지않게 가톨릭신자들을 힘들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워마드’라는 페미니스트 단체에 속한 몇 사람이 성체를 불에 태우는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성체를 주님의 몸이라 믿고 소중하게 여기는데 그 성체가 모독을 당한 것이다. 신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다.
이 사건을 두고 교회 안에서 어떻게 말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한국주교회의에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고 많은 신자가 가슴 아파했다. 그런데 부산 중구 가톨릭센터에 함께 거주하는 한 신부님이 “성체가 모독을 당한 사실은 정말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는 우리 교회가 복음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 아니겠는가?” 하는 반성의 말씀을 하셨다. 그 신부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성직자, 수도자를 비롯해 신자들이 열심히 성체가 가르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적어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면, 믿지 않는 사람들도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 줄 것이다. 성체 모독사건은 우리가 그렇게 살지 못했기에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그들이 쓰레기같이 여긴 것이 아니겠는가.
성체가 가르치는 삶은 어떤 삶인가?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께서 말씀하신 유머가 생각난다. “삶은 무엇인가? 삶은 계란이다.” 추기경님께서 열차를 타고 가실 때 계란 파는 사람이 “삶은 계란”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삶은 계란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삶은 계란을 먹기 위한 것이다. 결국 남에게 먹이는 삶이 참된 삶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는 평소 남의 밥이 돼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 김수환 추기경다운 유머라 할 수 있다.
성체를 주님의 몸으로 믿고 소중하게 받아 모시는 모든 사람이 예수님께서 우리의 양식이 돼주신 것처럼 남의 밥이 돼주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그들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아름답게 보일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지 못했기에 낙태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낙태법 폐지를 반대하는 교회에 일격을 가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교회가 이 성체 모독사건을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바란다. 그러면 우리 교회는 새로워질 수 있고, 힘들고 어려운 이 세상에 ‘기쁨과 희망’(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제목)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고해성사를 통해 아무리 큰 잘못이라도 그 잘못을 반성하고 고백하면 죄의 용서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고 가르친다. 이는 다시 말해 자기 죄에 대한 반성과 고백 없이는 죄의 용서도, 새로운 시작도, 자기 성장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가르침을 교회 자신에게 적용시켜 성체 모독사건을 계기로 교회가 세상을 구원하는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반성하고, 교회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고백하는 일이 일어나기 바란다. 그러면 우리에게 충격적인 사건도 결국은 하느님께로 또 예수님께로 돌아오라는 부르심에 순응해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은총의 사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