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남자] 아이로 마음 졸이던 부모 위로하는 ‘이상한 엄마’ /박진명

이상한 엄마 - 백희나 지음/책읽는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7 18:52:24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아이 열이 나 조퇴했다는 소식듣고
- 부랴부랴 돌봐줄 사람 찾다 연락닿아
- 서툴지만 최선 다하는 모습에 공감
- 조건따른 지원보다 육아 공공성 필요

아내의 표현을 빌리면 그나마 6대4 정도로 육아를 하는 남편인데 그중에서도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에 대해 기록하는 일은 나의 몫이다. SNS에 종종 아이의 성장 에피소드를 적어 올리다 보니 “육아맘끼리 소통하자”며 친구를 맺자는 사람도 종종 있다. 아내가 이런 댓글을 보았다면 또 밖에서 혼자 아이 다 키우는 척하고 다닌다며 욕을 한 바가지 쏟았을 테다. 에피소드의 제목은 “#딸아이의언어생활탐구”이다. 두 달 지나면 1㎝씩 자라있는 육체적 성장만큼이나 만 48개월 동안 옹알이에서 시작해 이제는 아빠를 들었다 놓는 지경에 이른 언어적 성장 또한 경이롭고 재밌어서 계속 기록 중이다.
   
그림책 작가 백희나의 작품 ‘이상한 엄마’에 실린 독특한 그림은 색다른 분위기를 내며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읽는곰 제공
얼마 전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의 뉴스를 보다가 조심해야겠다고 싶어 던진 말에 아이가 자기는 죽기 싫다며 대성통곡하는 바람에 크게 당황했다. 달래느라 아이들을 지켜주는 삼신할머니 이야기를 꺼냈지만 무엇이든지 “왜?”라고 묻는 5살 아이의 덫에서 헤어나기가 또 쉽지 않았다. 삼신할머니를 설명하느라 도깨비, 마법사를 끌어들여도 여의치 않자 아이랑 가끔 들렀던 수영사적공원의 500년 된 천연기념물 푸조나무 앞에서 종종 소원 빌던 것이 생각나서 이야기했다. “그 할머니 나무 있지? 가끔 가서 소원 빌었잖아? 그 할머니 나무도 나무에서 아이들이 떨어져도 안 다치게 해줬대. 삼신할머니도 비슷할걸. 아이들 안 다치게 하고 잘 보살펴주거든.”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가 말한다. “아~! 이상한 엄마 말하는구나. 우리 집에 책 있잖아 이상한 엄마. 거기서 구름 타고 와서 아이를 돌봐줬잖아?” 몇 초간 말을 잃고 아이의 언어적 성장에 감탄한다. 만 4년도 안 된 아이가 이미 듣고 보고 경험한 밑천 속에 삼신할머니라는 어려운 개념이 있다는 사실도, 그 개념을 단박에 구체적인 캐릭터와 연결해내는 힘도 놀랍다.

그림책 ‘이상한 엄마’는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아이가 열이 나서 조퇴를 했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는 직장에서 부랴부랴 아이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이상한 엄마에게 전화가 (잘못) 연결되고 구름을 타고 내려온 이상한 엄마는 요술을 부리듯 달걀로 요리를 하면서 방을 따뜻하게 하고, 구름을 만들고 비를 뿌려 습도를 높이기도 하면서 아이를 돌봐준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는 포근한 구름 위에 잠든 아이를 보고 안도한다.

‘이상한 엄마’는 딸아이의 통찰처럼 삼신할머니 같다. 조퇴해서 홀로 집에 온 아이를 서툴지만 정성껏 보살필 뿐 아니라, 아이로 인해 맘 졸이는 엄마에게도 포근한 존재다. 삼신할머니 앞에서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마음을 다해 점지했던 꼬물거리던 생명일 테다. 하지만 육아라는 미션을 사회가 아닌 가정에 대부분 맡기는 이 세계에서는 많은 책임과 죄책감이 가정으로, 특히 엄마에게로 떠넘겨진다. 요리 솜씨도 시원찮고 입고 왔던 옷도 두고 갈 정도로 칠칠맞지 못한 ‘이상한 엄마’에게 엄마들이 위로받는 이유는 아이로 인해 고군분투해온 스스로의 시간이 선명하고, 마음 한편에 걱정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엄마들뿐 아니라 가족에게는 가까이에서 손 내밀면 잡아줄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 조건에 따라 지원하는 소극적인 육아 정책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곧 비빌 언덕을 만드는 일이자 삼신을 소환해내는 일일 것이다.

기획자·청년정책활동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5. 5[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6. 6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7. 7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8. 8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9. 9“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10. 10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北 ‘지뢰 폭발은 韓 자작극’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이사국들 회람
  5. 5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6. 6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7. 7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10. 10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3. 3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4. 4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5. 5“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6. 6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7. 7[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8. 8국내 위성기술로 인니 해양환경 관리역량 키운다
  9. 9국민은행 해킹 정보유출 119명→2210명 확대(종합)
  10. 10부산신보 ‘민생안심 협약보증’ 한 달 만에 1000억 돌파
  1. 1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2. 2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3. 3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4. 4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5. 5“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6. 6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7. 7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8. 8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9. 9철새도래지 길냥이 급식소 분쟁, 항소심도 “추가 설치 불허 적법”(종합)
  10. 10시민단체 ‘국제신문 지키기’ 연대 나섰다…부울경 넘어 수도권 언론도 조명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4. 4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5. 5[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6. 6[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7. 7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8. 8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9. 9‘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10. 10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